2017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우승 등 LPGA 투어 4승.새계랭킹 10위.올해 상금 35만9000달러로 랭킹 11위.골퍼라면 누구나 부러워 할 성적.그러나 장하나는 달랐다.모두가 부러워하는 성적을 뒤로하고 LPGA 무대에서 스스로 내려왔다.1992년 5월생,26세의 전도유망한 프로골퍼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장 씨는 지난 23일 국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모님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보다 더 즐거운 골프 인생을 살고 싶었다”고 했다.‘행복해지려고’ LPGA 무대와 이별한 것이다.
장하나의 경력은 화려하다.2004년 서울특별시장배 골프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두각을 나타낸 그녀는 KLPGA를 평정한 뒤 2015년 미국으로 무대를 옮겼다.2016 코츠 골프 챔피언십을 비롯해 지금까지 모두 4승을 거두며 출중한 실력을 뽐냈다.팬층도 두터워졌다.세계 최정상 골퍼로 성장할 것이라는데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그런 그녀가 돌연 국내 무대 복귀를 선언하며 가족의 품에 안겼다.세계 1위의 꿈보다 더 소중한 것이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라며.
LPGA 무대를 밟는 한국 선수들의 롤 모델인 박세리선수는 은퇴 무대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앞만 보고 뛰다가 문득 돌아보니 골프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었다”고.다양한 시각으로 ‘삶의 균형’을 이루는데 실패했다는 고백이었다.LPGA에서 뛰는 한국선수들의 삶은 한결같다.골프 외에 ‘딴짓’을 하지 않는다.오로지 꿈을 향해 달린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골프 인생’이 성인이 돼서도 지속되는 것이다.일부 선수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후회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스포츠 선수들에게 ‘정상’의 의미는 각별하다.돈과 명예가 보장되고,예우가 뒤따른다.누구나 그 길을 걷고 싶어한다.그러나 ‘행복’은 별개의 문제다.장 선수가 화려한 스포트 라이트를 받은 이면에는 부모님의 헌신적인 희생이 뒤따랐다.장 선수를 뒷바라지 하며 인생의 황금기를 보냈고,이제 노년으로 접어들었다.딸은 성공했지만 부모의 삶은 고달프고 외로웠다.장 선수는 “어머니와 맛있는 음식을 먹고,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겠다”고 다짐한다.돈과 명예 대신 가족과 행복,여유를 선택한 장하나 선수.그녀의 선택을 보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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