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는 군사용어다.사전적으로는 ‘특정작전을 개시하는 일자 또는 예정일자’를 의미한다.기념이 될만한 특별한 날이거나 중요한 일을 시작 또는 마치는 날을 가리키기도 한다.소중하고 특별한 ‘그 날’이 D-Day가 되는 것이다.수험생에게는 시험일이,취업 준비생에겐 입사일이,예비 신랑·신부에겐 결혼식이 ‘D-Day’다.그러고 보면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D-Day’를 만들고 소비한다.‘그날’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기억,감정,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지사.그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그 날’을 위해 엄청난 열정을 쏟아 붇는다.

어제는 평창 동계올림픽 ‘D-200’이었다.200일 후인 2018년2월9일(금요일) 평창과 강릉 정선에서 올림픽경기가 시작된다.전 세계 95개국,6500여명의 선수들을 비롯해 수십만 명의 세계인이 강원도를 찾는 그 날,강원도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평창올림픽은 2011년 7월 6일,남아공 더반에서 출발했다.올림픽을 준비하며 강원도와 개최지엔 새로운 세계가 열렸고.‘D-1000(2015년 5월16일)’ 당시엔 ‘Passion.Connected(하나된 열정)’이라는 슬로건이 선포됐다.그런데,이 슬로건은 여전히 유효할까?

지금,평창올림픽을 에워싼 깃발이 무수하다.여기저기 숟가락을 얹고 손을 내미는 깃발.파-렴-치 하다!지금까지의 노고는 간데없고 아우성만 들끓는다.보이지 않는 물결이 넘실대며 올림픽을 위협한다.불안하다.과실을 움켜쥐려는 분주한 손길.갈 길이 먼데 모든 게 이루어진듯.평창은 아직 멀고 험한데….물리적 공간적 시간에서,모두의 마음으로부터 평창이 멀어지고 있다.사라지는 Passion.Connected!

너와 나,우리 모두의 ‘평창’은 아직 오지 않았다.얼마전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평창올림픽 및 패럴림픽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했더니 응답자의 41.5%가 올림픽 개최시기를 모른다고 답했다.정부와 조직위,강원도,정치권이 엇박자를 냈으니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결과.본질을 외면하고 곁가지에 눈을 돌렸으니 국민들 심사가 뒤틀렸을 것이다.앞으로도 마찬가지일 터.모두 함께 하지 않고 각자도생하는 순간, ‘2018년 2월9일’은 가장 참혹한 ‘D-Day’로 남을 것이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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