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 준비중인 예비 교사·현직 교사 불문
복식 수업·조직 문화·정주여건 부족 기피

내가 강원도를 떠나는 이유

현직교사들의 ‘탈 강원’이 계속되고 있다.춘천교대를 졸업해 서울에서 교편을 잡은 교사들이 3년간 현직을 포함 310명으로 집계됐다.본지는 지난해 말부터 초등교사 수급난을 단독 기획보도 후 지속적으로 대책 마련을 촉구해왔다.강원도교육청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TF팀을 구성,초등교사 임용시험 지역가산점 확대를 추진해 지난 4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2019학년도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이끌어냈다.하지만 강원도를 떠나려는 예비교원과 신임교원들은 제도의 문제만으로 ‘탈 강원’ 현상을 막을 수는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권위적인 교직문화 엄두 안나

경기 임용 준비중인 이모(21·여·춘천교대생)씨

경기도 임용을 준비 중인 이모(21·여)씨는 최근 경기도교육청 선발예정인원이 절반 감소할 것으로 예고됐지만 계획을 접지 않았다.이씨는 강원도에서 교사를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흔히 ‘배구문화’로 통용되는 강원도 특유의 권위적인 교직문화 때문이다.원치 않은 사람들도 각종 스포츠대회·행사에 동원돼야 하고 수가 적은 남자 교사의 경우 무조건 참여해야 하는 분위기는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타 시·도에 비해 많은 교사모임,회식도 내키지 않는다.이씨는 “듣고 겪은 강원도 교직문화는 그렇지 못하다”며 “이런 분위기에 지친 선배들이 ‘너는 경기도·서울로 가라’고 권유할 때 마다 지금 결정에 확신이 든다”고 털어놨다.농산어촌 근무도 걱정거리다.군 지역에서 편의점 하나 찾기 위해 차로 15분을 헤맸다는 선배의 경험에 이씨는 ‘내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그는 “임용절벽에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하지만 강원도 근무는 정말 피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문화생활 환경·교통 인프라 미흡

서울 임용 준비중인 최모(28·여·춘천교대생)씨

내년 2월 졸업인 최씨는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원 임용시험을 준비 중이다.고향이 서울인 그는 어디로 발령날지 모르는 강원도 근무에 두려움을 느낀다.도시에서 근무하려면 몇 년간은 농산어촌에서 교사생활을 해야되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교생 실습당시 만난 40대 교사가 결혼 20여 년 째 주말부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강원도 현실을 들여다 보게 됐다.최씨는 “서울에서 근무하면 아무리 멀어도 출퇴근이 가능하지만 강원도는 다른 지역으로 옮길 때 마다 이사를 해야하는 부담이 있다”며 “20대 청춘을 시골에서 보내고 싶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제대로 된 문화생활을 즐기기 어렵고,열악한 교통 인프라도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작은학교 특성상 서로 다른 학년을 한 번에 맡아야 하는 ‘복식수업’ 역시 막막함 중 하나다.최씨는 “교사생활 후 대학원 진학도 계획 중인데 미래를 위해서라도 서울에서 근무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턱대고 ‘사람 없는 곳에 가서 일하라’라는 주장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얘기”라며 “하루종일 수업만 하는 게 아닌데 20대의 내 삶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주여건 열악 교육청 지침 피로

경기 임용 합격한 고성 근무 A(29·남)교사

춘천교대를 졸업하고 2015년부터 1년간 고성에서 근무했던 A교사는 올해 초 경기도교육청 임용시험에 최종합격해 발령을 앞두고 있다.강원도에서 보낸 1년이 녹록지 않았다는 그는 당장 지낼 자취방을 구하지 못해 인근 속초에서 출퇴근해야 했다.A교사는 “전반적으로 군지역 정주여건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초등교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자 선생님들의 경우에는 강원도 기피요소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교장부터 신임 교원까지 모두 춘천교대라는 동문 의식에서 오는 권위적인 조직문화 역시 새내기 교사들이 적응하기 어려운 요소다.전교생 50여 명 남짓한 작은학교에서 근무했던 그는 “작은학교는 일이 정말 많은데 신임교원이 그 일을 다 처리해야 한다”며 “신임교원들은 첫 근무지로 작은학교를 피하게 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A교사는 1년간 근무하면서 각종 스포츠대회 참여와 특별 프로그램 운영을 요구하는 교육청의 지침에 시달려야 했다.그는 “스포츠대회에 나서기 위해 3~6학년 전체를 동원해야 하는 게 맞는지도 의문이고 학교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교육당국의 공지에 아쉬울 때가 많았다”고 밝혔다. 오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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