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도시 그리니치 언덕, 세계 시공간의 표준이 되다
1675년부터 270년간 운영
항해 선박 안전·효율성 목적
해상시계 발명 ‘표준시’로 사용
천문대 관통 자오선 ‘경도 기준’
1884년 세계만국지도협회 인정
19세기 후반 세계질서 주도

1675년 세워진 그리니치천문대의 모습
1675년 세워진 그리니치천문대의 모습
2017년 8월29일(현지시간) 오전 영국 런던 인근 그리니치 지역에 있는 왕립 그리니치천문대의 옥타곤방에서는 ‘올드 로열 네이벌 칼리지’의 노교수가 견학온 대학생들에게 열심히 천문학에 대해 강의하고 있었다.

젊은 천문학도들은 1675년 세워진 그리니치천문대의 관사로 쓰였던 건물 2층에 있는 8각형 천정 구조를 가진 옥타곤방에서 300여년전 ‘시간과 공간의 중심’을 만들었던 선현들의 숨결을 느끼기위해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시간과 공간의 중심’으로 인정받고 있는 그리니치천문대는 ‘해가지지 않는’ 대영제국 시대 전세계에서 항해하는 자국의 선박에 대한 안전과 효율성을 위해 만들어졌다.이 천문대를 세운 영국의 찰스 2세는 “항해 기술을 완전하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경도를 찾아내기 위해 필요하다”고 역설 했다.

런던 동남쪽 템스강변 영국 왕실의 가장 오래된 정원이 있는 그리니치 언덕 꼭대기에 세워진 천문대는 찰스 2세의 명을 받은 크리스토퍼 렌 경이 건축을 했다.런던의 공해문제로 더이상 천문대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된 1945년까지 270년간 이곳에서 10명의 천문대장들은 천문학의 역사를 새로 써가며 전세계 시간과 공간의 중심을 만든 것이다.

천문대 관사로 쓰였던  2층 8각형 천정 구조를 가진 옥타곤방을 둘러보는 관광객들.
천문대 관사로 쓰였던 2층 8각형 천정 구조를 가진 옥타곤방을 둘러보는 관광객들.
이 곳의 천문대장들과 과학자 들은 망망대해 한가운데에서 경도를 구하기 위해 별자리와 시계 등을 활용한 측정방법을 연구했다.천문학을 통해 이 문제를 풀던 크리스토퍼 렌은 시계를 이용한 경도 측정 방법을 제안했고, 존 해리슨은 ‘시간의 기준’이 되는 타이밍 키퍼를 발명했다.

1714년 그리니치천문대를 본부로 하는 경도 위원회를 구성한 영국의회는 오차가 적은 경도를 구하기 위해 당시 돈 2만 파운드를 상금으로 내걸었다.해상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시계가 없었던 1761년 영국의 시계 기술자 존 해리슨은 크로노미터라는 정확한 해상시계를 발명,우여곡절 끝에 상금을 타게 된다.

이 시계가 발명된 후 런던을 출항하는 모든 배는 그리니치천문대에서 제공하는 시간을 표준시로 삼았다.해양에서 더욱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게된 영국은 열강들이 식민지를 넓히던 시대에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영국은 1851년에 그리니치천문대를 관통하는 자오선을 경도의 기준이 되는 본초자오선으로 정했다.

1884년 워싱턴에서 세계 25개국이 참가한 가운대 열린 ‘세계 만국 지도 협회’는 참가국 가운데 22개국의 찬성으로 그리니치천문대를 ‘경도의 기준’으로 인정했다.그리니치천문대가 ‘경도의 기준’이 된 이유는 ‘일찍부터 자오선에 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설과 ‘영국이 세계의 바다를 지배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때문’이라는 설로 나뉘어지고 있다.

그리니치천문대는 이미 그당시 미국이 그리니치천문대의 경도를 기준으로 자국의 시간대를 정하고 있었고 세계무역의 7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배들이 그리니치천문대의 경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해양지도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사실상 세계의 기준이나 다름없었다.

이처럼 세계의 기준 시각을 알려 주던 그리니치표준시(GMT)는 지구의 자전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는 오차에 대처하지 못해 세슘 원자의 진동을 이용하여 시간을 측정하는 협정세계시(UTC)에 국제 표준시의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19세기 후반 세계질서를 주도했던 영국의 유산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의 발길은 오늘날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선조들의 ‘훌륭한 업적’을 후손들이 스토리텔링화해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엘리아노 해리스 그리니치천문대 홍보담당은 “일반 관광객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배를 운항하는 항해사들이 예전 항해도구들을 살펴보기 위해 많이 찾고 있다”며 “그리니치처럼 자기 지역의 역사에 자부심을 갖고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진종인·방병호



“전 세계에 내 고장 자랑스런 유산 소개 보람”
인터뷰 재키 톰프슨 그리니치천문대 자원봉사자


▲ 재키 톰프슨  그리니치천문대 자원봉사자
▲ 재키 톰프슨 그리니치천문대 자원봉사자
의사출신인 재키 톰프슨은 “전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내 고장의 자랑스러운 유산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2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톰프슨씨는 “역사와 별자리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의사생활을 할때는 시간을 낼 수 없어 지역을 위해 봉사할 기회가 없었다”며 “18개월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데 그리니치천문대에 도움이 될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자신했다.얼마전 런던컨퍼런스에 참가했다 그리니치천문대를 찾은 NASA연구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톰프슨씨는 “화성탐사 연구를 하고 있는 국가기관의 과학자가 300여년전의 과학자들과 교감하고 연구하기 위해 이 곳을 찾은 것은 종교인들이 예루살렘을 찾는 것과 같은 ‘성지 순례’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진종인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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