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나만의 결혼식’ 이야기
예식 자체 큰 의미 두지 않아
식장 장식 등 과정 직접 준비
소중한 사람과 추억 남겨 만족

결혼식이 점점 가벼워진다.몇 해 전부터 스몰웨딩(작은 결혼식)이란 단어로 간소화하는 예식이 번지기 시작했고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변형되고 있다.형식은 가벼워지고 형태는 다양해지면서 결혼식의 의미 또한 새롭게 쓰이고 있다.각자의 방식으로 기존 예식장을 벗어나 결혼식을 가진 두 커플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 ◇조한솔(32·사회적기업 대표)&권영은(31·직장인)-2016년 9월 춘천 서면 방동리 지인 정원에서 결혼
▲ ◇조한솔(32·사회적기업 대표)&권영은(31·직장인)-2016년 9월 춘천 서면 방동리 지인 정원에서 결혼
평소 결혼식에 대해 갖고 있었던 꿈꿨던 생각은.

△조&권=“우리는 연애를 오래 한 편이다.결혼까지 10년.그만큼 결혼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할 시간이 많았다.둘 다 축제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결혼도 축제처럼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결혼식에 오시는 분들은 오직 우리를 축복하러 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우리 이야기도 들려주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그래서 오래 인연을 맺고 있는 분들 위주로 초대했고 식사하고 공연이 열리는 파티 형식으로 준비했다.”

△이&홍=“보통 결혼식에 가면 정신없이 금방 끝나지 않나.신랑·신부는 하객들 얼굴 마주보고 맘 편히 대화도 못 한다.동생이 일찍 결혼 했는데 당시 일 도와주느라 동생 결혼식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그래서 ‘나는 식장에서 정신없이 결혼할 바에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20대 중반부터 막연히 하고 있었다.그러면서 꿈꾸는 결혼식에 대한 이미지들을 생각날 때마다 모았다.결혼을 결심했을 때 꿈꿔왔던 이미지가 명확하게 있었기에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셀프 웨딩은 어떻게 했나.

△조&권=“장소가 관건이었다.결혼식 날짜는 정했는데 장소가 없어서 발만 동동 굴리고 있었다.이러다 결혼 못 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춘천의 마당 있는 카페는 다 가봤지만 비용은 둘째 치고 대관자체가 불가했다.그러다 정말 우연히 알게 된 분의 집과 정원에서 결혼식을 할 수 있게 됐다.장소가 결정되고 나니 결혼식이 50일 남았더라.그때부터 불철주야 준비를 시작했다.식장을 꾸미는 건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다.매일 퇴근하고 결혼식 올릴 장소에 가서 페인트 칠 하고 톱질 하면서 사서 고생 하고 있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기도 했다.모두 직접 내 손을 거쳐 준비한 결혼식이라 소중한 추억이면서 아쉽기도 하다.다시 한 번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홍=“사진촬영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일하시던 배터에서 했고 결혼식은 부모님 집 마당에서 했다.이 마당도 옛날에 할아버지가 밭으로 쓰시던 곳이었다.할아버지에 대한 따뜻한 기억을 의미 있게 녹여내고 싶었다.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얼굴 마주하며 소중한 시간을 충분히 즐기고 싶어서 결혼식을 하루종일 했다.낮에는 친지 분들과 부모님 지인 분들 모셔서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을 치뤘고 저녁엔 친구들과 신나는 파티 분위기에서 축하를 받았다.예식 일주일 전부터 동생들과 부모님이 청소나 꾸밈을 도와 줬는데 가족 아니었으면 셀프 웨딩은 불가능 했을 거다.청첩장 대신 서로에 대한 첫인상이나 결혼을 결심한 이유 등을 인터뷰 한 영상을 만들어 사람들과 공유했는데 제일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이은정(36·프리랜서 디자이너)&홍근원(30·자영업)-2017년 9월 춘천 동면 장학리 신부 본가 마당에서 결혼
▲ ◇이은정(36·프리랜서 디자이너)&홍근원(30·자영업)-2017년 9월 춘천 동면 장학리 신부 본가 마당에서 결혼
‘나만의 결혼식’을 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한마디.

△조&권=“스몰웨딩이니 작은결혼식이니 하는 말이 더 틀로 묶는다고 생각한다.작다는 말조차 상대적인 것 같다.우리가 만들었던 결혼식을 명명하자면 스몰웨딩이나 작은 결혼식은 아니다.식장에서 하는 결혼식은 식대,대관비 정도 들어간다면 우리는 테이블,의자,테이블매트,꽃 등 하나하나 준비를 해야 했다.이 과정을 즐기면서 준비할 수 있었으니 그건 우리에게 맞는 결혼식이었다.각자의 방식대로 맞춰나가는 것이 결혼의 시작인 것 같다.”

△이&홍=“결혼식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나서 상대방과 나 사이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우리 부부의 경우,사람이 제일 중요했기 때문에 지인들과 최대한 오래 있는 시간으로 식을 준비했다.그리고 부모님을 설득해야 할 경우에는 주인공인 둘이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잘 설명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보다 당신 아들,딸이 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강력히 어필하면 부모님도 동의해 주실 것이다.”

우리에게 결혼식이란.

△조&권=“신랑,신부가 원하는 결혼식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각각의 상황과 원하는 바에 따라서 100개의 결혼식이 있고 100개의 결혼방식이 있다고 생각한다.결혼준비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결혼식이 있던 주간 수요일이다.너무 기대되어 행복했고 넘치는 축복을 받았다.세상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홍=“요즘은 일에 빠져 돈 버는 것이 우선인 삶 보다는 하루하루의 행복과 삶의 만족도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점점 셀프웨딩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우리도 결혼식을 핑계로 하루 신나게 놀자는 마음으로 즐겼다.예식 자체는 큰 의미가 없었다.안 해도 그만이었지만 굳이 해야 한다면 하고 싶은 그림을 연출하고 싶었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했기에 의미가 담겨졌다고 생각한다.”

▲ 한혜진   춘천이 품고 있는 자연환경과 문화예술이 좋아 문화예술판에 들어오게 됐고 지역 예술가&지역 청년들과 함께 호흡하며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무수히 많은 호기심 스위치를 켠 채 살고 있다.춘천시문화재단 정책기획팀 홍보·문화예술지원사업 담당 등.(2011~2015)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문화·관광기획(2017.6 ~ 현재)
한혜진
춘천이 품고 있는 자연환경과 문화예술이 좋아 문화예술판에 들어오게 됐고 지역 예술가&지역 청년들과 함께 호흡하며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무수히 많은 호기심 스위치를 켠 채 살고 있다.춘천시문화재단 정책기획팀 홍보·문화예술지원사업 담당 등.(2011~2015)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문화·관광기획(2017.6 ~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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