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감소 위기감에 문화 전승·법적지원… 문화유산 발돋움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불구 자원 감소·고령화 속도 가속
20년 후 해녀 84% 사양 위기
정치권 조례 제정 작업 활발
다양한 복지혜택 기반 마련
박물관·축제 등 대중화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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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관심이 쏠려있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화가 내달 1일 인천공항에 도착한다.첫번째 성화봉송 지역은 제주도다.제주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얼굴만한 물안경을 쓰고 검은 고무옷을 입고 바다를 누비는 해녀가 성화봉송 주자로 나선다.제주의 해녀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제주를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 됐다.이는 해녀의 체계적 발굴과 보존,희소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알아본 각계각층의 노력의 결실이다.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선정될만큼 제주해녀는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하지만 제주 역시 동해해녀와 마찬가지로 가속화 되는 고령화와 바다사막화로 인한 자원감소 등에 따른 해녀 수 감소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제주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생업지원과 문화 전승 보전을 동시에 시행하고 있다.

▲ 제주해녀축제 생애사 토크콘서트
▲ 제주해녀축제 생애사 토크콘서트
■ 현황

제주에서 생산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곳은 당연히 바다다.쿠로시오 난류 영향으로 일년내내 어로활동이 가능해 일찍부터 해녀들의 작업이 시작됐다.1970년도만해도 1만4000명을 웃돌던 제주해녀는 1980년에 7804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이때부터 제주해녀 감소에 대한 위기감이 시작됐다.새로운 품종의 감귤이 도입돼 제주 전역으로 재배가 확대됐다.관광산업이 태동하면서 제주여성들에게 물질 이외의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1990년 6827명,2000년 5789명,2010년 4995명으로 제주해녀는 지속 감소해 2016년 4005명으로 급감했다.특히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물질을 피해 안정된 직업을 찾아나선 청장년층의 해녀에 대한 기피 현상과 고령화 추세로 지난해 제주해녀의 70대 이상이 2298명으로 전체 해녀의 57%를 차지했다. (그래픽 참조)

이같은 해녀 감소 추세가 이어진다면 해녀 정년을 80세로 가정했을 때(물론 물질은 정년이 없어 자신의 몸이 허락하는 한 80대까지도 가능하다.80세 이상 제주해녀는 현재 564명) 10년 후면 약 60%,20년 후면 약 84%인 3364명이 줄어든다.

▲ 제주해녀축제 물질재현 모습
▲ 제주해녀축제 물질재현 모습
■ 정책

바다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제주 경제에도 큰 기여를 한 해녀에 대해 사회적 관심과 편의시설 또는 복지혜택이 과거 미흡했다.1980년대 들어 마을어장 증식사업을 비롯해 잠수탈의장 등 공동이용시설의 확충과 의료혜택 사업 등이 본격화 됐다.해녀 지원은 1995년 민선 출범이 크게 한몫했다.득표를 의도한 정치인 대부분이 해녀복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2000년 이후 조례 제정 작업이 본격화됐다.현재 제주도의 해녀 관련 조례는 △제주특별자치도 해녀 진료비 지원조례 △제주특별자치도 해녀박물관 설치 및 운영 조례 △제주특별자치도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에 관한 조례 △제주특별자치도 해녀문화산업진흥조례 등이 있다.제주해녀의 복지,생업,문화 전승 및 보존에 대한 법적 지원 기반이 마련됐다.

제주도는 2016년 한해에만 의료비 지원,해산물 종패 뿌리기,고무옷 전액 지원 등 160억 정도를 투자했다.또한 눈여겨봐야 할 정책으로 고령해녀 소득보전을 위한 직접지불제도가 있다.이 제도는 현직해녀 중 80세 이상에 대해 물질을 그만두는 조건으로 월 20만원,70~79세는 월 10만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이는 고령화에 따른 체력저하와 심근경색 등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함이다.제주도는 이를 상쇄하기 위해 신규 해녀가입을 독려하는 방안으로 3년간 월 30만~50만원씩을 지원하고,어촌계 가입비 지원 확대도 도입했다.

▲ 해녀박물관에서는 테왁망사리,눈,빗창 등의 작업도구,물소중이와 고무옷 등을 전시하고 있다
▲ 해녀박물관에서는 테왁망사리,눈,빗창 등의 작업도구,물소중이와 고무옷 등을 전시하고 있다
■ 제주해녀문화 보존 산실,해녀박물관

제주 해녀박물관은 국내 최대 규모 여성항일운동 집결지였던 구좌읍에 위치해 있다.박물관은 제주해녀의 생애를 집대성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연구,보존,전시하는 기능과 동시에 해녀문화를 교육,전승하는 역할을 한다.해녀박물관 제1전시실은 ‘해녀의 생활’을 주제로 어촌마을의 형태와 세시풍속을 실제에 가까운 모형으로 전시해 제주의 음식문화,영등신앙 등 해녀들의 의식주 전반을 알 수 있다.‘해녀의 일터’를 주제로 한 제2전시실은 테왁망사리,눈,빗창 등의 작업도구,물소중이와 고무옷을 비교 전시하고 있다.해녀박물관의 백미는 제3전시실이다.‘해녀의 생애’주제의 전시실에서는 수십개의 모니터를 통해 해녀들이 전하는 첫 물질·출가물질 경험담과 작업모습 감상이 가능하다.담담하게 들려주는 거친 바다에서 위험했던 순간과 바위를 헤집고 다니던 뭉툭한 손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박물관의 제일 아래층에는 어린이해녀관이 있다.이곳에서는 해녀처럼 숨참기,망사리 시소 등 놀이기구를 만지고 놀면서 해녀와 제주바다를 간접체험할 수 있다.제주도는 제주공항,방송 등에 박물관 홍보영상을 송출하고 관광안내소마다 리플릿을 배부하는 홍보를 넘어 SNS,구글컬쳐럴인스티튜트 등 인터넷을 활용한 홍보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이에 2015년 13만5천여명,2016년 16만여명,올해 8월 기준 10만여명이 박물관을 다녀갔다.

▲ 제주해녀축제 거리퍼레이드
제주해녀축제 거리퍼레이드
■ 제주해녀문화 대중화 주자,해녀축제

매년 4만~5만명이 모이는 해녀축제가 올해 열번째로 개최,지난달 29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지난 1일까지 26개의 프로그램이 이어졌다.구좌읍 해녀박물관 야외광장과 인근 해안에서 펼쳐진 해녀축제는 첫날 구좌읍사무소에서 출발하는 거리 퍼레이드와 해녀노래보존회의 축하공연,해녀들의 소원지를 테왁망사리에 담아 전하는 퍼포먼스가 열렸다.특히 거리 퍼레이드는 부산·경남 등지의 출향해녀들의 참여가 이뤄져 의미를 더했다.

▲ 제주해녀축제 소원지 퍼포먼스
▲ 제주해녀축제 소원지 퍼포먼스
세화해변에서 열린 현직 해녀들의 물질재현과 일반인 물질체험행사는 바다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해녀들의 모습을 실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방문객들의 호응을 얻었다.이밖에 해녀박물관에서 열린 연극 공연과 해녀 생애사 토크콘서트는 해녀들의 작업모습과 나눔과 배려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해녀공동체의 따스한 문화를 되새기게 하는 기회가 됐다.제주특별자치도 해녀문화유산과 권민선 주무관은 “제주해녀축제로 인류무형문화유산,국가무형문화재로서의 제주해녀 브랜드의 전 국민적 공감대 확산과 여성 중심의 제주를 대표하는 해양문화 축제로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희·박주석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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