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선수촌을 가다

올림픽의 작은 마을 평창선수촌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인 만큼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선수들과 운영인력까지 더하면 5000여명에 가까운 인구가 폐막까지 상주하게 된다.평창군 대관령면의 주민등록 인구가 지난해 기준 50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비슷한 규모의 마을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또다른 올림픽마을,선수촌을 들여다봤다.


▲ 평창선수촌 전경

■ 평창선수촌은

대관령면 일대에 위치한 선수촌은 지난 2015년에 착공돼 4만1970㎡의 면적에 1800억원을 들여 8개동,15층 규모의 600세대로 전체 3894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용평돔에 마련된 선수촌 식당은 한식,아시안,월드 스테이션 푸드로 구성돼 끼니마다 다양한 음식들을 제공한다.올림픽 플라자에는 병원과 세탁소,미용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종교시설과 은행,출국 수속 서비스 등도 마련돼 있다.도핑관리센터,민원접수를 담당하는 레지던트 센터,레크리에이션 센터,피트니스센터 등 선수촌 밖을 나가지 않아도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작은 마을이 형성돼 있다.

▲ 영국 스노우보드 국가대표 에이미 풀러.
▲ 영국 스노우보드 국가대표 에이미 풀러.

▲ 숙소에서 요가를 하고있는 풀러.
■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

5000여명이 살다보니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지난 2일에는 러시아 NOC(국가올림픽위원회)소속의 남성이 국내 여성안내원을 강제추행하는 사건이 일어나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지난 5일에는 선수촌 내 104동과 105동 사이 선수단 회의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7분만에 진화됐다.최근에는 선수촌 내 화재경보기가 울려 선수들이 객실 밖으로 뛰쳐나오며 아수라장이 됐으며 화재진압을 위한 소방차 4대가 출동하는 등의 해프닝도 있었다.조사결과 국내 모 선수가 흡연이 금지된 객실에서 몰래 흡연하다 화재경보기가 울린 것으로 밝혀졌다.지난 12일에는 독일 바이애슬론 선수가 실탄 35발이 든 권총을 반입시도하다 보안 검색대에 적발되기도 했으며 16일에는 스위스 선수 두명이 노로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아 선수촌 내 민원이 폭주했다.

▲ 풀러의 평창 선수촌 주방.
■ 꽉막힌 변기,사라진 샤워헤드

선수촌은 문화 교류의 장이자 문화차이에 따른 어려움과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특히 화장실 위생과 시설에 대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조직위는 개촌을 앞두고 선수촌 내 모든 변기물을 동시에 내리는 점검까지 진행했다.그러나 변기가 막히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대부분의 여성 선수들이 여성 위생용품을 변기에 그대로 버리면서 매일 수십건의 변기 막힘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또 화장실 휴지를 공급하는 P&G사의 휴지가 홑겹으로 얇게 만들어져 선수들이 다량의 휴지를 사용하면서 변기 막힘 현상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상황이다.

서양식 문화에 익숙한 선수들이 눈에 젖은 신발을 객실 안까지 신고 들어오면서 청소인력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담배꽁초는 시설 곳곳에 버려져있고 실내 바닥에 침을 뱉는 행위도 다반사다.시설물을 무단으로 탈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일부 외국인 지원인력들이 선수촌 내 객실 샤워헤드와 문고리 등을 빼가는 등 상상이상의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 선수촌에서 VR체험을 하고있는 풀러와 동료들.

■ 지원 인력은 업무 과로

선수촌 지원 인력들의 고된 업무가 지속되고 있다.선수들 사이에서 지켜지지 않는 에티켓은 큰 스트레스다.선수들이 버린 담배꽁초 줍는 일은 일상이 됐다.민원도 꾸준하다.최근에는 선수촌 내 비상구 계단이 더럽다는 민원에 8개동의 계단 물청소를 실시했지만 추운날씨에 새벽사이 현관 입구에 고여있던 물이 얼면서 중앙 자동문이 작동을 멈추는 상황도 벌어졌다.일부 관계자들은 손끝에 동상이 걸리기도 했다.막힌 화장실 변기를 뚫기위해 수시로 선수촌을 누비는 것도 선수촌 직원들 몫이다.특히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선수촌 내 관련 편의물품 예산을 줄이면서 각종 편의 물품 부족과 하자 등에 따른 민원도 속출하고 있다.김만기 평창올림픽선수촌 국장은 “안전과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업무에 관련 인력들이 업무 과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이동편집국/김도운

▲ 풀러의 선수촌 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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