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안되는 게 없다고 한다.우리 속담에 ‘돈은 귀신에게 춤을 추게 한다’는 말이 있고,중국 속담에는 ‘돈은 귀신에게 맷돌을 돌리게 한다(錢讓鬼神推磨)’는 말도 있다.서양에도 비슷한 속담이 있는데 ‘돈은 귀신에게 말을 하게 한다(Money make ghost speak)’는 말이 그렇다.돈은 귀신도 부릴 만큼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얘기다.실제로 돈이 사람의 수명과도 상관관계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주목을 끈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달렸다고 하지 않았던가.돈이 수명까지 좌우한다면 이보다 억울한 일이 있을까.최근 한국건강형평성학회가 서울에서 개최한 ‘지방자치시대 건강불평등,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열었는데 수명과 돈의 관계가 확인됐다.이날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국 252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소득상위 20%가 소득하위 20%에 비해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모두 높았다.

평균수명은 상위그룹이 하위그룹보다 6.6년이 길었고,건강수명은 11.3년이나 긴 것으로 조사됐다.결국 돈 있는 사람이 실제로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뜻이다.최근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나면서 사는 동안 건강을 유지하는 건강수명에 대한 관심이 높다.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는 삶의 질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다.두 수명 사이의 격차가 클수록 노년에 병치레하는 기간이 그만큼 길다는 것을 의미한다.

돈에 의해 수명과 삶의 질이 좌우된다는 사실은 지역적 경향성을 통해서도 확인된다.재정자립도가 높은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희비가 갈렸다.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가 가장 큰 전북은 16.8년이나 됐다.반면 서울은 13.6년으로 가장 짧았다.재정자립도가 60~80%에 이르는 수도권과 20~30%에 불과한 비수도권이 대비됐다.소득이 적은 주민,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가 그만큼 건강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중앙과 지방간의 소득과 정보격차가 건강격차와 맞물린 것이다.이런 경향은 다른 지표에서도 같았다.지난달 질병관리본부가 ‘2017년 지역사회건강조사’를 내놓았는데 금연 절주 걷기 등 건강생활실천율의 경우 서울이 41.1%로 최고,강원도가 20.8%로 최저였다.저소득일수록 음주 흡연의 나쁜 습관과 스트레스에 취약했다고 한다.서울과 지방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은 곧 생명권을 지키는 일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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