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이 본 남북정상회담
이상국 시인
2018년 4월27일 오전 9시30분.전 세계의 눈과 귀가 지켜보는 가운데 판문각을 내려온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영접을 받으며 분단과 휴전의 상징인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었다.나는 숨이 멎을 듯한 긴장과 흥분이 아니라 기쁨과 반가움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북한 정상으로는 최초의 남으로의 월경이었다.이어 김정은 위원장의 제의로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다시 보여준 월남과 월북의 상징적 의미는 군사분계선이 넘지 못할 마의 선이 아닌 콘크리트 구조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도 남는 것이었다.
흔히 회의는 춤춘다고 한다.그러나 그들은 춤추지 않았다.남쪽 정상은 겸허했고 북쪽 정상은 진지했다.그들에게는 통역이 필요없었다.남북은 비핵화와 종전,평화와 공존에 동의했고 그것은 우리 민족과 세계의 여망을 담아내는데 부족하지 않았다.그리고 대표단은 두차례의 회담을 마치고 만찬장으로 향했다.때가 되면 사람은 먹어야 한다.그리고 오늘 같이 큰일을 한 날은 평양냉면이든 서울설렁탕이든 든든하게 먹는게 좋다.그리고 후일을 기약하며 문배주로 자축과 위로의 건배사를 남기는 것도 좋은 일이다.
복사꽃,살구꽃은 졌지만 한반도의 봄은 이제부터다.우리가 누구인가!식민지,해방,분단,전쟁,혁명,쿠데타,군사독재,광주를 거쳐 여기까지 왔다.문자 그대로 내외의 질곡을 다 겪고도 오뚝이처럼 일어선 국가이다.이제는 남의 간섭이나 눈치를 안보고 한반도에서 번영해야 할 권리가 있다.그러나 살얼음을 딛는 것처럼 조심스럽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어떠한 난관과 함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그런 실패와 좌절을 겪어왔고 내외의 평화와 공존을 원치 않는 세력도 엄존하고 있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남북 회담에 이은 북미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어떤 형태로이던 북한과의 공존을 위한 평화체제가 정착돼 민족의 새로운 활로가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나는 정치가도 아니고 시사평론가도 아닌 한낱 시인이니 이쯤에서 시인으로 돌아오자.나는 언젠가 새마을호를 타고 옥천으로 시낭송을 하러가는 길에 깜박하고 영동까지 가서 낭패를 본적이 있었다.바라건데 그리 머잖은 날에 동해북부선이 이어져 한날 속초에서 기차를 타고 단천에 가서 냉면이나 먹고 온다는게 정신을 어디두고 원산에 가 내리는 일이 안벌어진다고 할 수는 없다.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거기서 하룻밤을 묵어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