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노천명 선생은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렀다.산천은 신록이 짙어가고 바다 또한 그 초록을 더해가는 때다.아마도 안으로 생명의 기운이 충만하고 밖으로 그 화려가 정점을 향하는 시절에 어울리는 작명이다.소설가 정비석 선생은 “오월은 푸른 하늘만 바라보아도 가슴이 울렁거리는 희망의 계절”이라고 했다.또 “피어나는 장미꽃만 바라보아도 이성이 왈칵 그리워지는 사랑의 계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5월은 일 년 열두 달 가운데 예찬과 수사(修辭)가 가장 많은 달이 아닐까.하루건너 하루 꼴로 각종 절기와 기념일이 빼곡히 들어있다.그 가운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기념일이 많은데 그만큼 자연이 무르익고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호시절이라는 얘기다.그래서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도 한다.내일(5일)이 어린이 날이고 8일은 어버이 날이다.15일은 스승의 날이고 21일은 부부의 날이자 성년의 날이다.

가정이 화목하고 안정돼야 모든 일이 잘 된다고 한다.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말이다.집집마다 가훈(家訓)이라는 것이 있는데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은 대표적 문구가 될 것이다.명심보감 ‘치가(治家)’편에 “자식이 효도하면 어버이가 즐겁고 집안이 화목하면 만사가 이루어진다(子孝雙親樂 家和萬事成)”는 대목에 등장하는 말이다.여기에는 가정이 화목해야 한다는 전제와 그 화목의 방법론까지 들어있다.

당연하지만 가정의 화목을 효도와 결부시켜놓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 볼만하다.효도를 백행(百行)의 근본이라고 하는 것도 이 같은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본다.그러나 가정의 화목이라는 것은 저절로 지켜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이 평범하고 당연한 가치가 말처럼 쉽게 이뤄지는 게 아니다.여러 요인 때문에 가정이 한 곳에 모여 사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이 요즘의 가정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가화만사성’ 다음은 “때때로 불이나는 것을 방비하고 밤마다 도둑이 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時時防火發 夜夜備賊來)”는 구절이다.화목한 가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부모를 공경한다는 것은 마음의 근본을 세우는 일이다.이런 중심이 서야 가정의 안정이 온다.아이가 밝게 자라고 부모를 공경하고 스승을 존경하며 부부사이가 더 좋아지는 5월이 되길 바란다.가정의 건강도는 공동체를 지탱하는 큰 자본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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