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없는 출산율 추락…정책 넘어 ‘ 공동체 회복’ 우선
도내 22개 읍·면·동 올 1분기 출생아 ‘0’ 지난해 1만명선 붕괴
저출산시책예산 증가 불구 출산율 감소 속도 못 당해
마을공동체·공동육아 등 장려금 지급과 병행 필요

▲ 전북 완주군은 민간 주도의 완주공동체지원센터와 육아품앗이 활동인 공동육아나눔터 등의 지역공동체 사업을 펼쳐 호응을 얻고 있다.
▲ 전북 완주군은 민간 주도의 완주공동체지원센터와 육아품앗이 활동인 공동육아나눔터 등의 지역공동체 사업을 펼쳐 호응을 얻고 있다.
‘한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이는 전통적으로 ‘엄마’에게 몰린 우리나라의 육아현실을 고려할 때 의미하는 바가 크다.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이른바 ‘독박육아’를 꼽을 수 있다.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편과 가족,나아가 마을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공동체의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강원도민일보는 지난해부터 연중캠페인 ‘아기울음소리 세상웃는소리’를 기획,저출산·고령화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올해도 미래를 이끌어 갈 아이들을 키우기 위한 국내·외 자치단체의 실천사례와 지역주민들의 노력을 발굴해 총 10회에 걸쳐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마을’의 해법을 모색해 본다.

■ 출산율 갈수록 하락

올 1분기(1~3월) 단 한명의 아이도 태어나지 않은 도내 읍면동은 행정안전부 인구통계상 모두 22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신생아가 불과 한명에 그친 읍면동도 양구 해안,정선 신동,영월 주천,삼척 가곡,원주 지정 등 5곳에 이른다.이들 지역은 저출산의 악순환 속에 지역소멸의 속도가 한층 빠르게 진행될 우려를 낳고 있다.지난 한해 강원도에서 태어난 아이는 9000명에 불과하다.이는 역대 처음으로 인구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출생아 1만명선’ 붕괴가 현실화된 수치다.특히 5년전인 2012년도와 비교해도 신생아수가 2만4000여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돼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출산율에 좀처럼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올들어서도 1분기 강원도에서 태어난 아이는 총 2400여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1월 900명,2월 800명,3월 700명 수준으로 매월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인구절벽’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그나마 도내 가임기 여성(15~49세) 한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TFR)은 올 1분기 1.21명으로,전년도 같은 기간(1.18명)에 비해 다소 반등했지만 2016년도 평균출산율(1.24명)에 못 미친다.

전국 평균출산율은 더욱 심각하다.지난 한해 1.05명에 그친 우리나라 출산율은 올 1분기에도 역대 최저치인 1.07명을 기록했다.이는 전년도 1분기(1.17명)와 비교해도 0.1명 감소해 이 추세대로 가면 올 연말 ‘1.0명대 출산율’ 마저 깨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인구 빨대효과’를 누리고 있는 수도권과 대도시가 저출산의 감소의 주원인지역으로 분석되고 있다.

■ 실효성 떨어지는 저출산대책

정부는 지난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한 이후 5년단위로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그 동안 예산도 막대한 규모가 투입됐다.

2006~2010년 1차 대책에는 19조7000억원,2차(2011~2015년) 60조5000억원,2016~2017년 43조9000억원의 예산이 사용됐다.지난 11년간 총 124조여원이 출산대책으로 사용된 셈이다.하지만 이 기간 출산율은 2006년 1.12명에서 지난해 1.05명으로 오히려 곤두박질쳤다.

강원도 역시 지난 해 저출산시책예산으로 총 95억여원을 편성,집행했다.관련예산을 전년도 보다 10% 가량 늘렸지만 출산율은 1.13명으로 1년새 0.11명 줄었다.2007년 1.35명 이후 최저수준이다.저출산 정책과 예산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특히 도는 지난 해 저출산·고령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기획조정실 내 인구정책팀을 신설해 기존 보건복지여성국에서 총괄하던 저출산·인구감소대책 업무를 이관했다.하지만 조직내부에서 조차 현장과 정책의 이원화로 인한 업무혼선이 초래되고 있다며 조직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 마을공동체 회복이 관건

최근 군 단위 지역 중 저출산 장기대책을 통한 인구 안정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자체가 전북 완주군이다.완주군의 출산율은 전북지역 평균 1.35명 보다 월등히 높은 1.69명에 달하고 출생아수는 지난 2014년 797명에서 2015년 902명으로 급등했다.지난 해 지방행정연구원이 분석한 ‘저출산·고령화에 의한 지방소멸 분석’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지역으로 꼽혔다.이 같은 성과는 표면적으로는 369보육프로젝트,산후조리 건강프로젝트,해피맘 파원맘 출산교실 등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에 전국 최초의 청년기본조례 제정 등을 들 수 있다.하지만 이보다 지난 2008년부터 가동된 ‘완주공동체지원센터’의 기능이 눈에 띈다.센터는 완주군 행정조직과 지역주민의 중간지원기구로,지역사회의 육아문제 등 공적고민을 민간주도로 풀어내 공직사회의 경직된 저출산 및 인구정책을 극복해나가고 있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충북 단양군 역시 지난 2016년부터 마을 주민이 함께 도와 육아 부담을 사회적 분담으로 경감시켜주는 아이 키움 온(溫) 마을 사업을 시행해 호응을 얻고 있다.이 사업은 저출산 극복 경진대회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정영모 한양대 교육복지정책중점연구소 연구교수는 “우리나라의 저출산정책은 ‘돈을 지급하면 아이를 낳을 것이다’라는 착각 속에 빠져있었다”며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을공동체와 공동육아나눔터의 활성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시했다.정 교수는 이어 “마을공동체 회복은 가정 내에서 여성에게 쏠린 보육의 의무를 지역사회와 국가로 확장시켜 저출산의 악순환을 극복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창현·최유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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