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푀르스콜라(어린이집+유치원)’ 공보육 질 높아 부부 평등하게 일·육아 참여
어린이집과 유치원 결합 형태
푀르스콜라 모두 지자체 운영
회사와 상의 근무시간 조정
스웨덴선 낯설지 않은 광경
기본아동수당 16세까지 지급
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것
여성 출산·육아휴직 의무화
아빠육아휴직 의무 사용제도
사회적 환경 조성 저출산 극복

▲ “육아는 사회 전체가 함께 하는 것” 스웨덴 말뫼시에 거주하는 송지영·헨릭 니만씨 가족이 지난달 17일 말뫼시의 한 실내놀이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직장을 다니며 세 자녀를 키우는 송씨 부부는 “육아는 사회 전체가 함께하는 것이라는 합의가 육아천국 스웨덴의 비밀”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말뫼/한규빛
“육아는 사회 전체가 함께 하는 것” 스웨덴 말뫼시에 거주하는 송지영·헨릭 니만씨 가족이 지난달 17일 말뫼시의 한 실내놀이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직장을 다니며 세 자녀를 키우는 송씨 부부는 “육아는 사회 전체가 함께하는 것이라는 합의가 육아천국 스웨덴의 비밀”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말뫼/한규빛
 

저출산의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유독 북유럽권 국가들은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이들 국가중 스웨덴의 출산율은 2016년 기준 1.85를 기록,지난 해 우리나라 출산율 1.05명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이에 본지 취재팀은 최근 홍콩상하이은행(HSBC)가 실시한 ‘2016 해외거주자 의식 조사’에서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나라 1위에 오른 스웨덴 현지가정을 방문,육아환경과 보육정책의 비밀을 들여다봤다.스웨덴 취재기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가족이 최우선인 사회

송지영(37)씨와 스웨덴 국적의 남편 헨릭 니만(40)은 지난 2009년 결혼 이후 스웨덴 남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말뫼(Malmo)로 이주했다.송씨 부부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 다니며 세자녀를 키우고 있다.자녀들은 첫째 송이안(6)군을 시작으로 민나(4),모아(1)양까지 육아의 손길이 가장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이안군이 다니는 초등학교와 민나,모아양이 다니는 푀르스콜라(우리나라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결합된 형태의 예비학교)는 모두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립 시설로,집에서 5~10분 거리에 위치한다.스웨덴 내 공립 푀르스콜라 비율은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며 부모 부담액이 유치원 운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이다.송씨는 “공립이 대다수인데다 사립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공보육 질이 높아 부모가 안심하고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안군이 초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아이들의 등·하교(원) 시간이 달라지자 부부는 회사 매니저와 상의해 근무시간을 조정해 서로의 역할을 분담했다.월·화·목요일에는 송씨가 이안군을 오전 8시20분쯤 학교에 데려다주고 9시쯤 출근하면 출근 시간을 미룬 니만씨가 민나와 모아양을 오전 9시30분까지 푀르스콜라에 데려다주고 10시까지 출근하는 식이다.대신 일찍 퇴근한 송씨가 아이들 하원을 맡는다.수·금요일에는 둘의 역할을 바꾼다.사회의 최우선 가치가 ‘가족’과 ‘육아’에 맞춰져 있고 ‘아빠 육아’가 일상인 스웨덴이기에 가능한 일이다.니만씨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근무시간을 변경하는 것이 스웨덴에서는 그리 낮선 광경이 아니다”라며 “가족을 위한 일이라면 기업을 비롯한 사회 전체가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 아이 돌보는 역도선수 포스터 ‘아빠 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역도 선수 레나르트 달그렌이 아이를 돌보는 모습을 담은 1970년대 스웨덴 정부의 캠페인 포스터. 사진 제공=스웨덴 사회보험청
▲ 아이 돌보는 역도선수 포스터 ‘아빠 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역도 선수 레나르트 달그렌이 아이를 돌보는 모습을 담은 1970년대 스웨덴 정부의 캠페인 포스터. 사진 제공=스웨덴 사회보험청
 

■평등이 만든 육아천국

육아천국 스웨덴은 스웨덴의 정신이자 궁극적인 지향점인 ‘평등’에서 출발한다.부부가 평등하게 일과 육아에 참여하고 모든 아이들이 공평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평등’을 위한 노력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든 것이다.특히 지난 1995년 도입된 아빠 육아휴직 의무사용제는 여성에게 쏠린 육아 책임을 부부가 공평하게 분담하고 여성을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아빠 역시 육아의 가치와 기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스웨덴 정부는 1974년 세계 최초로 부모보험제도를 도입해 출산·육아 등으로 인한 휴직 기간에도 부모 모두 소득의 80%를 보전받을 수 있도록 경제적 토대를 마련했으며 이후에는 아빠의 육아휴직 의무화와 함께 스웨덴의 역도 선수 레나르트 달그렌이 아이를 돌보는 포스터를 배포하는 등의 인식 개선 캠페인을 전개해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켜 나갔다.

니만씨 역시 세 아이가 태어난 직후 각각 10개월,8개월,8개월의 육아휴직을 사용해 아이들을 돌봤다.니만씨는 “우리 윗세대만해도 ‘아빠 육아’가 익숙한 풍경은 아니었으나 아빠들이 아이를 직접 돌보는 시간을 의무적으로 갖게 되며 육아 책임을 남녀가 나누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며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일하는 것보다 결코 쉽지만은 않았지만 아이들과 동고동락하며 친밀한 정서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내게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Untitled-2.jpg

■출산·육아 부담 ‘제로’

스웨덴은 여성의 출산·육아휴직 또한 의무화해 엄마들이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 없이 충분히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휴직 기간 또한 무급과 유급을 선택해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이 때문에 2016년 기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한국이 10명 중 5명(52.1%)에 그친 반면 스웨덴은 10명 중 7명(69.7%)에 달할 정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송씨는 “스웨덴에 ‘경단녀(결혼과 육아로 직장 경력이 단절된 여성)’란 없다”고 강조한다.송씨는 이어 “출산과 육아가 ‘책상 없어지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임신했다는 말 꺼내기조차 어려운 한국 노동사회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임신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관리자들의 반응이 처음에는 당혹스럽기까지 했다”며 “스웨덴에서 출산과 육아에 있어 모두가 같은 혜택을 당연히 보장받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질 높은 공보육의 비중을 대폭 늘리고 자녀가 16세가 될 때까지 매월 1050크로나(한화 13만원 가량)의 기본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등 아동수당 제도도 촘촘하게 마련돼 있어 육아에 드는 경제적 부담도 ‘제로’에 가깝다.송씨는 “무엇보다 나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남편,나아가 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실천이 느껴지는 것이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그는 “스웨덴에서 일하면서 세 자녀를 키우는 것은 그리 특별하거나 힘든 일이 아니지만 육아의 부담이 대부분 여성에게 쏠려있는 한국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며 “여성이 출산과 육아의 부담을 느끼지 않고 원한다면 일하면서도 얼마든지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저출산 극복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스웨덴 말뫼/최유란·한규빛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