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어촌의 변신, 현장을 가다
주민들 유별난 어촌 사랑 속
해설이 있는 어촌체험 유명
배낚시·스쿠버다이빙 가능
온라인 적극 활용 마을 홍보
백사랑 솔숲 갯바위도 한몫



#장면 1=동해안 대표 먹거리인 ‘물회’를 맛보려는 식도락 관광인파가 평일에도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지 성수기 주말·휴일 식사 때는 대도시 도심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싱싱한 물회 한그릇으로 입맛을 되살린 관광객들은 항구와 바닷가 주변에 즐비한 커피 전문점을 찾아 ‘커피도시’의 향에 빠져든다.조금만 눈을 돌리면 만나게되는 짙푸른 송림과 기묘한 형상의 갯바위,은모래 백사장이 한폭의 그림을 펼쳐 놓은 듯 눈부시다.



#장면 2=구명조끼에 카우보이 모자를 챙겨 쓴 낚시 관광객 10여명이 어선을 타고 바닷바람을 가른다.10여km를 달렸을까.배가 닻을 내리더니 관광객들이 검푸른 바다위로 앞다퉈 낚시대를 던진다.눈을 돌려 육지를 바라보니 경포와 사천 해안선은 물론 오대산,대청봉 등의 백두대간 영봉도 한눈에 들어온다.이어지는 함성과 박수.열기(불볼락)와 가자미,대구,광어,놀래미 등 동해바다가 키운 다양한 어종의 물고기들이 심심할 틈 없이 힘찬 입질로 즐거움을 선사한다.그 사이 배 위에서는 작은 잔칫상이 준비된다.방금 건져올린 가자미 한마리가 어느새 쫄깃쫄깃한 회로 변신해 초고추장과 함께 낚시의 주인을 기다린다.귀가길,낚시 관광객들의 손에는 바다가 안겨준 ‘전리품’이 한가득이다.



#장면 3=한떼의 관광객들이 항구에서 25인승 버스에 오른다.배 낚시 예약을 했다가 태풍 때문에 출항을 못한 관광객들이다.항구를 벗어난 버스는 하늘아래 첫동네인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고랭지 채소재배단지와 3000개 돌탑으로 유명한 ‘모정탑길’ 공원,허균·허난설헌 유허지 등을 돌며 문화투어길에 오른다.


물회 맛있다고 왔다가
푸짐한 이야기·체험에 멋있는 추억 먹고 가요


강릉시 사천면 사천진리 어촌마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동해안 대표 해변인 ‘경포’에서 북쪽으로 10여㎞를 달려 만나게 되는 사천진리 마을은 ‘어촌특화마을’이라는 간판을 자랑처럼 내걸고 있다.200여세대 400여명 주민들은 바다와 항구,어촌에 대한 자부심이 유별나다.사천진리 어촌특화마을 박성호 대표(이장)는 “어업인들이 물고기를 잡는 일상,부부 어업인이 항구 한켠에서 그물을 터는 평범한 하루가 모두 관광자원이 되는 동해안 최대 체험관광어촌+미항(美港)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어촌특화마을 변신

2018년 7월의 사천진리는 어촌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모델이다.50여척(5t미만) 어선이 어업에 나서고,멍게(우렁쉥이)와 가리비 등의 양식장도 주요 소득원이다.바닷속은 70%가 모래,30%가 암반이다.덕분에 잠수 포인트가 즐비하고,‘해녀’들 물질 모습도 심심치않게 목격할 수 있다.

바닷가는 한폭의 동양화를 걸어놓은 듯 하다.은모래 백사장과 솔숲,기묘한 형상의 갯바위가 마치 동양화 전시장에 들어선 듯 나그네를 유혹한다.뗏장바위와 교문암은 ‘홍길동전’을 지은 교산(蛟山) 허균(1569∼1618년)의 스토리를 품고 있는 명물이기도 하다.사천항은 지금 해양레저 천국으로 통한다.2000년대 들어 일찌감치 동해안 요트 ‘메카’로 자리잡았고,요트세일링과 스쿠버다이빙,서핑,스노클링,바다낚시,전통 자망어업체험 등이 연중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마을이 처음부터 관광어촌으로 주목을 끈 것은 아니었다.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지극히 평범한 어촌마을은 지난 십수년간 주민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관광어촌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이동철 강릉원주대 교수는 “2006년∼2007년에 즈음해 ‘물회 마을’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요트와 스쿠버다이빙,배낚시 등의 바다체험이 어촌관광자원으로 부각되면서 관광어촌 발전에 날개를 달았다”며 “어촌체험관광에 승부를 건 어업인과 주민들의 노력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사천진리는 ‘해설이 있는 어촌체험’으로 더 유명하다.마을의 살림꾼인 김세중 사무국장(오션플레이호 선장)이 전통어업과 바다 환경,어촌문화에 이르기까지 푸짐한 얘기 보따리를 풀어헤친다.관광객들이 배낚시와 자망어업 체험 등을 하는 중에도 해수면의 공기가 얼마나 좋은지,어업인들이 물고기를 어떻게 잡는지 등에 대한 해설이 그칠새없이 이어진다.인터넷 공간에 ‘밴드’를 운영,그날그날의 어촌체험 상황과 어황,관광자료 등을 공유하는 것도 사천진리 어촌특화마을의 강점이다.

사천진리 박성호 대표는 이 같은 성공 사례를 지난해 어촌체험마을 전국대회에서 발표,큰 상을 받기도 했다.

▲ 사천진리 어촌특화마을을 찾은 체험관광객들이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고 있다.
▲ 사천진리 어촌특화마을을 찾은 체험관광객들이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고 있다.
■관광어촌 기대와 과제

사천항을 동해안 최고의 명품 관광항으로 만들려는 주민들의 노력은 중단이 없다.올 여름 사천항은 또 한번 변신을 준비중이다.박성호 대표는 “7월 21일과 8월 4∼5일에 선상음악회를 개최,한여름의 흥을 더하면서 매달 1차례씩 음악회를 정례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변 ‘벤치 거리’ 조성사업도 올해 사천진리 마을이 야심차계 준비하는 관광사업이다.‘연인의 추억’,‘사천해변의 추억’,‘가족의 추억’이라는 소주제로 바닷가에 벤치거리를 조성,사천항을 찾는 관광객들이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천진리는 또 강릉원주대 부설 강원어촌특화지원센터(센터장 김상무 교수)의 지원 아래 홈페이지 구축과 주민 역량강화교육,꾸러미 장터 등의 다양한 사업을 진행중이다.‘꾸러미 장터 사업’은 오징어,가리비,미역 등 마을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해산물을 주문 판매하는 특화사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마을이 이처럼 다양한 발전책을 강구하는 것은 서울∼강릉 KTX 고속철도 개통 등 접근성 개선으로 관광발전 기대가 한층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인승 낚시관광어선(보천호)을 운영하는 김광식 씨는 “예약이 많아서 배를 1대 더 구입하려고 한다”며 “관광어촌 발전은 앞으로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원주대 이동철 교수는 “사천진리는 먹거리(물회)와 즐길거리(체험)가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곳”이라며 “늘어나는 방문객 수용을 위한 주차장 확충,항구 주변의 쓰레기 수거 대책 강화,노후 건물 정비 등의 보완책이 마련된다면,동해안 어촌특화 발전의 모델이 될만하다”고 평가했다. 최동열·구정민



>>>식사시간 사천항이 붐비는 이유는?

진입로 따라 물회마을, 자연산 해산물 사용


사천진리는 ‘물회’로 이름난 곳이다.

항구 진입로에는 ‘물회 마을’ 입간판이 자랑처럼 서 있다.동해안 바다 맛,물회를 현지에서 맛보려는 식도락 관광인파가 꼬리를 물면서 항구 주변은 식사 때만 되면 도심 한복판처럼 붐빈다.전국적 명성이 자자한 유명 물회집이 둥지를 틀면서 사천항은 ‘물회’ 명소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현재는 항구 주변 물회집이 모두 21곳으로 늘었다.이들 물회집을 품고 있는 사천항 일대는 지난 2018년 동계올림픽 때 특산음식먹거리촌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사천진리 물회는 거의 대부분 마을 앞바다에서 생산되는 자연산 해산물로 만들어진다는 특징이 있다.이곳 물회는 전국 요리대회에서도 검증된 별미다.지난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 주관으로 열린 전국 수산물요리 경진대회에 사천진리 어촌계 이름으로 출전,최우수상을 수상하더니 이듬해에는 최고상인 대상을 받고,매스콤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최동열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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