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가 주는대로’ 넘어 ‘ 바다를 주도하는’ 관광어촌 본보기
‘동해바다 정원’으로 불리는
갯바위·바다 어우러진 미항
투명카누·스노클링·요트 등
체험 프로그램 다채로 유명
어촌계, 영어조합법인 발전
체험 프로그램 운영·관리
숙박시설 확충·외국인 유치
'체류형 관광어촌' 최종 목표

오감만족 어촌체험 ‘국민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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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면 바다에 나가 물고기 잡고,해산물을 채취해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평범한 바닷가 마을이 있었다.그렇게 바다에 기대어 부족한대로 사는 것이 어촌마을의 한계이고,숙명인 줄 알았다.그런데 그 마을이 지금 관광·체험어촌으로 새 지평을 열고 있다.학생 수학여행단에서부터 가족 단위 관광객까지 사시사철 체험관광객들이 끊이지 않고,마을앞 항구는 정부가 지원하는 ‘아름다운 어항 만들기’ 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발전적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어업인들의 소득이 눈에 띠게 늘어나고,삶의 질이 향상된 것은 당연지사다.양양군 손양면 ‘수산어촌체험마을’.일반인들에게는 보통 수산항 마을로 통하는 이 마을에 어촌·어업 발전의 이정표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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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촌의 변화-희망을 일구다


수산항은 흔히 ‘동해바다의 정원’으로 통한다.갯바위와 청정 바다가 어우러지는 미항(美港)의 아우라가 그만큼 탁월하다는 뜻이다.수산항은 지난 2013년 해양수산부 어촌체험마을로,이듬해인 2014년에는 ‘국제관광어촌 체험 시범마을’로 추가 지정됐다.국제관광어촌체험마을은 외국인 관광객의 관광 프로그램 다변화를 통한 만족도 제고와 국제관광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어촌으로,당시 선정된 어촌은 전국 5곳에 불과했다.

수산항 어촌체험은 다채롭기로 유명하다.스노클링에서부터 투명카누,펀보트,카약,배낚시,승선 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매년 4월∼11월까지 운영된다.수산항에 사무실을 둔 강원도요트협회와 협약을 통해 해양레저의 꽃인 요트 세일링 체험도 가능하다.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문어빵,해초비누,미역쿠기 만들기 등의 이색체험이 곁들여지는 것도 체험 매력을 더한다.수산항의 유료 체험 참여객은 지난해 기준 연간 2만명을 넘어섰다.지난 2016년에 1만명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최근의 체험객 신장세에 주민들 스스로도 놀랄 정도다.어촌어항협회 자료에 따르면 항구 경관을 구경하고,물회 등 수산 먹거리를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까지 더하면 전체 관광객은 지난해 기준 15만2000여명에 달했다.

최근에는 현장체험,수학여행 등의 학생 방문단이 부쩍 늘고 있어 더욱 고무적이다.올들어서도 지난 5∼6월에도 1120명의 학생 체험객이 다녀갔다.수산어촌체험마을 엄종희 사무장은 “10여년 전에 쏠비치 호텔&리조트와 골든비치 골프장이 인근에 들어서면서 관광여건이 한층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했고,변화에 발맞춰 어촌체험관광지로 변신을 시도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수산어촌체험마을이 새롭게 선보인 특산별미인 ‘째복 비빔밥’.
▲ 수산어촌체험마을이 새롭게 선보인 특산별미인 ‘째복 비빔밥’.

■ 주민이 주도하는 어촌발전

수산항의 어촌체험은 주민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수산리 어촌계는 지금 일종의 마을 기업인 영어조합법인체로 발전했다.34명 어촌계원들이 너나없이 수산항과 어촌체험프로그램을 움직이는 CEO이면서 직원인 셈이다.영어조합법인은 어촌체험 등을 통해 발생하는 순수익 가운데 20%는 적립하고,일부는 차기연도 예산으로 남겨 둔 뒤 나머지를 어촌계원들이 균일 배당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령 등의 이유로 어업현장에서 물러나면 일정액의 퇴직금도 지급된다.

수산항 어업인들은 또 매달 11일을 공휴일로 정해 지키고 있다.바다에 무슨 쉬는 날이 있겠냐고 반문할수도 있으나 수산항에서는 매달 11일이 조업을 하지 않는 날이다.대신 어업인들은 항구 대청소를 하고,총회를 열어 지난 한달 간의 운영 성과와 잘된 점,잘못된 점을 토의한다.공휴일에 출어를 하거나 총회에 참석하지 않는 어업인에게는 자체 벌금 등의 제재가 따른다.권영환 어촌계장(수산어촌체험마을 대표)은 “어업인 모두가 직접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운영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고,마을환경을 개선해야 주인의식과 공동체 협력의 미덕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수산어촌체험마을을 찾은 전국 각지 학생들이 투명카누와 스노클링 등의 바다체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 수산어촌체험마을을 찾은 전국 각지 학생들이 투명카누와 스노클링 등의 바다체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 수산항이 꿈꾸는 어촌의 미래

수산항의 변신은 계속 ‘현재진행형’이다.매년 10월에는 양양연어축제와 연계해 사흘간 수산항 바다체험축제가 판을 펼친다.지난해에는 강릉원주대 부설 강원어촌특화지원센터의 자문·지원 아래 마을의 특산먹거리로 ‘째복 비빔밥’을 출시,별미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내년까지 진행되는 ‘아름다운 어항 만들기’ 사업은 수산항이 제2의 도약을 하기위한 디딤돌 사업으로 기대를 모은다.287억원의 국비가 투입되는 대단위 국책사업을 통해 친환경산책로,보행교,수상 휴식공간 등이 새롭게 조성되면,수산항은 우리나라 대표 어촌체험·휴양마을로 발전에 날개를 달 것으로 기대된다.

수산어촌체험마을의 최종 목표는 ‘체류형 관광어촌’이다.이를 위해 학생 수학여행단 등이 단체로 묵어갈 수 있는 숙박시설 확충 등의 후속 대책이 절실하다.양양공항 활성화와 함께 중국인 어촌체험객 유치 확대도 지역적 과제다.김상무 강원어촌특화지원센터장은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으로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수도권 체험객 증가는 현실이 되고 있다”며 “편의시설을 확충하고,청정 바다를 보유한 국제관광어촌체험마을의 이점을 살려 중국인 체험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동열·이서영


“어촌체험 관광 활성화, 바다자원 고갈 대안적 해결책 가능”

인터뷰 - 권영환 어촌계장

“동해안 어촌마을의 미래는 밝습니다.접근성 개선에 힘입어 국민 휴식공간으로 거듭날 것으로 확신합니다.”

양양 수산어촌체험마을 발전을 이끌고 있는 권영환 어촌계장은 “어촌체험과 관광발전이 동해바다 자원활용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소득 향상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권 계장은 어촌체험관광 활성화가 바다자원 고갈의 대안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체험·관광을 통해 어업외 소득이 늘어나고,부촌(富村)이 된다면,바다의 어획강도는 그만큼 낮아지고,그것은 결국 어족자원 보호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동해안 어촌이 대부분 유사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대해서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치열한 경쟁을 통해 각각의 어촌마을이 마을별로 차별화된 체험 프로그램을 더욱 발전시키게 된다는 논리다.

권 계장이 추구하는 어촌발전은 궁극적으로 어촌의 복지 증진과 삶의 질 향상으로 귀결된다.어촌체험 소득이 더욱 증대되면,생활여건을 개선시키고,어업인과 노인복지 및 편의시설을 확충,어촌에서 편안하게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9년부터 10년 째 어촌계장을 연임하고 있는 권 계장은 바다가 삶 자체인 수산인이다.주문진수산고를 졸업한 뒤 스페인 등지에서 원양어선 선장으로 일했고,귀국후에는 고향마을에 정착,어업과 어촌체험마을 발전에 열정을 바치고 있다.지난 2014년에는 해양수산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때 명태살리기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직접 발표,정부 차원의 명태 살리기 사업을 현실화시킨 일화도 유명하다.지난달 강원도 어촌체험마을연합회 회장을 맡은데 이어 내년부터는 전국어촌체험마을엽합회장으로 활동 보폭을 넓히게 된다. 최동열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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