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등 이따금씩 오가는 아이들 보면 신기해”

삼척시내에서 한참을 달려 들어간 노곡면 일대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보이는 상점이 덩그러니 어색하게 자리하고 있다.주변에는 사람이 살고 있는지 의문스러운 작은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것으로 봐 과거 가장 번화가였음을 짐작하게 한다.유일하게 문을 연 작은 구멍가게를 들어서자 주인장은 낯선이의 방문에 놀람과 동시에 반가움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이어 취재진에게 질문 세례를 쏟아 낸다.오랜만에 사람을 만난듯한 모습에 신세한탄과 자식자랑으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자리를 떠나려하자 아쉬움 가득 묻어난 목소리로 더 머물다 가라고 재촉한다.상점 문 밖을 나서자 주인장은 애써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맨발로 뛰쳐나와 손짓하며 배웅한다.쓸쓸한 웃음기를 머금은 채 꼭 다시 오라고 인사를 건낸다.사람이 없는 곳,아무도 찾지 않는 곳,마을 사람들마저 사라지고 있는 이곳은 지방소멸이 이미 시작된 삼척 노곡면이다.

이미 시작된 지방소멸 가속화
삼척 노곡·가곡·신기,춘천 북산
지방소멸지수 가장 높아

삼척 노곡면 60대 3∼4명 막내축
0∼4세 2명 노곡분교 폐교
1월부터 매달 2명씩 마을 떠나

삼척 신기면 1년새 95명 줄어
공장 자동화 따라 인구 감소

춘천 북산면 특별한 산업 없어
십여년간 출생아 0명 기록


▲ [삼척 노곡면] 과거 동네에서 가장 번화가였다는 노곡면 하월산리 일대 사람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 [삼척 노곡면] 과거 동네에서 가장 번화가였다는 노곡면 하월산리 일대 사람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 사람이 그리운 그들

“이곳이 노곡에서 가장 번화가에요.” 60여년을 삼척에서 자랐다는 택시기사가 내려준 곳은 노곡면 하월산리.과거 동네에서 가장 번화가였다는 이곳에는 일대 사람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3대가 200년이 넘게 한 자리에서 슈퍼를 운영했 노곡슈퍼 주인장 변청자(76)씨는 “슈퍼로 5남매를 모두 키울 정도로 예전에는 장사가 잘 됐었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태어날 때부터 노곡면을 떠난 적 없는 변씨는 마을의 역사와 함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산증인이다.적적한 분위기의 이 마을 막내는 50대.60대도 3∼4명으로 막내축에 속한다.나머지 주민은 전부 70대를 넘는 고령 노인들이지만 이마저도 거동이 불편해지자 병원이 있는 삼척시내로 빠져나가고 있다.변씨는 “이따금 명절 때 지나가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 신기하고 귀여워 과자라도 하나씩 건낸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삼척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노곡면의 인구는 736명으로 이중 0∼4세 인구는 단 2명이다.전체 인구도 올들어 매달 줄며 지난 6월 전월(739명)대비 6명 줄었으며 1월부터 매달 평균 2명씩 마을을 떠나고 있다.구멍가게의 건너편에는 오래전 학생들로 붐볐던 운동장에 풀만 무성히 자라 스산한 분위기가 연출됐다.1930년 개교했던 노곡분교는 2016년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하고 폐교돼 사실상 마을에는 아이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 [삼척 신기면] 신기역사 주변에 더위를 피하려 나온 노인이 쓸쓸하게 앉아있다.오래전 사람들로 붐볐던 신기역사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다.
▲ [삼척 신기면] 신기역사 주변에 더위를 피하려 나온 노인이 쓸쓸하게 앉아있다.오래전 사람들로 붐볐던 신기역사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다.

■ 지방 소멸,지역 경제 쇠퇴의 길

강원연구원 인구지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도내에서 지방소멸지수가 가장 높은 곳에 삼척 노곡·가곡·신기,춘천 북산 등이 지목됐다.앞으로 곧 마을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삼척 신기면 대기리와 대이리는 지난달 기준 0∼14세가 인구가 단 한명도 없다.신기면 전체 0∼14세 인구도 24명 수준으로 전체 인구 656명 중 3.6%에 불과하다.연령대와 무관하게 전체 인구 감소세도 심화되고 있다.지난 6월 667명이었던 이곳은 지난달 한달만에 11명이 감소했으며 2015년 동기 대비 95명이 줄었다.연평균 30명이 넘는 인원이 감소하고 있는 셈으로 월 평균 2.5명이 줄고 있다.신기면의 경우 환선굴과 용대굴,시멘트 공장 2곳이 위치해 있지만 사실상 마을에 정주하는 인원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1989년 도계읍 신기리에서 신기면으로 승격할 정도로 과거에는 적지 않은 인구가 정주하는 동네였다.김준겸 신기면장은 “과거 신기면의 경우 공장 근로자들로 크게 인구 감소의 위험이 없었지만 최근 공장 자동화에 따른 직원 감소와 도로여건 개선으로 모두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마을 내 산업시설이 있지만 모두 출퇴근을 할 뿐 남아있는 사람은 없는 상황이다.이에 신기면의 올해 출생아는 지난달까지 1명에 그쳤다.이곳에서 매년 평균 1명이 태어나고 있지만 자연사와 전출 등 인구감소 추세를 볼때 소멸은 이미 시작됐다.

주말이면 환선굴을 방문하기 위한 관광객과 장터를 가기위해 장날이면 붐볐던 신기역은 역사만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인구 감소에 지역경제 상황까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신기면과 맞닿은 근덕면의 근덕장은 매달 끝자리 1일과 6일에 열렸지만 최근 방문객 감소에 잘 열리지 않고 하루 3번 유일하게 운영되는 시내버스 노선도 최근들어 감축될 상황에 처했다.이미 삼척터미널에는 춘천,서울,김포공항,부산 등 특정 시간대 운행 중단 안내문을 내걸고 해수욕장 인근을 제외하면 사람이 찾지 않는 곳이 돼 버렸다.

▲ [삼척 북산면] 인구 소멸이 심화되고 있는 북산면사무소에는 마을주민들의 요구에 피임기구가 배치돼 있다.
▲ [춘천 북산면] 인구 소멸이 심화되고 있는 북산면사무소에는 마을주민들의 요구에 피임기구가 배치돼 있다.

■ 일자리가 없어 떠나는 사람들

위험 소멸지역으로 분류된 춘천 북산면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차량을 타고 춘천 시내에서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이곳에는 특별한 산업도,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사람도 없다.일대에는 주인없는 폐가가 곳곳에서 목격될 정도다.사실상 작은 규모로 농사를 짓는 소작농들과 낚시가 좋아 귀촌한 무직자가 대부분이다.특히 북산면 낙평리와 추전리,대동리는 2006년 출생통계가 작성된 이후 현재까지 십여년이 넘는 기간동안 출생아가 단 한명도 없었다.오항리는 2013년을 마지막으로 아이 울음소리가 그쳤다.함종범 북산면장은 “소득이 없는 가구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마을의 인구를 늘리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인구 소멸의 길로 걷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면사무소 입구에는 피임기구가 놓여있다.이 마저도 편의시설이 없어 마을 주민들의 요구에 배치했다.북산면 한 주민은 “자식을 낳아 기를 수 있는 돈벌이와 환경 등 여건이 받춰지지 않는데 누가 아이를 낳겠냐”고 말했다.특히 이곳은 소양강댐과 인접해 각종 규제가 묶여있고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가구도 적다.인구 증가와 활성화를 구축해야하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리적 환경과 지역상황에 일자리가 필요한 젊은 인구는 북산면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오랜만에 만난 방문객에 반가움도 잠시,취재진이 가게 문 밖을 나서자 노곡슈퍼 주인장 변청자(76)씨가 아쉬움에 맨발로 뛰어나와 배웅하고 있다.
▲ 오랜만에 만난 방문객에 반가움도 잠시,취재진이 가게 문 밖을 나서자 노곡슈퍼 주인장 변청자(76)씨가 아쉬움에 맨발로 뛰어나와 배웅하고 있다.

■ 인구소멸 위험지역 매년 증가

강원연구원은 2005년과 2015년을 비교해 도내 인구소멸 위험지역을 분석한 결과,강원도내 소멸위험지역은 읍·면·동 기준 2005년 53개에서 70개 지역으로 증가했으며 소멸 고위험지역은 18개에서 46개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3년이 지난 지금에는 이중 소멸이 이미 시작된 지역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분석됐다.지역 전체가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정선과 태백은 관광산업에 주력하고 있지만 전체 인구 감소세는 속도를 내고있다.지난 6월말 기준 정선의 전체 인구는 3만7934명으로 이중 0∼4세 인구는 전체의 2.2%인 859명에 그쳤다.0∼4세 인구의 경우 2017년 같은기간(966명)과 비교해 12% 줄었으며 2016년 동기(1089명)보다 26% 감소해 매년 100명 가까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중 지난 6월 기준 화암면과 신동읍 함백은 0∼4세 인구가 20명을 넘지 못했다.태백도 지난 7월 기준 전체 인구 4만5284명 중 0∼4세 인구는 1324명으로 2.9%를 기록했다.2017년 1479명,2016년 1641명,2015년 1800명 등 매년 150명에 가까운 출생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인구감소와 함께 수반된 일자리와 소득,산업까지 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다.사실상 오래전부터 소외됐던 지역들의 경우 지방소멸이 시작됐지만 강릉과 춘천,원주 등 도내 주요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다.인구 유입과 출생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소득과 연결되는 일자리가 없는 강원도의 구조상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강원도는 이미 지방소멸이 시작됐다. 김도운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