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로 떨어졌다.지난 1년여 동안 80% 안팎의 고공행진을 해 온 지지율이 20% 가량 급락 했다.전 정권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결과로 탄생한 것이 현 정권이다.전 정권의 몰락과 보수진영 패퇴의 기반위에 세워진 것이 지금의 정권인 것이다.문재인 정권의 일거수일투족은 실패한 정권의 거울에 비춰지면서 모든 게 득점으로 연결됐다.

지난 1년은 이런 약발이 잘 들었던 시기이고 그 힘이 정권을 뒷받침 했던 것이다.새로운 권력자의 친 서민 행보와 남북관계에서 보여 준 파격은 하나하나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고 신선하게 다가왔다.멋진 이벤트를 보는 것 같은 즐거움이 있었다.집권 초기 효과와 맞물리면서 높은 지지율이 가능했던 셈이다.지난 1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8주 연속 하락하며 58%를 기록했다.

이 지지도 역시 낮다고 말할 수 없고 오히려 초기의 거품이 빠지는 측면이 없지 않다.취임 1년여가 되는 시점에서 예상됐던 변화이기도 하다.그러나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하락의 추세와 배경일 것이다.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반전을 통해 국민의 정서를 움직이고 환호를 받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정치가 이렇게 꽉 막힌 국면을 타개하고 새 비전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것이 전부일 수는 없는 것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 이후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대한 부정적 평가도 12%에서 31%로 높아졌다.부정평가의 이유로는 ‘경제와 민생문제의 부진’(40%)을 꼽았다고 한다.정치가 거대 담론에 매달리는 동안 민생의 축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인 것이다.물론 진보정권의 독주체제에는 변함이 없다.제1 야당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정의당에도 추월당해 10%를 갓 넘는 수준이다.이런 독주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최근 국정지지도 변화는 현 정권은 물론 정치권 전체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결국 민생에 뿌리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지난 1년여 정부·여당은 상대가 없는 운동장에서 자유자재로 골을 넣고 갈채를 받았다.정상에는 오래 머물 수 없다.주역(周易)에서도 끝까지 올라간 용에게는 후회가 따른다(亢龍有悔)고 했다.정점에 선 자에게 필요한 것은 칼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성찰과 정도(正道),겸손과 절제일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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