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어촌 성공사례<상>
백가지 맛 천가지 재미 낚는 곳

경기도 화성시 ‘백미리 마을’은 어촌체험의 절대강자로 통한다.지난 2009년 해양수산부 주관 전국어촌체험마을 평가에서 ‘대상’을 차지했고,한해 13만명∼20만명의 체험 관광객이 백미리를 다녀간다.2013년 영어조합법인을 탄생시킨데 이어 2016년에는 수산물 가공공장을 준공,어촌체험관광과 수산물 가공사업의 지평을 더욱 넓혔다.그런데 백미리는 사실 관광자원이 넉넉한 곳이 아니다.마을 앞의 드넓은 갯벌이 자원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서해안의 평범한 어촌이다.전문가들이 백미리 어촌의 성공을 더욱 높이 평가하는 것도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주민들의 노력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 백미리 마을 해변에 망둥어 낚시객들이 몰려 낚시 삼매경에 빠져있다.망둥어는 백미리의 상징 캐릭터 이기도 하다.
▲ 백미리 마을 해변에 망둥어 낚시객들이 몰려 낚시 삼매경에 빠져있다.망둥어는 백미리의 상징 캐릭터 이기도 하다.


Untitled-2.jpg
┃어촌체험관광-이정표를 세우다┃

백미리는 ‘어촌체험관광의 백화점’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조개캐기,망둥어 낚시,고둥·게잡이,굴따기,낙지잡이 등의 해산물 채취 체험에서부터 배낚시와 건간망,사두질 등의 전통어법 체험에 이르기까지 서해바다의 모든 것을 담은 체험 프로그램이 연중 이어진다.건간망은 갯벌에 말뚝을 박고 그물을 걸어 물고기를 잡는 어법이고,사두질은 밀물때 바닷물을 좇아 들어오는 물고기를 거대한 뜰채로 잡아올리는 전통어법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여기에 카누·카약과 바다래프팅 등의 해양레포츠 즐길거리가 더해지니 골라잡는 즐거움은 배가 된다.백미리는 지난 2009년 전국 어촌체험마을 평가에서 ‘대상’을 차지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그해 해양수산부 지정 어촌체험마을이 되고,곧바로 최고상을 받아 더욱 주목을 끌었다.앞서 2008년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정보화마을에 선정된데 이어 주민들의 힘으로 겹경사를 일군 것이다.

지금 백미리 어촌체험 안내소에 가면 우수 정보화마을,자율관리어업 모범공동체,어촌체험 휴양마을(일등어촌) 등의 홍보 안내판과 각종 상패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빼곡하다.124명 어촌계원들이 마을 발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실감할 수 있다.

백미리 어촌체험마을 이창미 사무장은 “‘백가지 맛을 가진 고장(百味里)’ 이라는 이름 그대로 자연산 알굴과 망둥어,각종 조개류,낙지 등의 수산물이 너무 좋은데,농·어업인들이 큰 돈을 들여 신문·방송에 광고 할 일도 아니고 해서 정보화 마을을 유치하고,어촌체험을 다각화 한 것이 주효했다”며 “열악한 여건을 극복하려고 애쓴 주민들의 땀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 백미리 마을은 카약패들,카누,바다래프팅 등 해양레포츠 체험 해변으로도 유명하다.
▲ 백미리 마을은 카약패들,카누,바다래프팅 등 해양레포츠 체험 해변으로도 유명하다.
┃바다자원-보호 보존이 우선┃

백미리 갯벌은 썰물 때 해수면까지 무려 2㎞나 이어진다.드넓은 갯벌이 끝도없이 펼쳐지는 것이다.그렇다고 아무데서나 체험활동을 할 수는 없다.지정된 갯벌 구역에서만 조개잡이 등의 체험이 가능하다.백미리 마을 관계자는 “갯벌과 바다에 사람이 만든 인위적 시설이라고는 딱 2개 밖에 없다”고 말했다.전통어법과 카약패들 등의 체험을 위해 돌로 쌓아 만든 전통 ‘독살’ 시설과 체험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뿐이다.

백미리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마을 진입로다.1.5㎞ 이상 길게 이어지는 마을 안길,진입로가 자동차 1대가 겨우 지나가는 농로 수준이다.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멀찌감치 교행이 가능한 갓길에서 기다르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만,주민들은 길을 넓히는 것을 주저한다.김호연 어촌계장은 “관광객들의 반응을 살펴본 결과 시골길이 훨씬 좋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더나아가 백미리는 아직도 해안 경계 철조망이 건재한 곳이다.해안선을 따라 철조망이 띠 처럼 둘러처져 있다.주민들은 “철조망이 버티고 있었기에 백미리 갯벌이 보존된 것”이라며 “시대조류에 따라 철조망이 사라진다고 해도 경관형 휀스 등으로 해안선 보호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Untitled-3.jpg
▲ ‘바다 백미’,백미리에서 생산되는 각종 수산식품.(사진 위) 백미리 주민들의 인생을 담아 펴낸 ‘자서전’.
┃어촌 6차산업화-모델을 꿈꾼다┃

백미리에는 그 흔한 어선을 보기 어렵다.124명 어촌계원들이 대부분 갯벌을 터전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때문이다.그래서 갯벌은 어느곳보다 깨끗하다.주민들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어촌체험관광과 연계해 다양한 식품사업을 추진중이다.새우·게장 등의 특산물 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급랭시킨 뒤 한번에 뜯어서 먹게하는 상품 등을 편의점에 납품하고 있다.1인가구,‘혼족’들이 신선한 수산물을 한번에 먹기 좋게 포장한 상품 등이 출시됐다.

김정배 백미리 영어조합법인 대표는 “체험객들이 많이 방문,마을이 널리 알려지면 수산식품의 상품 사업성도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말했다.

주변의 대학·연구소를 백분 활용하는 것도 백미리의 강점이다.대학 교류를 통해 지난 2016년에는 마을 노인 17명이 자서전을 내고,출판기념회를 열기도 했다.현장체험학습 과목으로 3학점을 배정받은 대학생들이 주말에 마을에서 생활하면서 할머니,할아버지들의 추억과 인생을 정리해 책으로 발간한 것이다.농·어촌 문화 전문가들은 “마을 어르신들의 추억을 지키고 스토리로 만드는 노력을 통해 어촌의 문화자산이 긴 생명력을 부여받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마을은 현재 주말형 체재농장도 운영중이다.도시인들이 일정액의 연간 사용료를 내면 12평의 집과 30평의 밭이 제공된다.체재농장은 백미리에 귀어하려는 사람들이 체류·체험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김호연 어촌계장은 “10년 전에 55명이었던 어촌계원이 지금은 124명으로 늘었다”며 “백가지 즐거움이 가득한 국민 여가지대로,차별화된 수산상품 공급지로,어업인 소득을 높이면서 어촌 6차산업화의 멘토 마을로 만들어 어촌 고령화시대를 극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동열·구정민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