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보수진영의 대표 정치인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이 세상을 떠났다.지난해 7월 말기 뇌종양 판정을 받은 뒤 투병해오다 지난 25일 82세로 별세했다.그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정치 역정이 그가 떠난 뒤에도 많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해군 제독을 지낸 무인(武人) 가문에서 태어났다.그 또한 해군에서 22년간 복무한 군인이고 베트남전쟁 때 5년 간 포로 생활을 하기도 했다.

전역 뒤에는 지난 82년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진출 내리 6선을 했고,2002년과 2008년 대권 경쟁에 뛰어들었던 특이한 이력의 거물 정치인이다.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세상이 그의 죽음을 대하는 모습에서 그의 삶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그는 투병 중에도 의정 활동을 멈추지 않는 투혼을 보였다.마지막까지 정치인의 품격과 삶을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는 삶을 마감하면서 크게 두 가지의 메시지를 남겼다.이것은 한 개인이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것과 동시에 세상을 향한 유언이기도 할 것이다.하나는 정치에 대한 것이고,다른 하나는 자신을 향한 것이다.그는 지난 5월 출간된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미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로 이념의 양극화와 겸손의 결핍을 꼽았다.정치에서 겸손이 사라질 때 사회가 갈가리 찢어질 것이라고 정치권을 향해 경고한 것이다.

이것이 36년간의 현실정치에서 얻은 그의 결론이었다.정치무대에서 내려서고 삶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어떤 결과에도 연연하지 않고 하는 말이라는 것이다.이 말은 사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고 너무나 당연하다.이 평범한 말이 그의 생애와 정치 이력에 비춰지면서 그 의미가 살아난 것이다.우리 정치권에서도 최근 협치,협치하고 있으나 공염불처럼 들린다.바로 이 겸손이라는 여백이 없는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는 자신을 향한 것이다.그는 죽음 직전 남긴 대국민 편지에서 미국은 혈통과 영토가 아니라 ‘이상(ideal)’으로 세워진 나라라며 일방주의적 국가운영을 꼬집었다.더 큰 이상과 전망을 던져 마지막 정치를 한 것이다.실수도 회한도 있지만 내 인생의 단 하루도 다른 누군가의 최고의 날과 바꾸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한 거물정치인의 부음에서 정치를 살리는 법,조국과 내 삶을 사랑하는 법을 생각하게 된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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