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던 것으로 기억될 것 같다.낮 최고기온이 40도를 웃도는 날이 많았고 지난 94년의 폭염기록을 줄줄이 갈아치웠다.그러나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도 시간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대개는 8월 중순을 넘어서면 폭염의 기세도 날이 무디어지게 마련이지만 올해는 쉽게 그 끝을 보여주지 않았다.절기상 지난달 7일 가을에 접어든다는 입추(立秋)가 지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무더위가 강력했던 만큼 가을도 그만큼 지체된 게 아닌가 한다.9월에 접어들어서야 폭염의 기세가 한결 달라진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하늘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것 같고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한 기운이 번져가고 있음을 알겠다.여전히 한낮의 햇볕에서는 열기가 남아있지만 덥다기보다는 온기가 느껴지는 것이다.무섭게 몰아치던 지난 2개월여의 무더위가 이렇게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한여름의 열기가 당분간 더 남아있을 것이지만 그것은 퇴각하는 군대처럼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이 9월은 7,8월의 무더위가 지나가고 서서히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한여름의 무더위와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격정 속에서 보낸 것이 여름 한 철이었다면 바야흐로 결실을 보는 것이 이 달인 것이다.더위와 비바람이 반복되면서 올 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 더 여름다움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본다.

자연계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도 이전에 미처 경험하지 못한 반전의 연속이었다.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이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봄기운을 몰고 왔다.여름이 지나는 동안 남북·북미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렸고 남북이산가족이 다시 만남을 시작했다.다음 달에는 평양에서 남북정상이 세 번째로 만나기로 했다.모레(5일)는 문재인 대통령특사가 평양을 방문,결과에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변화가 큰 만큼 수확도 클 것이다.양 극단을 오가며 마음을 졸이게 했던 한반도에도 평화와 안정이 오기를 바란다.무엇보다 반세기 이상 헤어져 사는 이산가족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날이 빨리 와야 하겠다.9월은 결실을 거두는 동시에 새롭게 시작하는 때다.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는 9월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는다.대학가에서는 가을학기를 시작한다.나는 무엇을 거둘 것이며,또 무엇을 시작할 것인가?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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