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칠기산업 번성, 일자리 찾아온 젊은이들 넘친다

일본 교토에서 후쿠이현으로 향하는 열차 안 우연히 만난 일본인이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목적지를 묻는다.사바에시를 간다고 대답하자 고개를 갸우뚱하며 몇번을 되묻는다.참다못해 후쿠이현에 있는 한 도시를 방문한다고 답하자 그제야 알아치리곤 “후쿠이현은 알지만 사바에는 처음들어보는 도시다”며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일본 현지인들도 생소할 정도로 조용한 시골동네다.겨울철이면 기습적으로 내리는 폭설에 도시가 마비되고 지자체 예산의 절반을 제설비용에 사용할 정도로 고립된 지역이기도 하다.하지만 이곳의 출산율은 일본 평균을 웃돌고 수도인 도쿄보다 일자리가 2.07배 많으며 시민들의 행복지수도 일본 전역에서 가장 높은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고 있다.많은 청년 일자리와 함께 동양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르며 데이터시티,열린정부,첨단 산업의 메카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는 특별한 도시,사바에를 찾았다.

▲ 안경과 섬유,칠기산업의 중심지로 성장,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사바에시의 대표 상품 안경(사진1)과 칠기제품(사진2).전세계 안경시장 점유율 20%를 기록할 정도로 안경산업이 지역주력산업으로 자리잡은 사바에시 시내 곳곳에서 안경관련 독특한 조형물(사진3,5)과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안경모양 쿠키(사진4) 등을 만날수 있다.  박상동
▲ 안경과 섬유,칠기산업의 중심지로 성장,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사바에시의 대표 상품 안경(사진1)과 칠기제품(사진2).전세계 안경시장 점유율 20%를 기록할 정도로 안경산업이 지역주력산업으로 자리잡은 사바에시 시내 곳곳에서 안경관련 독특한 조형물(사진3,5)과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안경모양 쿠키(사진4) 등을 만날수 있다. 박상동

안경이주력산업인사바에
마키노 햐쿠오 사바에 시장을 만나러 가는길 곳곳에 위치한 거대한 안경 조형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시장실에 들어서자 벽면을 가득채운 다양한 안경들과 함께 독특한 안경을 쓴 시장이 반갑게 맞는다.안경이 모든 것인 도시,‘안경성지’라는 불리는 도시의 명성을 실감케 한다.

일본 전체 안경 생산의 96%를 차지하고 전세계 안경시장 점유율이 20%를 기록할 정도로 이곳은 안경 산업이 전체 지역 생산을 주도하는 주력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하지만 1990년대 부흥기도 잠시,이곳 안경산업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일본에서는 중국시장 잠식의 피해를 가장 큰 지역으로 꼽힐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지역 안경관련 기업 800여곳이 500여곳으로 줄고 매출도 급감하며 하락세가 지속됐다.지역 전체를 주도하고 있는 산업 쇠퇴에 사바에시가 찾은 전략은 첨단산업과의 결합과 명품화 전략이었다.

OEM 생산방식에서 벗어나 사바에만의 자체브랜드를 구축하고 첨단소재들과 결합한 안경테와 렌즈들을 개발,품질 고급화로 기능성 소품에서 탈피해 패션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하기 시작했다.특히 이러한 시도를 위해 기존 제조방식에서 벗어나 젊은 청년 기업가들과 연계해 새로운 방식과 트렌드에 맞는 안경들이 재탄생했다.티타늄과 신소재를 사용한 안경테부터 웨어러블 기기와 결합한 안경,눈이 나빠서 쓰는 안경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패션 아이템인 악세서리로 사용하는 등 소재 다양화와 제품 명품화에 몰두했다.그결과 유럽 시장에서 열리는 각종 전시회와 박람회에 초청되며 전세계 명품 안경으로,지역의 이름을 내건 안경으로 탈바꿈했다.

최근에는 안경과 함께 에도시대부터 이어져온 오래된 섬유와 칠기산업에도 집중하고 있다.섬유산업은 의류분야에서 탈피해 스포츠섬유와 항공기에 사용되는 산업용 섬유 등을 개발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칠기는 가전제품에 접목하거나 전자레인지,식기세척기에 사용해도 무방한 생활용 식기류로 개발하는 등 시대의 필요에 맞는 상품들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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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모두청년창업지원

눈이오면 고립되는 조용한 도시가 안경과 섬유,칠기산업의 중심지로 번성하게 된 계기에는 ‘지역 산업은 지역민 모두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는 기업들의 경영철학과 방식에 있었다.1900년대 초 안경산업의 시작은 한 기업가의 도전이 계기가 됐다.하나의 기업이 지역 전체 주력산업으로 번성하게 된 것이다.그 속에는 ‘오픈 인큐베이션’이라는 도제방식과 ‘이코노믹 가드닝’이라 불리는 지역 기관·단체들의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각 기업이 각자의 기술을 자사에만 가둬놓는 방식이 아닌 지역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청년들의 독립 창업을 지원한 것이다.기업 자체의 대물림이 아닌 다양한 기술과 비법을 지역 청년들에게 전수하고 이를 통해 또다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는 선순환 구조가 자연스레 탄생하게 된 것이다.

스승이 제자를 키우는 기업경영 구조가 자리잡게되자 지자체와 함께 지역 기관들도 함께 나섰다.각자의 역할을 분담해 기업들을 지원하는 ‘이코노믹 가드닝’ 시스템으로 지역 금융업계와 상공회의소가 직접 나서 원스톱 지역 창업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영세기업에 대해 세금면제와 보조금 지원 혜택들을 제공해 연간 5000만엔의 예산을 투입 중이다.특히 각 지자체와 지역 기관들은 새로운 산업을 찾는 것이 아닌 현재 유지되고 있는 산업을 세분화,고도화하고 이를 이어갈 수 있는 일자리 시스템과 청년층들을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 위한 노력을 일자리 정책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보고 각종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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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경성지라 불리는사바에시 마키노햐쿠오 시장.독특한모양의 안경이 눈길을 끈다.
일자리찾아고향돌아오는젊은이들

‘오픈 인큐베이션’과 ‘이코노믹 가드닝’제도가 뿌리내릴 수 있었던 부분에는 사실상 시민들의 자체적인 참여가 있기에 가능했다.이 모든 것에는 시민자율주도 참여방식의 행정을 이어온 마키노 햐쿠오 사바에 시장의 ‘직접민주주의’철학이 있기에 가능했다.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활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각자의 자부심과 함께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각 기관들도 합세해 지역 고용창출과 경제 활성화 등 자체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이에 현재 시행 중인 지역행정 800개의 사업 중 100여개가 시민들이 직접 제안하고 구상한 정책들일 정도로 지자체 운영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특히 시민들의 정책 참여도가 높아지며 시민 개개인이 관련 분야와 종목들을 직접 학습하고 연구한 결과 정책 채택률이 60%를 넘으며 공무원 인력감소와 예산 감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사바에시에서 20년간 살고 있는 교포 제양숙씨는 “이곳의 젊은이들은 큰도시로 대학 진학 후 꼭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습성이 있다”며 “지역민 모두가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과 함께 이웃 서로가 각자의 비법과 기술을 전수하며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방식이 그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픈데이터통해일자리창출
동양의 실리콘 밸리라 불릴만한 데이터 산업도 주목받고 있다.지역 IT회사에서 오픈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지역민 모두가 열람할 수 있도록 제공하며 수백개의 다양한 정보들을 통해 주민들은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새로운 정책들을 제안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구조가 탄생하게 됐다.그 결과 사바에 앱은 SNS보다 더 활발하게 지역민들의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전달되고 각 이웃들간 정보교류와 친목도모도 함께 할 수 있는 필수 서비스로 자리잡았다.시민들의 목소리를 즉각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해당 오픈데이터 시스템을 통해 시민주도형 행정과 지역산업 활성화,일자리 창출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순환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조용한 시골동네 사바에시가 지방소멸에 대응하고 있는 방법이다.마키노 햐쿠오 시장은 “지금의 사바에는 시민들의 애정이 담긴 향토주의가 있어 사라지지 않았다”며 “지역민 유출을 막고 지역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에 대한 동기부여와 상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소프트웨어가 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도운

이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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