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생산과정 + 특별한 이야기= 양질의 일자리
전남 구례·일본 모쿠모쿠팜
농업선진화·6차산업 대표
지역 상황 반영 세부전략 필수
정주여건 개선 인구유입 유도
주민 - 기업 - 행정 삼위일체로
트렌드 살피는 관광산업 우선

일본 취재 중 만난 한 한인 여성이 신혼 초에 있었던 해프닝을 들려줬다.“남편을 출근시키고 아이와 오전 시간 놀이터에 나와 놀고 있으니 이웃 노인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당신은 몸이 어디가 아프냐고 묻더군요.일본에서 맞벌이를 하는 부부가 많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질문에 무척 당황스러웠어요.아이를 기르면서 여성들이 불편함없이 일할 수 있고 자녀가 있는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으니 집에서 쉬고 있지 말라는 의미였거든요.”

▲ 지방소멸 위기를 색다른 전략으로 극복하고 있는 각 지역들은 기존 공식으로 자리잡던 정책의 틀을 과감하게 탈피,각각의 지리적 여건과 사회적 환경이 지닌 한계를 새로운 가치로 활용하고있다.
▲ 지방소멸 위기를 색다른 전략으로 극복하고 있는 각 지역들은 기존 공식으로 자리잡던 정책의 틀을 과감하게 탈피,각각의 지리적 여건과 사회적 환경이 지닌 한계를 새로운 가치로 활용하고있다.


지방 소멸의 기준은 한 지역의 20∼39세 여성인구 수를 해당지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와 나눈 값으로 통용된다.즉 출산과 혼인 등의 주체가 되는 가임여성과 고령화로 진행되는 생산인구 감소 등의 영향을 소멸의 척도로 삼은 것이다.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강원도내 20∼39 세여성 전출인구는 9913명으로 이중 순유출은 2255명을 기록,전년동기(1769명) 대비 27% 증가했다.또 올해 상반기 강원도내 18개 시군 중 10개 시군,187개 읍면동 중 64.4%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소멸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공공기관 이전과 기업유치를 위해 각 지자체에서 발벗고 나서고 관광 인프라 확충을 위해 다양한 교통망이 구축됐지만 현실은 수도권 출퇴근 인구가 급격하게 늘면서 주말이면 서울로 향하는 직장인과 학생들로 전철이 만석을 이룰 정도가 돼 버렸다.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단순 기업유치가 아닌 일자리의 질과 다양성을 살피고 각 지역의 상황과 특성에 맞는 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인 전략에 있다.관광 역시 지역이 갖고 있는 자원에 의존하는 대신 새로운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그 지역만의 관광트렌드를 만드는 것이다.단편적인 대책 만으로는 지방 소멸을 극복할 수 없다.산업,관광,교육,사회,문화 등 모든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대책이 절실하다.그 해답을 국내와 일본의 여러지역에서 확인했다.



┃강원도 해법은 6차산업┃

한적한 시골동네 전라남도 구례를 인구증가의 도시로 만든 ‘구례자연드림파크’.1000여개의 일자리 창출과 연간 6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6차산업 대표모델 일본 ‘모쿠모쿠팜’.지역을 먹여 살리는 이곳의 공통된 특징은 농업 선진화와 체험 관광형 프로그램을 구축해 새로운 산업의 지표를 열었다는 데 있다.

단순 생산과 유통이 아닌 나름의 의미와 스토리를 넣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평범한 생산과정과 제품에 재미를 더했고 딱딱하고 평범한 제품을 완성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결합했다.특히 지자체가 함께 나서 이를 구축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었다.무엇보다 기업들이 지역과 함께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기업들은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소비자의 방문을 단순 유도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가 찾을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구축했다.특히 소비의 주체인 여성들의 마음을 공략해 여성 인구를 유입시키는데 한 몫했다.마츠오 히사유키 모쿠모쿠팜 대표가 말하는 가장 원초적이고 궁극적인 이곳의 인기비결은 ‘맛’,‘여성’,‘어린이’다.



┃행복한 일자리가 최우선┃

일본 도쿄보다 일자리가 2배 많고 시민들의 행복지수도 일본 전역에서 가장 높은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고 있는 사바에시가 성장할 수 있었던 중심에는 ‘지역 산업은 지역민 모두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는 기업들의 경영철학이 있었다.그리고 시민 모두가 직접 활약할 수 있도록 만든 지자체의 행정 개방이 있기에 가능했다.시민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직접 나서 일자리 창출과 지역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면서 자연스레 삶의 질과 만족도가 향상되는 순환 체계가 구축됐다.

콤팩트시티로 대변되는 도야마시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일자리 마련과 산업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압축도시에 거주하는 정주인구 삶의 질을 높여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이를통해 거주인구의 행복도가 올라갈수록 다른 지역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증가하고 기업들도 이곳으로 이전하는 이유가 됐다.도야마시 관계자는 “무리하게 중심시가지로 이주를 강제하는 것이 아닌 오고 싶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식이 가장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관광트렌드 개발 시급┃

특별한 관광자원이 없는 도야마시가 교토,오사카 등 일본 대표 관광지들을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관광객 지원 시스템에 있다.인근 가나자와와 다테야마,타카야마 관광지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머무는 관문 역할에 집중했다.그리고 다양한 숙박시설을 유치하는 한편 다양한 프로모션과 숙박시설과 함께 진행되는 이벤트를 마련했으며 숙박기간 동안 소비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준비했다.관광객들이 도야마에 머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 도시 활성화의 비결이다.관광지 중심으로 이동하는 관광 프로그램이 아닌 숙박을 중심으로 관광 프로그램과 서비스들을 탄생시킨 것이다.

강원도는 최근 교통망이 크게 개선되면서 속초 등 유명 관광지를 찾는 방문객들은 크게 증가했으나 인근 지역은 ‘패싱’되면서 경기가 크게 악화됐다.인제 등의 지자체들이 일본 도야마시의 관광트렌트를 주의깊게 살펴야 할 이유다.또 다양한 교통시스템을 구축해 아이들과 노인 등 다양한 연령층이 찾을 수 있도록 만든 일본의 산악관광 프로그램도 주목해야 한다. <끝> 김기섭·김도운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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