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강원도 떠나는 이유
공무원·교사 외 제대로 된 일자리 없어
일자리 상당수 복지 좋지 않고 수준 낮아
교통인프라·서비스 수준 열악 개편 시급
문화예술 시설 부족 상당수 서울 밀집
강원도 부정적 선입견 정주의식 약화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강원도를 떠난 전출인구(시도내 이동 제외)가 4만4625명을 기록하는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연령대별로는 청년인구 유출이 가장 심각하다.지난 6월까지 도내 이동을 제외한 기타지역 전출인구는 20대가 1만4416명으로 가장 많아 전체 전출인구 중 32%를 차지하는 등 청년층의 역외유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본지는 최근 강원대,한림대 등에서 청년 200여명에게 강원도를 떠나는 이유를 들어봤다.청년들이 강원도를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섯 명의 메신저 대화로 재구성했다.



■ 일자리 부족

청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탈강원’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A학생은 “강원도는 노후에 전원생활을 하기에는 좋지만 젊은 사람이 안정된 직장을 갖고 살기엔 부족하다”고 말문을 열었다.B학생은 “도내 기업 월급 적음.기승전 월급 적음”이라며 “복지도 좋지 않고 일자리 수준 매우 낮다”고 했다.채팅창에는 직종과 흥미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없는 직업은 커녕 알바 자리도 부족하고 공무원이나 교사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다며 입을 모았다.

최근 복학했다는 C학생은 “졸업하자마자 춘천을 뜰 예정”이라며 “춘천에 6년째 살고 있지만 강원도는 비전도 없고 발전 가능성도 1(하나)도 없는 지역”이라고 했다.D학생도 공감의 글을 올렸다.D학생은 “청년들 입장에서는 취직이 1순위일 수밖에 없다”며 “좋은 기업이 많아야 강원도에서 계속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청년들이 머물 수 있도록 강원도가 기업 유치를 장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악의 교통

도내 교통 인프라가 최악이라는 의견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버스와 전철의 배차가 평균 40분이라는 불만이 채팅창을 가득 채웠다.C학생은 “대중교통 구더기”라며 “나가서 다양한 곳을 접하고 싶어도 수단이 없다”고 토로했다.현재 버스 노선에 대거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올라왔다.E학생은 “배차 간격이 너무 길고 운행 버스가 적다”며 “대학생들이 택시만 타고 다니긴 경제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B학생은 “다들 64번 버스,12번 버스 타본 경험 있지 않냐”고 물으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실수로 급정거라도 한다면 다 죽거나 다친다”며 걱정했다.학생들은 채팅창에서 최근 불거졌던 버스,택시 파업 등으로 인한 피해도 토로했다.A학생은 “너무나도 강력한 교통기관의 담합”이라며 “버스파업x택시파업=환상적인 헬게이트”라고 써 공감을 얻었다.

■문화적 빈곤

문화예술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타지역에 비해 문화수준이 낮고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여가거리가 없다는 주장이 많았다.E학생은 “서울에 놀 것,먹을 것 등 문화생활이 밀집되어 있다”며 “학교가 아니면 강원도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하자 D학생은 “클럽 등 유흥시설도 없고 일단 사람이 살 곳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B학생은 “가게들이 너무 일찍 문을 닫아서 춘천 명동은 오후 10시가 마치 새벽 2시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학생들은 그나마 있는 영화관조차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A학생은 “영화 등 문화생활을 제대로 즐기기 힘들다”며 “강원도 18개 시군에 CGV가 단 4개 뿐”이라고 말했다.C학생은 “맞다.영화관 수도 적은 것도 문제지만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편견과 선입견

대화를 통해 타지역민의 강원도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정주의식을 약화시킨다는 점도 드러났다.학생들은 강원도에 대한 편견 때문에 떠나고 싶다고 입을 모으며 지인에게 들었던 농담들을 공유했다.‘화폐가 감자니?’ ‘너 감자만 먹어?’ ‘감자로 티머니 찍니?’ 등 웃지 못할 답변들이 우르르 올라왔다.D학생은 “강원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며 퀴즈를 내며 “감자 농사,옥수수 농사,고구마 농사 그리고 술 마시기”라고 자답했다.

청년들은 관광지를 통한 강원도의 이미지 변화를 기대하기도 했다.A학생은 “도심지 외에는 폐허 또는 농지 뿐일 정도로 열악한 인프라”라며 “그나마 있는 상점들도 관리가 되지 않고 그렇다고 전통을 내세울만큼 역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이어 “강원도는 그냥 ‘후지다’.관광이 뜨니까 너도나도 지저분하게 양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B학생은 “‘강원도=시골’이라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속초,강릉,동해 라인이 대표 관광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바가지 요금,쓰레기 투기 등을 단속하고 다양한 개선책을 통해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미 singm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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