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열 강릉본사 취재국장
▲ 최동열 강릉본사 취재국장
“밤새 안녕하셨습니까.”한국민의 가장 일반적인 인사말이 요즘은 상투적 안부문의가 아니라 가장 현실적인 인사가 되고 있다.교통문명의 총아인 KTX 열차가 탈선해 처참하게 뭉그러지고,추억여행을 떠났던 고교 졸업반 청춘들이 하룻밤 사이에 싸늘한 주검이 됐다.지하에 매설된 난방용 온수관에서 갑자기 뜨거운 물이 솟구쳐 선량한 시민이 영문도 모른채 참변을 당하는가 하면 한낮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화재로 여러명의 사상자가 나는 등등.사고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강릉시 저동의 펜션에서 고교생 10명이 죽거나 다쳤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기자는 귀를 의심했다.대입 수학능력시험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고교생들이 강릉으로 현장체험학습 여행을 나섰다가 펜션 투숙 중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3명이 숨지고,7명이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후송됐다는 뉴스는 전국을 뒤흔들었다.불행 중 다행으로 입원학생들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그들이 어린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마음 속 상처를 잘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이 가시지 않는다.

펜션 사고 열흘 전인 지난 8일에는 승객 198명을 태우고 탈선한 KTX 열차의 일그러진 사진이 경향 각지의 신문 1면을 장식했다.사고 구간이 강릉시내를 막 빠져나가는 곳 이어서 속도가 느렸기에 망정이지 시속 250㎞ 제속도로 달렸더라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시계침을 되돌려 1년 전 겨울로 되돌아 가보자.1년 전,이맘 때 강릉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온통 축제 분위기로 들썩였다.서울역에서 1시간 54분,청량리역에서 1시간 26분에 연결되는 KTX 고속철도가 개통돼 ‘육지속의 섬’ 같았던 지리적 장벽도 무너뜨렸다.신문·방송은 올림픽 도시,강릉의 설레는 분위기를 전하기 바빴고,KTX 개통으로 영동권 관광·경제가 기지개를 켤 것이라는 벅찬 뉴스를 잇달아 토해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겨울,강릉은 어느때보다 안타깝고 침울한 분위기이다.백두대간에 가로막힌 지형여건상 대형 산불이나 수해,폭설 등 재난으로 전국 뉴스의 중심에 서는 일이 유난히 많았지만,이번 겨울 사고는 결국 인재(人災)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자연재해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돌이켜보면 2000년대 들어 지난 십수년 간 강원도와 강릉은 ‘동계올림픽 유치와 성공개최’라는 목표만 쳐다보고 달려왔다.경기장을 짓고,접근도로망을 확충하는 등의 SOC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빠른 길이 열릴 때 마다 사람들은 지역발전 기대로 들떴다.누천년 응어리진 소외감의 또다른 발현이었다.

겨울 표정을 완전히 딴판으로 바꿔버린 최근의 대형사고는 그렇게 목표에만 몰두해온 우리 안의 문제에 대한 심각한 경고음이다.이제는 우리가 만들어온 시설과 제반 시스템에 대해 ‘관리’ 체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안전하지 않으면 모든 기대와 희망은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최근의 사고는 웅변하고 있다.사고 후에도 동해안 행(行) 신년 해맞이 열차는 예외없이 매진이란다.그 소식에 안도하기보다는 두려운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문제를 찾아야 나서야 한다.또 다른 목표를 찾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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