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에서 상식을 벗어난 일들이 숱하게 벌어지고 있다.정치가 ‘높은 경지’에 있다는 것은 착시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단골로 지탄의 대상이 돼온 국회는 그렇다 치더라도 청와대에서 지방의회에 이르기까지 보통사람들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고 있다.국회는 눈만 뜨면 앙앙불락 싸우다가도 세비 인상과 같은 자신들의 이해가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찰떡궁합을 과시한다.

국회는 한 해 나라살림살이를 심사하는 것이 주요 책무 가운데 하나다.그런데도 수백 조 원의 예산을 제대로 심사하기는커녕 시한을 밥 먹듯 어기고 건성건성 처리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경북 예천군의회는 해외연수 중 추태를 벌여 나라를 망신시키고 국민들을 실망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의원들이 여행 중 접대부 유흥업소 소개를 요구하고 가이드를 폭행했다고 한다.참으로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에서도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대통령이 음주운전의 폐해를 강도 높게 지적한 직후 최측근 비서관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물의를 빚었다.전후사정을 더 봐야겠지만 30대 청와대 행정관이 45만 지상군을 지휘하는 육군참모총장을 카페로 불러내고 중요한 인사서류까지 분실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준다.아무리 선의로 보려 해도 상식을 한참 벗어난 일들이다.

정치와 권력이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곳곳에서 정상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셈이다.올해는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년째를 맞는다.올 한 해야말로 정권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지난 2년의 임기를 되돌아보고 나머지 임기 후반을 설계해야 하는 때인 것이다.국민들도 그 어느 때 보다 민감해진 시선으로 정부의 새해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엊그제 청와대 비서진이 개편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을 반영하고 있다.2기 비서실장에 발탁된 노영민 주 중국대사의 취임 일성은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는 것이다.남에게는 봄바람처럼 관대하고,자신에게는 가을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뜻이다.이것이 의례적 수사가 아니길 바란다.그렇게까지 달라진다면 좋겠지만 국민의 요구는 그렇게 까다로운 것도 아니다.상식과 기본이라도 지키는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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