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고 백남준의 '프랙털 거북선'이 석 달 동안의 보존처리를 마치고 지난 1월 29일부터 재가동된다. 사진은 보존처리를 마치고 정상 가동 중인 프랙털 거북선.[대전시립미술관 제공
▲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고 백남준의 '프랙털 거북선'이 석 달 동안의 보존처리를 마치고 지난 1월 29일부터 재가동된다. 사진은 보존처리를 마치고 정상 가동 중인 프랙털 거북선.[대전시립미술관 제공
한국 현대미술 1세대 작가들의 해외 전시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백남준, 이우환 등 일찌감치 한국을 대표한 작가뿐 아니라 다양한 길을 걸은 원로들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굴지의 상업화랑 전시가 잦아진 점 또한 이목을 집중시킨다.

매년 500만 명 이상이 찾는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관인 영국 테이트모던은 오는 10월 17일 개막하는 백남준(1932∼2006) 대규모 회고전 준비에 한창이다.

‘백남준: 미래는 지금’으로 이름 붙인 전시는 비디오아트 창시자의 반세기에 걸친 작업과 존 케이지, 요셉 보이스 등 당대 거장과의 교류 내용도 살핀다.

1970년대 일본 예술운동 모노하(物派)를 주도했으며 한국 현대미술에도 큰 영향을 끼친 이우환(83)은 카셀 도큐멘타, 베르사유궁, 구겐하임미술관 등으로 채운 화려한 전시 이력에 최근 프랑스 퐁피두센터 메츠 분관을 보탰다.

5∼11월 이탈리아 베네치아 포르투니미술관에서 열리는 윤형근(1928∼2007) 전도 빼놓을 수 없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 전시를 보강한 포르투니미술관 전시는 세계 최고의 베네치아비엔날레(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윤형근을 국제무대에 제대로 알릴 기회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18일 연합뉴스에 “포르투니는 비엔날레 기간 워낙 좋은 전시로 정평이 난 데다, 이번은 미술관 초청 전시라는 점에서 더 의미 있다”라면서 “외국 매체 인터뷰 요청이 벌써 쌓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뉴욕 브루클린미술관에서는 ‘한지 조각’ 작업을 하는 전광영(75)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상하이의 신생 파워롱미술관은 지난겨울 한국 현대미술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조인 ‘단색화’ 명작들을 한데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세계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유수 갤러리들이 앞다퉈 한국 1세대 개인전을 선보이는 점도 요즘 눈에 띄는 풍경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페로탱 갤러리에서는 설악 풍경을 소재로 삼아 독자적 화풍을 이끈 김종학(82) 개인전이 개막했다.

현대미술의 전위적 흐름을 이끈 이건용(77)은 지난해 하반기 페이스갤러리의 베이징 지점 초대전으로 주목받았다. 비슷한 시기 뉴욕 리만머핀 갤러리는 동양화의 현대적 해석에 주력한 서세옥(90)과 손잡고 그의 작업을 선보였다. 윤형근도 작고 작가임에도 뉴욕의 대형 화랑인 데이비드즈워너 갤러리에서 프로모션 중이다.

1세대 작가의 최근 활발한 해외 진출은 국가의 위상 강화, 국내 화랑의 지속적인 프로모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미술계 분석이다.

윤난지 이화여대 교수는 “현대미술 재조명은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함께 가는 부분이 크다”라면서 “화랑들이 국내 전시·판매에 머물지 않고 작가를 다각도로 해외에 알리는 등 국제적으로 역할을 넓혀간 영향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1세대 작품 가치가 국제무대에서 재조명되면서, 보다 다채로운 시각의 차세대 작가군 프로모션에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중견 작가 중에서는 ‘보따리’ 작업으로 유명한 김수자, 한옥을 비롯한 집을 재해석해 주목받는 서도호, 기술 문명과 유토피아 등의 이슈에 천착한 이불, 양혜규 등이 왕성하게 활동한다. 문경원·전준호 듀오도 작년 영국의 권위 있는 미술관인 테이트 리버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윤 교수는 “이들 외에도 다른 역사·사회적인 시선을 드러내거나, 세계적인 미술 동향에 부응하는 차세대 작가도 많은데 작업이 세계에 더 알려지도록 해야 한다”라면서 “화랑 한 곳이 하기 어려우니 미술관 등이 나서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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