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봉 한국문화예술위원

이번 동해안 산불로 강원도는 많은 피해를 보았다.그중 문화예술 현장은 속초 극단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던 세트·소품 보관창고의 전소에 안타까워하고 있다.속초에서 활동하는 극단 파·람·불,청봉,소울씨어터 등의 의상,소품,조명장치,무대세트와 트럭 등이 모두 소실되었다.소도시 속초는 전국연극제에서 대상 등을 수상하는 등 연극 활동이 두드러진 지역이다.그런 점에서 화폐로 측정될 수 없는 축적된 한 도시의 문화자원이 통째로 사라진 것은 통탄할 일이다.이번 재해를 통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줄 것을 부탁한다.

무대를 중심으로 한 공연작품들은 많은 제작비가 필요하다.그러나 지역에서는 이를 문화예술 시장을 통해서 해결할 수가 없다.유료 관객들만으로는 제작비를 회수할 수가 없다.문화예술이 갖는 긍정적 외부효과에 비해 생태계는 시장이 아닌 공공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자기들이 좋아서 하는 행위들이라고 치부해버리면 경제성이 없는 지역의 기초문화예술은 설 자리가 없다.그래서 정부는 지원을 통해 최소한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경제적 가치로 평가한다면 무한경쟁·약육강식·승자독식의 정글이 될 것이다.그런 점에서 문화예술은 연대협동을 통한 인간사회를 만드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한다.작품의 내용보다는 그 활동 자체가 공공성을 띤다고 보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문화예술 활동과 생활이 없는 사회는 이번 산불로 황폐화된 자연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이번 산불 재난을 통해서 공연예술 기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예술은 극장과 같은 공연장 중심의 공간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 무대 위에 서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그리고 무대 위를 예술적 상상력으로 꾸미는 장식(의상,소품 등)과 조명·음향 등의 기술이 합쳐져 우리의 창작문화와 문화생활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이 모든 것에 돈이 필요하다.창작행위로 인해 생활도 가능해야 지속가능해진다.그러나 지역문화예술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우선 무대 위에서 서는 꿈을 위해 오늘도 피땀을 흘린다.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생활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그 기대가 무망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좋다’는 이유 하나로 시간을 투자한다.

속초 극단들이 공동으로 세트·소품 보관창고를 운영해왔던 것은 그나마 이런 방식을 통해 제작비를 절감할 수가 있고 축적된 역량을 통해 질적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방법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이는 공연예술 활동하는 모든 사람·단체에도 필요한 것이다.적은 제작비로 무대에 서야 하는 입장에서는 매번 작품에 맞는 의상·소품·무대를 제작하기 힘들다.그리고 이러한 보관창고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도 벅차다.도내 각 시·군에 문예회관들이 있다.문예회관 내에 보관창고를 만들어 이용하게 하던지,아니면 도립으로 세트·소품 보관창고를 설립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이번 재난을 통해서 위기가 기회로 될 수 있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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