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배
동해주재 취재부국장

무엇이 있던 것이 없어지는 것은 참으로 아찔한 순간이다.그것이 소중한 물건이면 더 그렇고 그 것이 사람이면 그야말로 혼이 나갈 지경이다.있고 없고의 차이는 없어져봐야 안다.부모라면 이런 경험은 한 번쯤 해 봤을 듯 싶다.아이와 잠시 길가에 서 있었는데 아이가 순식간에 사라져 허둥대던 경험.그 때의 황망함과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조차 없다.

현재의 농촌 지역이 그런 상황이고 도내 소도시의 인구 현황이 그러하다.한때 인구 10만 명 가까이에 다달았던 동해시는 최근 9만1000명이 붕괴되는 순간을 맞았다.지난해까지만 해도 9만2200명을 넘어섰지만 불과 1년 사이 1000여 명이 쑥 빠져나가 ‘인구 원형 탈모’ 현상을 겪고 있다.이런 추세라면 불과 1~2년 사이에 심리적 마지노선인 9만 명 아래로 떨어질 우려마저 나타나고 있다.동해시 인구 감소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선 지난해 한중대학교가 폐교되면서 젊은 학생들이 사라졌다.단순히 대학이 사라졌다고 인구가 반드시 감소하는 것만도 아니지만 도시 생성 이후 사회의 한 축을 담당했던 대학이 사라짐으로 인해 연쇄적인 인구 감소가 발생한 것이다.여기다 사망자에 비해 출생자 수가 적어 인구 감소가 눈에 보이게 줄어들고 있다.

인구감소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 밖에 없다.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망상동 석두골과 오토캠핑장에는 산불이 발생하고 지진까지 겹치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대폭 줄어들어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다.망상과 추암,무릉계곡,묵호논골담길 등 비교적 단출한 관광지로 구성돼 있는 동해시의 관광 인프라는 이번 산불로 망상 일대 오토캠핑리조트를 잃으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인구 감소와 관광객 감소가 한꺼번에 찾아오면서 동해시는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런 감소현상이 겹치고 있는데 이를 단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이 부족하다는데 있다.도시 규모는 작고 투자할 만한 기업은 딱히 없는 상태여서 지자체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그렇다고 이대로 주저 앉아 한숨만 쉴 수 없는 처지다.동해시의 현재 병적인 문제는 도시 면적이 좁아서 개발할 곳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비관하고 있다.동해시의 도시 면적이 인근 강릉,삼척시에 비해 5~6배 정도 작은 규모여서 도시를 개발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하지만 작은 도시니까 가능한 일도 있다.이를테면 도시 전체를 관광지화 하는 ‘생각 바꿈’이 필요하다.

바다와 산 사이에서 이들과 서로 기대고 있는 도심지,낭만이 가득한 항구,국제선이 오갈 수 있는 항만,울릉도로 오가는 뱃길 등 타 도시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여기에 오는 12월이면 KTX 강릉선이 동해까지 연장 운행돼 수도권 관광객들이 몰려올 수 있다.인구 감소와 관광객 감소를 따로 떼어볼 것이 아니라 관광객 유치를 통해 인구가 늘어날 수 있도록 방향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소중한 것이 손에서 사라지기 전에 손에 힘을 길러야 한다.무균실에서 자라는 생물은 보호막이 사라질 경우 도태되고 만다.야생처럼 뛰고 도전하는 동해시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싶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