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철 춘천기계공고 교사

신준철 춘천기계공고 교사
신준철 춘천기계공고 교사
몇 달전,짧은 기간의 외국여행을 갔을 때 여행지를 안내하던 관광가이드가 “나이 들수록 동안보다는 동심을 찾아라”고 불쑥 내던진 말이 떠올라 잠시 일상을 멈추고 나의 유년 시절 동심을 찾아보기로 합니다.그 날은 왠지 하늘은 맑았는데 비가 띄엄띄엄 내리는 봄날이었던 것 같습니다.옆집에 사시던 아저씨의 고향은 춘천에서 조금 떨어진 홍천 양덕원이란 마을이었는데 그 아저씨는 저를 무척이나 귀여워해 주셨습니다.아저씨가 오토바이를 몰고 저를 앞에 태운 채 양덕원으로 다녀오곤 하셨는데 가끔은 계곡을 찾아 물고기를 잡곤했답니다.

그 날도 비는 그치지 않는데 꼬맹이인 저의 손을 잡더니 자신의 오토바이에 올라타라는 것이었습니다.저는 “비가 오잖아요”라며 모기만한 소리로 멈칫거렸던 듯합니다.그러자 아저씨는 씨익 웃으시며 “이 정도 비쯤이야,사내자식이 맞아도 돼”라며 저를 덥석 들어 오토바이 뒷자리에 올려놓고는 뒤도 안 돌아보시고 냅다 출발했습니다.

아저씨의 말처럼 조금씩 내리는 비를 달리는 오토바이에서 맞으니 어찌나 시원하든지요.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때의 상큼한 기분은 잊혀지지 않고 기억되고 있습니다.족히 한 시간쯤 달려 도착한 계곡은 정말 선풍기 바람을 셀 수 없이 달아놓은 마냥 시원했고 얕은 곳을 찾아 족대질을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에서 텀벙거리던 아름다운 유년의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이었습니다.뱅뱅 도는 산을 넘어 오토바이를 타고 촉촉하게 이마위로 얼굴위로 비를 맞아가며 싱그러운 바람을 맞던 일,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계곡물과 산 깊이 펼쳐지는 초록의 내음들,살짝 비에 젖었던 옷이 또 물에 젖어 흥건하지만 아저씨와 함께 잡은 물고기를 놓고 풍족함을 느끼던 기억들은 어른이 된 지금도 어렴풋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대여 나이 한 살 더 먹었으니 이제 쉬었다 가시지요./그대여 먼 길 떠나셨나요?그 길 혼자라면 외롭지는 않으셨는지요?/그대여 조금 더 걸으셨나요?피곤하시지요?잠시 멈추었다 가시지요./별빛 달빛마저 내려앉을 곳 없이 건물마다 뿜어내는 야경에 그대 놀라움으로 동심을 찾으셨나요?/빛을 머금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분수의 화려함에 그대 탄성으로 동심을 찾으셨나요?/그대여 누군가가 그럽디다.“나이 들수록 동안보다는 동심을 찾으라고”/그래요 동안은 인위적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더군요.그렇다면 동심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거겠지요./‘어차피 인생은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이 떠오릅니다./비록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대는 진정 매일같이 동안이었고,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동심을 찾아 지금 떠나시는 겁니다. - 졸시<동심을 찾아>

햇살 좋은 5월,들꽃 향기 진한 5월,일년 중 가장 다양한 꽃을 피운다는 5월입니다.5월에는 동심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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