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군 손양면 동호리는 6.25전쟁 때 유엔군과 한국 공군의 임시 이착륙 활주로였다.그곳에 사업비 3567억 원을 들여 1997년 양양국제공항 공사를 시작해 2002년 4월 개항했다.국내 5번째로 큰 74만여 평으로 연 317만 명을 수용하고 항공기 4대가 동시에 머물 수 있는 계류장 등을 갖췄다.수요 예측조사에서 연 200만명을 전망하는 등 기대가 남달랐다.

그러나 개항 후 현실은 너무 달랐다.2004년 9월 대한항공이 운항을 포기한 후 정기노선이 없는 유령공항으로 전락했다.2017년 여객 수송실적이 국내공항 중 꼴찌다.올해 이용객은 3월까지 37편 운항으로 5242명에 그쳤다.운영비로 세금 200억 원이 들어가 수요 예측을 잘못한 대표적인 공항으로 꼽힌다.영국 BBC는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공항이라고 소개했다.

양양국제공항은 강릉선 KTX와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으로 국내 승객 유치는 사실상 어렵다.비행기보다 기차·자가용이 싸고 빠르고 편하다.2026년 동서고속화 철도가 완공되면 제주 노선이나 국제선이 아니면 국내선은 탈 이유가 없다.비행기는 수속 등 복잡한 절차,출발과 도착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기상악화로 일정이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비장의 카드가 플라이 강원이다.저비용 항공사(LCC)인 플라이 강원은 양양국제공항을 살리려고 지난 3월 세번의 도전 끝에 성공했다.10월 취항하기 위해 항공기 2대를 구매 계약했다.3년 내 10대를 운용해 2023년까지 국제선 25개 노선을 개설할 계획이다.외국 관광객 유치 목표는 올해 4만5000명,2020년 55만명,2021년 84만명, 2022년 102만명이다.

이런 장밋빛 전망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우리나라는 세계 최다의 저비용 항공사 보유국(9곳)으로 하늘길 혈투를 앞두고 벌써 국제노선에 공짜표가 나왔다.플라이 강원의 승패는 외국 여행객 확보에 달렸다.플라이 강원 본사 기공식이 어제(22일) 양양에서 열려 이륙준비를 시작했다.추락하지 않고 잘 날았으면 좋겠다.제발….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