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축구가 또 한 번 매운맛을 보여주며 휴일새벽을 흔들어 놓았다.한국시간 9일 새벽 폴란드 베엘스코 비아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세네갈을 꺾고 4강에 올랐다.상대는 미국을 이기고 올라온 아프리카 강호 세네갈인데,우승후보로 꼽힐 만큼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다.두 팀은 전·후반과 연장전 120분을 다 뛰고도 우열을 정하지 못해 결국 승부차기로 승자를 가렸다.

시종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한국 팀은 경기시작 37분 쯤 선제골을 내줘 1대 0으로 전반을 마쳤다.후반 들어 이강인이 페널티킥을 골로 연결시켜 1대 1로 균형을 맞췄다.이것은 이날 명승부의 서막에 불과했다.후반 31분 페널티킥을 허용,다시 승부가 기우는 듯 했다.8분 추가시간도 끝나갈 쯤 반전이 일어났다.이강인이 올린 코너킥을 이지솔이 헤딩골로 연결하면서 스코어는 다시 2대 2가 됐다.

퇴로가 없는 양 팀은 연장전에서 맞섰다.전반 6분 이강인이 상대 골문 쪽으로 길게 밀어 넣은 절묘한 패스를 조영욱이 골로 연결시켰다.시간은 한국 팀의 손을 들어주는 듯 했다.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인 후반 16분 세네갈 공격수 시스의 오른발 슛이 한국 팀의 골문을 갈라놓았다.다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승부는 또 한 번 출렁이고 만다.이번에는 세네갈 팀이 극적으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다시 3대 3이 됐다.시간·체력을 모두 소진했으나 승부의 저울은 미동도 않았다.남은 것은 ‘죽음의 룰렛’으로 불리는 승부차기.어린선수들에겐 가혹한 일이지만 끝을 봐야 경기장을 떠날 수 있다.한국 팀은 1,2번 키커가 실축,불안한 출발을 보였다.그러나 주전 골키퍼 이광연 선수의 선방과 상대의 실축이 이어져 3대 2로 경기는 끝났다.축구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준 명승부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 진출 이후 36년만이다.끝까지 몰입하는 집중력,할 수 있다는 믿음,선수 감독과 스태프가 하나가 된 것이 4강 진출의 원동력이 됐다고 한다.강원 출신 박종환 감독이 이끈 팀이 4강 신화를 쓴데 이어 이번에도 강원FC 소속 선수(이광연 이재익) 들의 활약이 돋보였다.경제는 어렵고 정치는 답답하기만 한데,축구가 모처럼 국민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뚫어 준 것 같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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