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교

사월 초파일 지나고 논을 삶아 놓으면

흙탕물이 가라앉은 맑은 논바닥은

낮에는 요선정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밤에는

일 년 만에 유일하게 몸을 씻는

설귀산의 목욕탕이 된다

누구처럼 날개옷이 없어 움직일 수 없음을

어찌 알았는지

그날 밤만은 요란하게 반상회를 하던

먹머구리 비단개구리들도 슬며시 마실을 간다



미물도 순리를 지켜주는

저 오묘한 섭리.

*수주: 영월군 수주면의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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