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지키는 데 꼭 필요한 것으로 무기와 식량,신뢰를 꼽는다.외적을 막아 한 나라를 방비하는데 무기는 필수 요소에 해당할 것이다.그 다음으로는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 식량이 있어야 한다.그러나 쌀이 넉넉하고 무기가 갖춰진다고 나라가 저절로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신뢰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지도자는 백성들의 믿음을 얻어야 하고,백성은 지도자를 신뢰하고 따를 수 있어야 한다.이런 신뢰 관계가 없으면 무기는 고철덩어리가 되기 쉽고,식량은 그저 연명의 수단이 될 뿐이다.

이 세 가지의 조건이 어느 정도 구비된다면 나라가 위태로움에 처해도 능히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중국의 공자는 이 세 가지 가운데서도 특별히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셋 중 불가피하게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그것은 무기라고 했다.적을 물리치는 데 가장 먼저 확보해야할 조건이 무기가 아닌가.그것을 가장 먼저 포기하라는 것이다.다음 또 버려야 한다면 식량이라고 했고,끝까지 지켜야 할 것으로 신뢰를 꼽았다.눈에 보이지 않는 이 무형의 자산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봤다.

지난 15일 북한 주민 4명이 탄 소형 어선 1척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삼척 항에 접안한 사건이 일어나 우려를 낳고 있다.이 선박은 지난 12일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15일 오전 6시22분쯤 자체 동력으로 삼척 항에 입항하기 까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군의 경계망이 뚫렸다는 이야기인데 안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육군과 해군,해경의 3중 감시망을 뚫고 유유히 입항했고 산책 나온 주민이 신고하기까지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군의 생명과 같은 경계의 실패를 부인하기 어렵다.그러나 경계의 그물망은 아무리 촘촘해도 새는 곳이 생기고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방비를 과신하기보다는 있을 수 있는 누수에 대비해야 한다.더 큰 실망을 안긴 것은 경계 실패에 이어 사후 대처에 혼선을 빚은 점일 것이다.그러나 군을 과도하게 몰아 부치고 매도하는 것 역시 옳은 태도가 아니다.약점을 알고 고치면 모르고 지나간 것보다 나은 것이다.냉철하게 안보 태세를 재점검하고 군의 신뢰를 회복할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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