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남은 수동면, 군사분계선 따라 쪼개진 외면리
수동면 명목상 행정구역만 존재
덕산리 내륙·동해안 전망 천혜의 요지
신대리 일제강점기 울창한 산림 유명
사비리 희귀식물자생지로 가치 높아

▲ 고성 덕산리 산1번지에 소재한 동해안감시초소(옛 829GP)에서 바라본 북한 전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있다.왼쪽으로는 안개에 둘러싸인 금강산이 보이고 중간으로는 솟아있는 월비산과 그 앞쪽으로 불과 580m거리에 있었던 북한GP의 철거된 자리가 선명하다.     최유진
▲ 고성 덕산리 산1번지에 소재한 동해안감시초소(옛 829GP)에서 바라본 북한 전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있다.왼쪽으로는 안개에 둘러싸인 금강산이 보이고 중간으로는 솟아있는 월비산과 그 앞쪽으로 불과 580m거리에 있었던 북한GP의 철거된 자리가 선명하다. 최유진


# 수동면

남강을 끼고 형성된 고성군 수동면은 행정구역상 남과 북을 갈라놓고 있는 군사분계선상에 놓인 마을이다.남·북한 비무장지대(DMZ)의 한복판이자 민간인이 살지 않는 대표적인 마을,그곳이 고성 수동면이다.현재 남한 내 수동면 전역은 민통선 지역으로 묶여 명목상 행정구역으로만 있고 면사무소도 설치돼 있지 않다.

본지 취재진은 최근 DMZ을 관할하는 유엔사령부의 출입절차를 거쳐 수동면 지역을 가장 근접하게 볼 수 있는 최북단 동해안초소(829GP)를 방문,사라진 마을풍경을 앵글에 담았다.지난 달 5일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동해안초소는 여전히 방탄복을 입고 삼중잠금장치의 88통문을 지나야 마주칠 수 있는 곳이다.지금은 전기 공급이 전면 중단된 시설이 됐지만 북한과 맞닿은 최전방이기에 군장병의 엄호 속에 들어가야 하는 긴장감은 여전하다.

#덕산리

동해안 감시초소(829GP)가 설치된 지점은 고성군 수동면 덕산리(德山里) 산 1번지이다.9·19남북군사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총부리를 겨누던 살벌한 전장이었다.GP초소 관제탑에서 북측을 바라보면 왼쪽으로는 남강이 흐르는 수동면 사비리~신대리~내면리 일대의 평야와 산골이 펼쳐져 있고 오른쪽으로 옛 고성면(남측행정명 현내면) 대강리와 감호,구선봉,해금강이 눈에 들어온다.정면으로는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로 꼽히는 월비산(月飛山) 정상이 보이고 불과 580여m 거리에서 마주 보고 있다가 남북합의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진 북한감시초소(GP) 터가 육안으로 식별된다.멀리 금강산 자락이 동서로 늘어서 있다.

취재진과 동행한 김창환 강원대 교수(DMZ HELP센터장)는 “군사분계선에 위치한 덕산리는 월비산에서 발원한 하천과 남강이 만나기 직전의 골짜기에 위치한 마을로,내륙과 동해안을 동시에 전망할 수 있는 천혜의 요지”라고 설명했다.

#내면리와 외면리

덕산리와 인접한 내면리(內沔里)는 1927년 고성군 수동면으로 편재됐지만 한국전쟁 정전협정 직후인 1953년 북한 고성군 월비산리로 편입되면서 남한 행정구역에서 폐지됐다.북류하는 남강과 월비산에 발원한 하천이 덕산리 인근에서 합류하면서 분류한 남강 주변으로 퇴적물이 넓게 쌓이는데 그 서쪽 마을이 내면리이다.내면리와 남강을 경계로 마주보는 마을이 외면리(外沔里)이다.외면리 마을은 휴전선인 군사분계선이 마을 한복판을 관통하면서 서쪽은 북한,동쪽은 남한의 비무장지대로 쪼개지는 비운을 맞았다.

 

▲ 고성군 수동면에서 동해로 빠져나가는 남강의 옛 전경.  출처/서양인이 본 금강산
▲ 고성군 수동면에서 동해로 빠져나가는 남강의 옛 전경. 출처/서양인이 본 금강산


#신대리

신대리(新垈里)는 수동면 면사무소 소재지였다.군사분계선 설정 당시 시가지 대부분이 북측으로 포함되면서 지명과 마을이 모두 사라졌다.면사무소는 남강의 서안에 위치해 있었고 북쪽에는 토기점(土器店)이,남쪽에는 사기점(砂器店)이 운영될 정도로 상업이 번창한 지역이었다.김창환 교수는 “남강의 큰 지류 중의 하나인 서쪽의 장재암곡(長在庵谷) 주변을 비롯하여 동쪽의 사면들은 활엽수림과 침엽수림 등이 울창하여 동경제국대학 농과대학 연습림이 일제강점기 때부터 존재했던 곳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 고성 수동면 덕산리 동해안초소 관제탑에서 바라본 북측 수동면 내면리 전경.  최유진
▲ 고성 수동면 덕산리 동해안초소 관제탑에서 바라본 북측 수동면 내면리 전경. 최유진


#사비리

신대리의 옆마을인 사비리(沙飛里)는 남강을 끼고 동·서안에 존재했다.마을명에서 알 수 있듯이 모래가 날려 퇴적되면서 남강 동쪽 강변쪽으로 마을이 집중 형성됐다.오랜 세월 사람의 발길이 끊긴 이 지역은 도깨비부채 등 희귀식물 자생지로 확인될 정도로 보존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동부산림청은 지난 해 12월 남한지역에 일부 편입돼 있는 사비리와 고미성리,사천리,신탄리 일대 3만1799㎡ 규모의 산림을 ‘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한편 한국전쟁 당시 사비리 피난민들이 남고성에서 잠시 머물다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임시거처로 머문 고성군 거진읍 6리 일대 마을은 ‘새비촌’이라 불렸다.1968년 동해안 해일이 새비촌에 몰아치자 주민들은 내륙으로 뿔뿔히 흩어졌다.현재는 사비리 출신과 관계없는 평범한 마을이 됐지만 여전히 마을이름은 ‘새비촌’으로 남겨져 있다.

#고미성리

고미성리(姑味城里)는 수동면 중에서 신대리 다음으로 규모가 큰 시가지가 있었던 곳이다.북쪽의 갈마현(喝馬峴)을 끼고 남강 우안에 구만리 마을이,남강 좌안에 원대마을이 비교적 큰 마을을 형성했다.원대마을은 1949년 행정구역 개편시 원대리로 분리되기도 했다.그러나 남강을 중심으로 군사분계선이 그어지면서 대부분의 고미성리 지역과 원대마을은 북한의 비무장지대로 넘어갔고 구만리 마을은 남한 비무장지대로 분할됐다.

박창현 chpar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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