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참석 행사 입체적인 의미전달 중시
임명장 수여식 권위주의 분위기 탈피 신경
‘문 정부 권력 중심·숨은 실세’ 표현 억울
정부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현 정권 강점
여성 비하 발언 꽤 오랫 동안 사과 할 만큼 했어
올림픽 1주년 기념식 아무도 기억 못 한 이벤트
무궁무진한 콘텐츠 활용법 못찾아 아쉬움 커


춘천 출신의 탁현민(46·사진) 대통령행사기획 자문위원을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근처 음식점과 커피숍에서 만났다.탁 위원은 2017년 5월부터 20개월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2급)으로 근무했다.이순진 합참의장이임식,기업 총수들과의 호프 미팅,남북정상 도보다리미팅 등 화제가 된 문재인 대통령의 각종 행사에는 그의 이름이 함께 했다.
탁 위원은 현정부의 강점을 “정부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라고 지적했다.강원도정에 대해서는 “평창올림픽의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왜 이렇게 밖에 못하는지 아쉽다”며 지속가능한 사업구상을 주문하기도 했다.문재인 정부 권력의 중심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치며 “억울하다”고 했다.

■대담=송정록 편집부국장

□행사기획과 권력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는 늘 화제가 뒤따랐다.그 중 대부분은 탁위원의 기획이 있었다.행사에 의미를 중시하는 것 같은데.
 “대통령이 하는 모든 행사는 나중에라도 해석될 여지가 늘 있다.행사는 세 가지 측면이 있다고 본다.우선 디테일.작은 것 하나하나에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가 한 축이다.또 하나는 그것을 할 지 말 지,그 자체를 좀 더 본질에 가깝게 만드는거다.또 다른 하나는 정무적,정치적 판단력이다.이렇게 세 가지가 다 충족되면 좋은 기획물이 나온다고 본다.”

-전 정부 대통령들보다 의미전달에 더 신경쓰는 것 같다.
 “전에 비해 대통령의 모든 것이 국민들에게 공개되고 있다.대통령 행보가 이전에는 메시지,발언,정책 중심으로만 국민에게 전달됐다면 지금은 의상,행위,먹는 것,입는 것,발언 등 상당히 입체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의미 과잉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가.
 “있다.그러나 ‘모든 것이 해석될 수는 있다’라고 만든 것이지 ‘모든 것을 해석하라’고 만든 것은 아니다.”


-정말 신경을 많이 썼던 것이 있다면.
 “지난 40년 동안 진행된 대통령 행사를 눈여겨 보면 똑같은 게 하나도 없다.문의 입구도 바뀌었을 정도다.이 정부 들어서 가장 바뀐 것이 임명장 수여식이다.전 정부 때는 대통령이 서 있고 보좌관들이 양쪽에 일렬로 서 있고 시상자가 서 있는 순이다.아주 못마땅했다.전형적인 권위주의다.받는 사람도 그 위압감에 위축되고 주는 사람도 불편하다.그래서 이를 바꿨다.관료들은 뒤에 앉아있고 앉아 있는 사람 앞에서 주고 받도록 했다.그리고 그 자리에는 항상 가족들이 배석하게 했다.그게 변화라고 본다.환영해주는 느낌,가족들의 헌신을 보여주려 했다.”


-자기 생각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그것이 결국 권력 아닌가.
 “일정 부분 동의한다.하지만 ‘생각대로’라는 부분에 대해 짚자면 (다른 사람들은)생각을 안한다.못 한다는 게 아니라 하지 않는다.대통령은 사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제안했을 때는 본인 자체가 수긍할 수 있는 타당한 부분이 있어야 한다.”


-정해진 절차를 다 밟지는 않을 텐데.
 “행사 전체를 담당하는 책임과 권한을 부여 받았으니 단계가 축소될 수는 있지만 비서실장이나 의전비서관을 건너뛰고 얘기한 적은 없다.만약 건너뛰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뻔하지 않은가.대통령이랑 가까워서 안하무인이라는 말이 나왔을거다.”


-권력은 가끔 어느정도일 지 확인하고 싶은 속성이 있다.
 “기사를 보면 탁현민이 대통령과 가까운 위치에서 청와대에 숨은 실세이거나 드러나 있는 실세라고 표현하는데 굉장히 억울하다.국가권력은 결국 정책이다.어떤 자리,인사 이런게 권력이다.난 그저 대통령 행사에 의제를 맡고 있을 뿐이다.그것을 권력이라고 하긴 어렵다.권력은 무엇을 하는게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되는게 진짜 권력인것 같다.(무엇인가를)못하게 하는 것.”


-역대 대통령들의 3년차 지지율과 비교하면 높다.이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무엇인가.
 “행사?(웃음).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대통령에 대한 신뢰다.개인이 됐든 집권단이 됐든 청와대를 비롯한 행정부서들이 됐든 아직까지 사람들의 절반 정도는 대통령과 집권세력에 대한 신뢰가 남아있다고 본다.그러니깐 이 신뢰가 무너지면 나머지도 무너진다.”


-원칙에 대한 신뢰인가.
 “원칙에 대한 신뢰일 수도 있고 정책에 대한 신뢰일 수도 있다.농담처럼 얘기했지만 대통령이 보여주는 이미지에 대한 신뢰일 수도 있다.복합적인 이유가 있다.이명박 대통령도 그렇고 박근혜 대통령도 그렇고 급격하게 무너질 때는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 때문에 무너진 것이 아니다.근본적으로 사람에 대한,집단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을 때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 국빈만찬에서 독도새우를 올려 화제였다.지금 한일관계를 생각하면 좀 지나치지 않았나.
 “그러니까 외교에 큰 결례를 범하지 않는 이상 의전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무난하게 넘어가는 것이다.독도새우를 올렸을 때는 독도 문제를 비롯해 일본이 계속 우리한테 딴지를 걸 때였고,트럼프 대통령 방문 중 친밀도를 과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독도 문제의 경우 외교적 수사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얘기했으면 분쟁을 일으켰을 것이다.트럼프 대통령도 어느 한쪽 편을 들어 줄 수 없는데 그렇게 얘기할 필요없다고 생각했다.얘기없이 부드럽게 단순하게,그렇지만 국민들이 봤을 때 적절하다고 판달할 정도가 적당하다고 봤다.일종의 ‘폴리티컬 위트’ 같은 거다.외국에서는 그런 시도들도 많이 하고 있다.이 때문에 한일관계가 나빠졌다고 얘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도 화제였다.
 “국민들께서 그렇게 많이 받아들이시고 계신데 개인적으로 도보다리 자체는 아주 훌륭하고 세련되고 디테일이 강한 그런 기획은 아니다.정말 단순하게 생각했다.이를 멋지게 만든 것은 두 정상이라고 여러번 얘기했다.오히려 눈에 들어오지 않는,사람들은 잘 모르는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다.거기에 신경을 더 많이 썼다.”
 

-파리에서 방탄소년단(BTS) 공연 끝나고 연락은 하나.
 “연락은 계속하고 있다.”
 

-BTS와 공연 기획 준비하고 계신가.
 “여러가지 준비하는게 있다.워낙 바쁘셔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지난번은 1년에 하루쯤 그런 일이 생길텐데 우연하게 잘 맞은 것 뿐이다.보통의 경우에는 최소 6개월 이전에 협의하지 않으면 안된다.아직 메이드가 안돼 공개할 수는 없다.”

▲ 지난해 4월 3일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을 앞두고 남측 윤상 음악감독(왼쪽부터),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북측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합동공연 리허설을 준비하는 모습.
▲ 지난해 4월 3일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을 앞두고 남측 윤상 음악감독(왼쪽부터),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북측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합동공연 리허설을 준비하는 모습.


□여성비하논란
 

-여성비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공직 내내 따라다닐 것 같다.
 “(여성계의)문제제기에 대해서 꽤 오랫동안 사과를 했다.청와대 들어오기 전에 들어오고 나서,나와서도 했다.결국은 본질을 따져서 들어가면 사과를 받고 싶은게 아니지 않나,사과를 했는데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지 사과를 못 받은게 아니지 않나.그리고 한명의 저자일 때부터 공무원 신분일 때,공무원 신분이 아닐 때까지 사과를 했으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사과는 다 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여성과 관련해 저서 내용 일부는 계속 인용되고 있다.좀 더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제가 책을 두 권을 썼다.그 중 한권은 설정된 캐릭터로 얘기한거다.실제로 제가 직접 쓴 내용은 후기 밖에 없다.‘후기에 책에는 거짓말이 있다.내가 안한 말도 있다,그리고 해서는 안될 말도 일부러 한 것도 있다.’라고 써놨다.난 이거면 해결될 줄 알았다.연기한 걸 가지고 자꾸 사과해야 한다고 하면 뭐라고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정치적으로 진영논리도 이유라고 보는지.
 “그런 말들을 만들어내는 곳이 대개 언론이고 그걸 받아들이고 공격하는게 야당이고,나를 공격함으로써 얻는 정치적 이득을 계산한다.근데 그게 뜻대로 안되니까 더 화가 나는 것이고.사과가 문제가 아니라 사과의 진정성인데, 그 사람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오랜 시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


 
□강원도와 현안

-원래 고향이 춘천인가?
 “태어난 곳은 서울인데 유치원 때,7살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춘천에 있었다.후평초교와 남춘천중,강원고를 다녔다.아버지가 군인이셨고 당시 2군단에 계셨다.본적도 강원도 춘천으로 돼있다.”
 

-가끔 춘천은 오는지.
 “자주 못간다.예전 강원고 문예반 시절 은사이신 최종남 선생님께 가끔 전화는 드린다.”
 

-강원도 여론도 현정부에 비판적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산불대책이나 올림픽 사후활용 이런 몇 가지 현안들 때문이다.
 “(특정지역에 대한)편파적 문제가 아니다.(대통령께서는)뭐든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해주고 싶어 한다.하지만 이렇다 할만한 기획을 하지 못하는 부분은 아쉽다.‘강원도에서,춘천에서 일한다고 할까’하는 생각도 해봤다.평창동계올림픽,얼마나 역사적인 사건인가.남북 평화를 견인하는 역할도 했다.이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왜 이렇게 밖에 못하는지 아쉽다.”
 

-최문순 지사에게 조언한 적 있나.
 “평창올림픽 1주년 행사를 했는데 아무도 기억을 못한다.나 역시 했나 싶을 정도다.그냥 공연은 필요없다.하루 이벤트로 적게는 몇 억,많게는 십 몇 억을 썼을거다.차라리 그 공간을 활용해서 대한민국 최고의 콘텐츠 기획자들을 모아 평창올림픽 1주년 기념 컨벤션을 만들어 사람들이 계속 올 수 있는 구상을 해야 한다.평창에서 특히 강원도에서 남쪽 젊은 아티스트들과 북쪽 아티스트들이랑 한달 간 같이 지내면서 합작품을 만들면 그것이 또 콘텐츠다.같이 작품 만들면서 지냈던 시간이 다큐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다.작품이 완성되면 이를 보러 사람들이 또 갈 것이다.한 번 왔다가 가는 행사를 하면 안된다.”
 

-남북강원평화영화제 다음달 개막이다.
“영화제도 좋은데 도심자체를 하나의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저기 영화제 하니까 여기도 영화제, 한류콘서트 하니까 또 한류 콘서트, 이런 방식은 아니라고 본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처지가 곤욕스럽다.청와대를 나오면서 내 입장에서는 꽤 좋은 제안들을 받고 있는데 뭘 할 수가 없다.해외에서 온 제안도 있어서 차라리 해외로 나가는 것이 나을까라는 생각도 한다.청와대 안에 있다는 것이 조금 갈등이다.계속 이런 식으로 자문위원 타이틀을 달고 중요한 행사에 계속 관여해야 하는지 고민이다.다시보면 지금까지 내가 안팎으로 잘 버텼다고 생각한다.답답한 부분도 있다.남북문제가 풀리면 벼락처럼 풀릴 것이고 안그러면 정말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리스크가 커질 것이고.난 개인적으로 남북 측 태양의 서커스 만들고 싶다.다만 남북 관련 사업은 호홉이 빠르면 안된다.”
정리=이세훈

#탁현민 위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정장에 넥타이까지 매고간 정치부장과는 달리 가벼운 라운드티셔츠를 입고 나왔다.사진촬영은 사양했다.평소 스트레스는 낚시를 통해 해결한다고 했고 상도동집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다들 스마트폰을 보느라 누구도 알아보지 못한다”며 웃었다.그러나 인터뷰 중간에 원주에서온 팬이라며 사진촬영을 요구,응하기도 했다.최근에는 행사준비때문에 아시아음악,싱가폴과 부르나이 음악까지 듣는다고 했다.90분 가까이 쉼없이 답변했고 나중에 발언을 정리해보니 글자수로 2만자가 넘는 답변에 일관성이 있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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