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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봉의산 사람들] 3. 안개 헤치고 걷는 꿈

꿈개발시대 멈춰버린 소양로, 꿈의 색깔 입힌다
1970년대 초 춘천 개발 붐 일어
서민들 봉의산서 쪽방촌 생활
20년뒤 영화·드라마화 인기
현재 도시재생 단골소재 변모

김진형 formation@kado.net 2019년 08월 01일 목요일

춘천 서면 덕두원의 한 허름한 식당.중년의 한 인사가 식당에 걸려있는 그림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식당벽에 있는 그림은 과거 고교시절 절친이 그려놓은 것이었다.어떻게 왔는 지 영문은 알 수 없었다.그 친구는 이미 고교시절 어이없는 죽음으로 화가의 꿈을 접어야했기 때문이다.

70년대 초반,춘천은 개발붐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했다.의암댐에 이어 소양강댐이 건설되고 후평산업단지가 들어섰다.그리고 봉의산을 중심으로 앞뜰인 소양로와 뒤뜰인 후평동 개발도 본격적으로 진행됐다.그리고 생활에 밀린 이들은 봉의산 소양로 일대와 약사천,공치천변으로 몰려들었다.방하나에 일가족이 모여살고 그런 집들이 천변을 따라 이어졌다.천변은 생활오물로 뒤덮이고 그 악취가 도시 전체를 감싸고 돌았다.이 시절 작가 한수산은 “나는 안개가 썩어가는 냄새에 잠을 깬다”(소설 안개시정거리)고 했다.

▲ 근화동 번개시장 주말 야시장 풍경.
▲ 근화동 번개시장 주말 야시장 풍경.
춘천의 명문고를 다니던 촉망받던 화가지망생과 주인집아들이자 친구도 춘천의 그 쪽방촌 한 집에 살았다.셋방집이지만 잘나가던 친구와 늘 비교되고 불우했던 주인집아들은 돈문제로 자기방을 친구에게 내주게 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70년대 초반 실화였던 이 사건은 시간이 지나 한수산의 ‘안개시정거리’로 다시 태어난다.물론 화가지망생은 조각가로 바뀌어있지만 소양로 일대의 담배연기 자욱한 탑거리일대 다방과 요선동일대의 닭갈비집과 술집,그들이 활동하던 화실,그리고 사람과 인연을 이을듯 말듯한 소양로 골목이 주인공의 발걸음을 따라 계속된다.

이 길목은 90년대 들어 더욱 쇠퇴화의 길을 걷는다.골목은 사라지고 찾는 이들의 발걸음도 뜸해졌다.봉의산을 중심으로 소양로와 후평동 일대는 이런 개발시대의 현재와 과거를 고스란히 담고있다.이로 인해 소양로와 기와집 골목은 5,60년대 세트장을 찾는 방송과 영화의 주요단골무대로 등장하게된다.

▲ 영화 춘천,춘천 중 한 장면
▲ 영화 춘천,춘천 중 한 장면
■ 춘천가는 기차와 준상이네 집

홍상수 감독의 2001년작 ‘생활의 발견’을 보면 옛 춘천역과,버스터미널 등 지금은 사라진 근화동 주변 모습이 자세하게 나온다.홍 감독 특유의 ‘날 것’에서 묻어나오는 이미지는 20년 전 춘천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영화 뒷부분에는 경수와 선영이 점집을 찾아가는 장면도 나온다.장우진 감독의 ‘춘천,춘천’은 홍 감독의 영향이 강하게 나타난다.서울에서 면접을 보고 다시 춘천으로 향하는 청년,일탈을 바라며 서울에서 춘천으로 오는 중년 커플의 이야기가 전후반부로 나뉘어지는데 춘천역과 소양댐,청평사 등이 주무대다.소양로 카페 ‘봉의산 가는 길’을 촬영하기도 했으나 아쉽게도 실제 영화에서는 빠졌다.

▲ 드라마 '첫사랑'에 나오는 옛 춘천모습
▲ 드라마 '첫사랑'에 나오는 옛 춘천모습
배용준이 스타배우가 된 드라마 ‘첫사랑’과 ‘겨울연가’의 배경도 모두 봉의산 아래 집들이다.1996년 대한민국 드라마 사상 65.8%라는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첫사랑’은 70∼80년대 근화동 기와집골이 배경이다.가난한 집안의 찬혁과 부유한 지방 극장 사장 딸인 효경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와 두 집안간 대립이 주를 이룬다.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사법고시를 포기하고 복수를 꿈꾸는 찬우가 살았던 ‘찬우네 집’은 소양로 일원에서 촬영됐다.한류열풍을 이끈 ‘겨울연가’도 빼 놓을 수 없다.춘천여고와 남이섬 등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상도’와 ‘여인천하’라는 동시간대 쟁쟁한 경쟁작 속에서도 시청률 23.1%로 대흥행했다.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배용준은 한류스타로 떠올랐고,아직도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춘천을 찾고 있다.근화동 기와집골의 ‘준상이네 집’은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였다.

▲ 명동 배용준 최지우 동상
▲ 명동 배용준 최지우 동상


■ 봉의산에 어떤 색 입힐까

영화와 드라마,소설 등 지역 문화 콘텐츠는 도시재생의 단골 소재가 된지 오래다.전북 군산의 경우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 세트장인 초원사진관을 90년대 향수가 있는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키웠다.거리와 가게마다 빠지지 않고 초원사진관 기념품이 있었을 정도다.하지만 춘천의 준상이네 집은 폐허가 된지 오래고 찬우네 집도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지역 콘텐츠의 뿌리는 대중문화뿐 아니라 문화재부터 순수예술까지 성역이 없다.점성촌으로서 봉의산 주변마을의 특성을 살려보자는 시도가 나온 것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

춘천시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의 전·근대부터 1950년대까지의 구비문학과 한문학,근현대문학 분야 자료를 수집,보관하는 아카이브를 강원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구축하고 있다.11월부터 근화동 당간지주,칠층석탑 등을 배경으로 ‘춘천 문화유적 사색의 길’이라는 걷기코스도 운영한다.도청의 한 간부는 “봉의산 주변의 야행을 생각해 볼 수 있다.산이 품은 이야기와 여러 유적에 걷기를 접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얼마든지 발굴할 수 있다”고 했다.주민들은 다양한 콘텐츠에 스카이워크 같은 주변 명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이 소양로로 유입되지 않는 것을 아쉬워하며 대안찾기에 들어갔다.김영배 근화동 주민자치위원은 “소양정이 춘천의 보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잘 몰라 안타깝다”며 “배나무골 우물 정비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걷는 길로 만드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은석 시의원도 “옛 소양1교와 소양정을 펼쳐놓고 보면 다양한 스토리가 있다.여기에 어떤 문화적 색을 입힐지가 중요하다”며 “소양정길 주변이 주거지인만큼 문화의 거리 활성화를 위해 주민 의견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끝>김진형 ▶동영상 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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