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옥 강원여성서예협 이사장
독립선언서 3편 붓글씨로 표현
“역사 바로 알리는 예술가 역할”


마지막 붓끝 떼며 읊조린 “대한독립 만세”

광복절을 앞두고 역사의식을 바로 세우겠다는 일념 하나로 5497자 분량의 독립선언서 3편을 모두 서폭에 옮기며 항일예술 투쟁에 나선 서예가가 있다.최근 대한독립선언서와 대한독립여자선언서,2·8 독립선언서 등 3개의 독립선언서를 모두 붓글씨로 옮긴 정광옥 강원여성서예협회 이사장.

정광옥 이사장은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들어 독립과 항일을 주제로 한 서예활동에 매진,30여점의 작품을 완성했다.2019년이 갖고 있는 역사적 의미는 물론 최근 일본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이 정 이사장 작품 활동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지난 3월 가로 600㎝·세로 200㎝ 크기의 독립선언서 작품을 완성한 그는 최근 한일관계를 지켜보며 대한독립여자선언서와 2·8 독립선언서도 완성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그리고 광복절을 앞둔 최근 두 작품까지 마쳤다.

한학자로 지역에서 항일의식을 고취시켰던 아버지의 영향도 컸다.정 이사장의 아버지는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 3월 1일.바로 그날 태어났고,일제강점기 시대 지역 사람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항일운동에 나섰다고 한다.

정광옥 이사장은 “서예생활을 하면서 늘 2019년을 맞아 독립선언서를 완성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며 “여기에 최근 일본과의 경제보복으로 과거사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보며 분노가 솟구쳤다.역사를 바로 알리는데 예술가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작업은 쉽지 않았다.최근 계속된 무더위에 종이상태가 좋지 않고 먹의 색이 바래기 일쑤인 환경에서 진행된 작업인만큼 수십 장의 실패 끝에 나온 완성본이었다.정 이사장은 “이마에 구슬땀이 흐르고 작품을 쓰기 위해 고개를 숙이니 턱 주변에는 땀띠가 났다”며 “붉은 피를 토해내는 기분이 들었다”며 당시의 기분을 회상했다.“대한독립 만세…” 마지막으로 붓을 뗄떼는 입으로 나지막히 만세를 읊조렸다고 한다.

작품작업에 앞서 관련 주제와 연관된 장소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그는 지난 해 1월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중국 뤼순감옥을 방문하기도 했다.정 이사장은 “당시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손이 뻣뻣해지는 감각을 느꼈다.독립선언서를 쓸 때마다 당시의 감각이 되살아났다”며 “선언서의 의미를 오롯이 전달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 또 하나의 계기였다”고 밝혔다.그만큼 3편의 독립선언서 작품 모두에 그의 신조들이 고스란히 담겼다.한자와 한글이 혼용된 선언서는 본래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현대어로 번역하기 보다 옥편과 씨름하며 한글로 직접 옮겼다.

정 이사장은 독립운동가들의 어록과 유언을 작품으로 옮기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완성된 작품들은 전시회를 통해 하나씩 선보일 예정이다.정 이사장은 “작품들을 독립기념관에 기증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며 “지난

100년의 역사에 새로운 100년의 의미가 더해질 수 있도록 서예인으로서 역사적 위인의 구국정신을 알리는데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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