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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다가올 겨울이 걱정… 추석 지낼 엄두도 못내요”

르포┃고성 산불 이재민 추석맞이
이재민 대부분 “차례 생략 계획”
좁은 임시주택 잘 공간도 없어
난방 열악 건강이상·우울 호소

이동명 ldm@kado.net 2019년 09월 09일 월요일 5 면
▲ 추석을 앞둔 지난 7일 고성 인흥2리 한 산불 이재민이 비좁은 임시주택 실내를 보여주고 있다.
▲ 추석을 앞둔 지난 7일 고성 인흥2리 한 산불 이재민이 비좁은 임시주택 실내를 보여주고 있다.

“조상님들께 면목이 없지만 올해 추석 차례는 건너뛸 생각입니다.”

차갑고 날카운 바람이 불던 지난 7일 고성 토성면 인흥3리 임시주택 단지에서 만난 김종희(64) 씨는 “제기가 모두 불탔고 임시주택이 좁아서 차례 지낼 엄두를 못낸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성 산불 이재민 마을에 ‘추석’이 실종됐다.대부분 가구들이 차례를 생략하겠다고 밝혔다.주민들은 친지 방문조차 극구 말리고 있다.김 씨는 “잘 곳도 마땅치 않은 탓에 먼데서 자식·친척들이 찾아온다고 해도 말리고 있다”며 “돈도 없고 공간도 없다”고 덧붙였다.그러면서 “그나마 올해는 벼농사가 잘 돼 위안을 얻고 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 지난 7일 고성 용촌2리 산불 이재민 최현익 씨가 화마에 피해를 입은 마을 시설을 둘러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 지난 7일 고성 용촌2리 산불 이재민 최현익 씨가 화마에 피해를 입은 마을 시설을 둘러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추석을 앞둔 주말이지만 토성면 일대 이재민 집단주거 단지들은 적막했다.인흥2리 정연화(83) 씨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며 눈물을 글썽였다.같은 마을 김창식(78) 씨는 “벌써 컨테이너 방안이 새벽이면 추워서 감기 안 걸린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다가올 겨울이 걱정”이라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용촌2리 붉게 녹슨 마을 창고 뼈대 앞으로 임시주택 10채가 붙어있는 곳에서는 최현익(49)씨의 깊은 한숨이 이어졌다.운수업에 종사하는 최 씨는 산불 이후 사실상 생업을 휴업하고 비대위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최씨는 “서울 사는 딸이 주말엔 늘 내려왔는데 지금은 이곳이 불편해서 오지말라고했다”고 말했다.

이 마을 모명숙(77) 씨는 화재가 나던 날을 떠올리며 “몸 이곳저곳 화상을 입었고 연기를 너무 마셔 기침이 심해진다”며 “다급한 대피 과정에서 무릎이 더 안좋아져 걷기 힘들다”고 토로했다.고성산불비대위 관계자는 “고령자를 비롯한 이재민들이 각종 약을 달고 살고 있고,트라우마로 우울증 등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동명 ld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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