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희 강릉 문성고 교사

▲ 김환희 강릉 문성고 교사
▲ 김환희 강릉 문성고 교사
2020학년도 대학 수시모집 접수 마감일인 지난 10일.교무실은 원서를 접수하려는 아이들로 북적였다.이미 접수가 끝난 대학 경쟁률에 따라 아이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출근하자 한 여학생이 교무실 복도 앞을 서성거리고 있었다.지난 저녁 접수 시간 한 시간을 남겨놓고 대학 하나를 결정하지 못해 길게 통화했던 우리 반 학생이었다.그런데 그 아이의 표정은 마치 큰일이라도 난 듯 많이 상기되어 있었다.원서를 접수하면서 실수라도 한 것인가 내심 걱정됐다.나를 보자 그 아이는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교무실로 따라 들어오며 말문을 열었다.

“선생님,어떡하죠? 저 아무래도 대학에 못 갈 것 같아요” 뜬금없는 그 아이 말에 나 또한 긴장해서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니? 원서접수 하면서 실수라도 했니?”

“선생님,경쟁률이 ○○:1인데 힘들겠죠?” 접수가 끝난 서울 모 대학의 최종 경쟁률을 보고 지레 짐작으로 겁먹고 있던 것이었다.우선 그 아이를 진정시키고 교실로 돌려보냈다.그리고 컴퓨터를 켜서 아이가 말한 대학의 최종 경쟁률을 확인해 봤다.그 아이 말이 사실이었다.지난 해보다 경쟁률이 더 상승한 수치였다.그 아이가 충분히 놀라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로 높은 경쟁률이었다.

또 다른 학생은 치솟는 경쟁률에 겁 먹고 접수 마감 10분을 남겨놓고 사전에 충분히 상담해서 정했던 대학 학과가 아닌 경쟁률이 제일 낮은 학과에 원서를 넣었다고 고백했다.사실 그 학과는 그 아이의 적성에 전혀 맞지 않는 학과였다.일단 ‘붙고 보자’라는 식으로 원서를 접수한 것이었다.설령 합격한다고 할지라도 그 아이가 적응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또 늘 면접에 자신이 없다며 고민해 오던 한 아이는 교과 우수 전형에 원서를 접수했는데 지원한 모든 대학의 경쟁률이 생각보다 높다며 울상을 지었다.더군다나 수능 최저학력까지 맞춰야 하는 부담까지.그 아이의 고민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2학년 2학기 때까지 학교 내신성적이 좋지 않아 학기 초부터 논술을 준비해 온 한 남학생은 지원한 모든 대학의 경쟁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논술을 치르기도 전에 벌써 주눅이 들어 있었다.자칫 이 경쟁률로 논술을 치르기도 전에 자신감을 잃지 않을까 담임으로서 걱정됐다.

학생부 종합전형에 지원한 일부 아이들의 경우 경쟁률이 낮아 심적 부담을 그나마 조금 덜었지만,전형에 필요한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그래서일까?아이들은 조금 더 훌륭한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기 위해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일부 대학은 교사 추천서까지 요구하고 있어 그 부담 또한 크지 않을 수 없다.이제 주사위가 던져진만큼 학생들이 지나친 경쟁률만 보고 너무 민감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아무쪼록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끝난 뒤 그 후유증으로 고민하는 학생들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나아가 그 후유증이 수능일까지 이어지지 않고,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끝까지 잘 준비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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