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극제 31년 역사상 첫 선

 단순히 중국 주전자를 뒤집었을 뿐인데 얼굴 셋이 나타난다.뚜껑을 입 삼아 움직이며 긴 손잡이 쪽을 비추면 코가 큰 남자 얼굴이,물이 나오는 주둥이로 돌리면 여자 모습이,밋밋한 뒷부분에서는 비구니가 나타난다.익숙한 사물에 더해진 상상력에 관객들의 웃음이 터지고 허무한듯 간단한 삶의 지혜는 마음을 비운다.
 춘천인형극제가 31년 역사상 처음 선보인 언어극이 관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축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 첫 선을 보인 언어극은 미국의 ‘When I put your glove’와 캐나다의 ‘Zen tales’ 등 2편.캐나다 작품의 경우 선욱현 춘천인형극제 예술감독이 지난 3월 캐나다 까스텔리에 축제에서 직접 보고 초청한 작품으로 지난 30일 두 회차 공연 전석이 매진됐으며 1일 공연도 객석 대부분이 채워졌다.‘과일과 야채로 만나는 선(禪)이야기’를 주제로 한 공연은 채소와 과일 인형의 깔끔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불교철학을 표현하는 작품이다.
 인형극제는 이번 공연을 위해 조만수 충북대 불문과 교수에게 번역을 의뢰했고,현장감 넘치는 전달을 위해 자원봉사자가 실제 배우 입에 맞춰 정확히 자막을 전달했다.또다른 언어극인 미국 공연 ‘When I put your glove’는 2,3일 무대에 오른다.
 선욱현 춘천인형극제 예술감독은 “언어극 초청이 조심스러웠으나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몸짓으로 만나는 기쁨 외에도 문학이나 철학적 의미를 담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한편 1일 춘천인형극장에서는 춘천인형극제 2019 포럼이 ‘전국 인형극축제의 소통과 교류’를 주제로 열렸다.지난달 28일 개막한 이번 축제에는 주최측 추산 6만여명(지난달 30일 기준)이 다녀가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승미 singm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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