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폭탄의 설계자’로 불리는 이탈리아 출신 미국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1901-1954)는 논리적인 가설과 가정을 통해 대략적인 근사치를 추정하는 방식을 개발했다.페르미는 1945년 미국 뉴멕시코에서 진행된 세계 최초 핵실험때 핵실험장으로부터 17㎞ 떨어진 곳에서 폭발에 따른 폭풍으로 종잇조각들이 움직인 값을 측정해 핵폭탄의 위력을 계산했는데 근사치 치고는 상당히 정확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을 응용한 ‘페르미 추정법’은 한번에 파악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대략적인 수치를 얻을 수 있어 해수욕장 인파 뿐만 아니라 시위나 집회때 참가 인원을 집계하는데 널리 사용됐다.하지만 실제 인원과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동해시는 지난해부터 ‘페르미 추정법’대신 ‘CCTV 객체인식 프로그램’ 을 집계방식으로 변경했는데 피서객수 통계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도 지난 2017년 휴대전화를 활용한 방식으로 입장객을 집계하자 20% 정도 감소했다.

경찰은 ‘페르미 추정법’으로 집회 인원을 추산할 때 3.3㎡(1평)당 참가자들이 서 있으면 9~10명, 앉아 있으면 5~6명으로 계산해 전체 면적에 곱한다.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 중 최대 참가자들이 모였다고 알려진 2016년 12월 3일 6차 집회에 대해 주최측은 232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한 반면 경찰은 42만명으로 추산했다.경찰의 추정법은 최대 인파가 모인 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했고 주최 측은 집회에 참가한 모든 인원을 포함한 것이어서 차이가 났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경찰은 추산치 발표를 지금까지 중단하고 있다.

‘페르미 추정법’은 지난달 28일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진행된 검찰개혁촛불문화제의 참가 인원을 분석하는데도 동원됐다.주최측이 2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하자 야당등에서는 ‘페르미 추정법’으로 계산하면 10만명 겨우 넘을 것이라며 반박한 것이다.참가인원을 둘러싼 공방보다는 왜 이같은 촛불집회가 또다시 발생했는가를 분석하고 해결하는게 우선이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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