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희 강원국제비엔날레 사업운영팀장

▲ 신지희 강원국제비엔날레 사업운영팀장
▲ 신지희 강원국제비엔날레 사업운영팀장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문화올림픽 일환으로 개최된 강원국제비엔날레가 올림픽 유산으로 남아 지속 개최되면서 존치 형태에 대한 논의가 계속됐다.국내에만 20개가 넘고 지자체마다 2∼3개씩 열리는 비엔날레라는 대단위 국제미술 행사를 강원도에서 동일한 형태로 지속해야 하는가의 논의와 더불어 그렇다면 대안적 형태는 무엇인가를 놓고 토론회와 운영위원회, 전문가 자문이 이어졌다.결론은 강원도의 자연과 유휴공간을 활용한 예술제였다.

강원도는 노령화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다.인구절벽,공동화,빈 집은 강원도가 직면한 커다란 사회문제다.젊은이들이 도를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군대마저 접경지에서 후방으로 배치,군유휴지가 생겨나고 군인 대상 상업 몰락에 따른 지역 경제력 상실은 주민들이 또다시 지역을 떠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도립미술관 부재와 같은 문화인프라 부족도 청년인구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한다.2020년과 2025년 완공을 앞둔 전남도립미술관과 경북도립미술관,청주국립현대미술관이 있는 충북도를 고려하면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도립미술관이 없는 도가 강원도다.

올림픽 비드파일 이행을 위해 비엔날레를 열면서도 실상은 비엔날레급 국제행사를 열 공간이 없었다.이 때문에 2013년과 2015년 알펜시아 컨벤션센터 복도 등에서 전시했고 2017년에는 강릉 녹색도시체험센터를 전시장화 했다.

올림픽이 열린 2018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개최도시 강릉에도 전시공간이 없었다.그나마 선점해 둔 녹색도시체험센터에서 열게 됐고,바로 옆 공터에 낡은 컨테이너를 동원,680평의 가설건축물을 짓고 다시 허무는 거대 공사를 했다.그 결과 전시는 성공적이었다.이름있는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했고 20만명이 관람했으며 세계 10대 비엔날레에 선정(홍콩Tatler2018년 2월호)됐다.미술계로부터 최적의 현대미술 전시공간이란 찬사도 받았다.

그러나 많은 예산과 노력이 수반된만큼 가설건축물 철거가 소모적이라는 비난도 컸고 그 대안이 필요했다.

올림픽이라는 큰 잔치를 위해 문화밥상을 차리던 분주한 시간은 지났다.보여주기가 아니라 지역과 함께하는 진정 내실있는 시각예술행사가 필요했다.주민참여적·공공예술적·지속적 행사를 개최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18개 시·군 대상의 공모를 통해 장소를 선정,3년간 그 지역에서 매년 행사를 열고 지속적 결과물을 남기는 과정을 통해 강원도 전역을 예술화하겠다는 원대한 목표가 설정됐다.앞서 밝힌 강원도가 짊어진 현안은 개최지 선정과정에서 나타난 지자체의 열띤 참여 열기에서도 잘 알 수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강원도에 유무형의 많은 변화를 안겨줬다.하드웨어적 성장 뿐 아니라 강원도를 세계에 알릴 기회를 줬다.지역의 기획능력과 관람객 눈높이도 매우 높아졌다.올림픽이 세계인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였다면 이제는 우리 스스로를 위한 축제를 만들어야겠다.우리가 행복하고 만족하는 행사가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행사다.올림픽으로 남겨진 많은 유산들이 이제는 지역민들에게 환원되고 지역상생을 위해 쓰였으면 한다.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된 지 5년,완료되는 시점이다.전국에 국도립미술관이 없는 유일한 도라는 점,국제 규모의 도내 유일한 시각예술 행사라는 점,올림픽 레거시라는 점,이 세 가지만으로도 강원국제예술제를 계속 열어나갈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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