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이상규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이상규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근 밝혀진 화성 연쇄살인범 기사로 신문이 폭발할 지경이다.오래전 사건이지만 그 당시 전 국민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가지게 했던,영화로도 제작돼 우리 모두에게 각인됐던,정말 범인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했던 사건이기 때문일 것이다.요즘 이 범인에 대해 정신의학적 질문을 많이 받곤 하는데,대체로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어떤 사람이기에 수많은 여성을 성폭력하고 살해할 수 있을까?둘째는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셋째는 이런 사람들은 왜 생기며,우리사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다.

첫째 의문.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정신과적 진단에는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진단기준이 있다.반복적인 범법행위,거짓말,충동성,쉽게 흥분하고 타인 공격이 흔하며,다른 사람을 학대하거나,거리낌 없이 훔치고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정의돼 있다.사이코패스는 반사회성 인격장애에 속하는 하위범주로서,공감 및 죄책감 결여,얕은 감정,자기중심성,남을 잘 속임,공감능력 부족,죄의식과 양심의 가책 결여를 특징으로 한다.정상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은 피상적이고 불안정하며 다른 사람 감정에 전혀 관심없고,이용하려 한다.이번에 밝혀진 살인범도 공감능력이나 죄책감 등의 결여,타인을 자신의 목적을 위한 도구 정도로만 생각하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양상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의문.우리주변에 얼마나 많은가?사이코패스는 통계적으로 연쇄살인범의 90%,강간범의 35%,반복적인 배우자 학대자의 20% 등 범죄자에서 높은 유병비율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하지만,일반 인구의 1% 정도도 사이코패스 경향을 갖고 있고 이들 중 대부분은 사실 아무 범죄경력 없이 살아간다.성공한 카리스마 사장의 생활특성이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경우도 볼 수 있다.강력범죄를 일으키는 사이코패스는 흔치 않지만 타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며 다른 사람을 단지 도구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셋째 의문.이런 사람들은 왜 생기며,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사이코패스 인격특성을 갖게되는 원인은 아직 분명하진 않지만,선천적과 후천적 모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유전적 이상과 대뇌이상으로 감정공유를 못하는 것이라는 생물학적 이유도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지만,이러한 소인이 불우한 성장과정에서 증폭되고 고착화되면서 폭력성향이 뚜렷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또,과정보다는 결과만 중시하는 사회분위기,충동성이 쉽게 표출되는 환경도 사이코패스 발생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렇다면,우리사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사이코패스 범죄행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필요한 경우 적절한 정신의학적 치료를 받도록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또 비행,품행장애 행태를 보이는 청소년 조기발견과 적극적인 관리,치료지원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결과 중심이 아닌 과정에서 얻어지는 행복,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우리 사회가 되도록 모두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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