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말이 있다.“고난은 함께 할 수 있어도 영광을 나누기는 어렵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 될 것이다.배가 아프다는 것은 뭔가 불공평한 일을 당했을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편적 심리일 것이다.정치도 어렵게 이야기할 것 없이 사람들이 못 참아하는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철학의 키워드를 하나로 꼽으라면 바로 이 ‘공정(公正)’이 아닐까 싶다.촛불혁명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그 기저에 공정이 있다고 본다.공정이 극도로 결핍된 시대에 공정을 기치로 내세워 권력을 얻었다고 할 수 있겠다.그는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과정은 공정하며,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을 강조했고,그의 정치브랜드가 돼 있다.

이 공정은 지금 모든 정치 레토릭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고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임기 중반 문 대통령은 이른바 ‘조국 사태’로 고비를 맞고 있다.조국을 통해 검찰 개혁의 깃발을 꽂으려 했지만 이 공정이라는 민심의 역린에 걸려 회심의 카드를 접어야 했다.공정의 위기를 만난 것이다.엊그제 국회 시정연설의 키워드가 ‘공정’이었다는 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고린도전서에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구절이 보인다.문 대통령 시정연설에는 혁신,포용,공정,평화라는 네 가지의 키워드가 나온다.대통령은 이 가운데 공정을 강조했다.그의 오늘을 있게 한 열쇠 말인데 위기의 순간에 주문처럼 꺼내 든 것이다.그는 공정이 바탕이 돼야 혁신,포용,평화도 가능하다며 ‘공정’을 성경의 ‘사랑’의 반열에 놓았다.

사랑도 공정도 누구의 전유물은 아니다.공자도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적은 것을 걱정 말고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해야 한다(國有家者 不患寡而患不均)”라며 “공정하면 가난을 면한다(蓋均 無貧)”라고 했다.공정을 정치의 요체로 본 것이다.세상이 공정 공정하는 것은 그만큼 공정이 결핍됐다는 뜻이다.이 공정의 가치를 어떻게 살려나가느냐에 정권의 성패가 달렸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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