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성 명파리 마을 주민 울상
금강산 관광 남측시설 철거 위기
관광대신 농업 전념 소외 토로
주민·방문객 관광재개 한목소리
지역 소상공인 위한 대책호소도

▲ 지난 26일 주말임에도 동해안 최북단마을 고성 명파리 마을이 정적에 휩싸여있다.
▲ 지난 26일 주말임에도 동해안 최북단마을 고성 명파리 마을이 정적에 휩싸여있다.

“금강산관광이 곧 재개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가운데 지난 26일 동해안 최북단마을 고성 명파리 마을은 조용했다.북한 온정까지 뻗은 국도 7호선에서 빠져 찾아들어간 마을은 좁은 도로 옆으로 과거 금강산 육로관광 때 북적거렸을 건어물가게,민박,수퍼,식당 등이 군데군데 녹슨 간판 뒤로 물러서 있었다.몇몇 주민이 들깨를 말리거나 농자재를 싣기 위해 분주했을 뿐 한산한 모습이었다.관광버스에서 내려 마을 내 식당으로 들어가는 일부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주민 김모(74)씨는 “우리가 많은 돈을 들여 지어놨는데 갑자기 철거하면 북한이 국제적으로 믿음을 잃게 될 것”이라며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또 “금강산관광 중단 이후 마을 경제가 많이 나빠졌다”며 “이제 마을 주민 대부분은 관광수익보다는 농사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도 예전 같지 않았다.현내면 소재지인 대진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관광 길이 열려도 일부지역이나 대형 숙박시설만 재미를 보고 일부 횟집에 잠시 들릴게 뻔하다”며 “일반식당,민박,낚시점 등 소상공인들은 소외될 수 밖에 없다”고 시큰둥했다.

스산한 마을 모습과는 달리 통일전망대 안보공원은 주말을 맞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이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이 주차장을 메우고 있었다.정모(73·안양)씨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자기들 편한대로만 하는 모습을 보니 금강산 길이 일찍 열리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2008년 육로관광을 신청했다가 출발 일주일을 앞두고 관광이 중단되는 바람에 아쉬웠다.체력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때 금강산에 가고싶다”고 했다.

일부 관광객들은 정부의 대북 자세를 비판하는가 하면 북녘을 지척에 두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아쉬움에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길 바라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경색된 남북 상황을 대변하듯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 출입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있었고 제진역 역사 주변 주차장 등 내부 곳곳에는 잡초만이 무성했다.

한편 지난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되면서 고성지역 경제적 피해 규모가 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동명 ld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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