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동해안 수해 왜 되풀이되나 (하) 바다에 막힌 빗물
배수 안돼 준설·제방 보강 헛일
토사 유출 복개천 복구 어려워
연안개발 변수 고려 시공 필요

역대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동해안 중에서도 하천이 흐르는 마을에 집중됐다.태풍이 몰고 온 강풍이 물결의 파고를 높이고 너울성 파도도 일으켜 하구의 배수가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바닷물이 빗물을 막아 마을 침수 피해를 심화시키는 것이다.

이번 ‘미탁’도 초속 20m 넘는 강한 바람을 동반해 동해상 파고가 평소보다 최대 4배인 8m까지 높아졌고 너울성 파도도 일어나 육지로 밀려들었다.이로 인해 강릉 강동면 산성우2리 바로 옆으로 흐르는 정동천의 물이 바다로 빠지 못하고 바닷물이 역류해 마을이 잠겼다는게 주민들의 설명이다.마을에서 정동해변까지 거리는 2㎞에 불과하다.

주민 김명신(65)씨는 “콩레이 이후 시에서 하천 준설과 제방 보강 등을 실시했지만 너울성 파도에 바닷물이 역으로 들이치는 데 손 쓸 방법이 없더라”며 “하천 폭을 넓히던지,하천 바닥을 더 파던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말했다.

삼척 신남마을 역시 바다에 막힌 빗물이 하천을 타고 올라와 마을을 덮쳤다.신남마을에서 바다까지 흐르는 하천 길이는 200여m 불과하다.하천은 콘크리트가 덮힌 복개천이어서 피해를 더욱 키웠다.

주민 최모(63)씨는 “산에서 내려온 토사와 나무가 복개천을 틀어막아 우수와 토사가 역류,침수와 매몰피해를 일으켰다”며 “복개가 돼 있어 나무나 토사를 제거할 수 없으니 복구작업 때 비가 오니 다시 범람하는 등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폭우가 오면 매번 물에 잠기는 강릉 경포 진안상가 상인들은 집중호우가 내리면 상가가 매번 물에 잠기는 이유 중 하나로 강문해변에 설치된 테트라포트를 꼽고 있다.‘미탁’으로 큰 피해를 입은 삼척 오분동도 바다를 맞대고 있고,마을 사이로 하천이 흐른다.

김모(62)씨는 “오분동은 오십천과 삼척항,바다가 인접한 곳으로 바다로 나가는 물길은 좁고 주택가는 밀집해 있으니 범람의 위험을 항상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바다에 막힌 하천이 수해를 키우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지만 하천 관리는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삼척시 관계자는 “전산 행정시스템이 갖춰지기 전 복개한 곳으로 복개시기가 20년이 넘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정확한 복개시기는 알 수 없다”며 “마을 주민들과 면사무소 등에서 포크레인 등을 임차해 틈틈히 하천 하구를 준설하고 있다는 것만 안다”고 말했다.

강릉 경포 진안상가의 박건식씨는 “높은 태백산맥에서 흘러오는 하천은 비가오면 물이 급격하게 불어나는데 바다에 막혀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매번 침수되는 것이다.그렇다면 배수통을 넓히던 지대를 높여 건물을 재건축 하던 무언가 특별한 대책이 있어야하는거 아니냐”고 했다.

김인호 강원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태풍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해 배수가 원할히 이뤄지지 못하는 현상은 동해안의 수해 피해의 가장 큰 특징이다”며 “선진국의 경우 연안개발시 연안관리사를 두고 기후,재난 등 변수를 고려해 설계·시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끝> 윤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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