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환 강원대 DMZ HELP 센터장
“DMZ 평화 추구 상징적 공간화
해당 자치단체 적극적 대응 필요”

DMZ를 언급하면서 요즘처럼 ‘평화’라는 단어가 오르내리는 적도 많지 않았던 것 같다.평화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국어사전에는 평온하고 화목한 것이며 전쟁·분쟁 또는 일체의 갈등이 없이 평온하거나 그러한 상태라고 기술돼 있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한반도에서의 화두는 ‘평화’였다.특히,강원도의 접경지역을 평화지역이라 칭하고,안보관광의 대명사였던 DMZ 관광을 평화관광으로 명칭 변경할 정도이다.그야말로 DMZ는 ‘평화’란 단어로 범람하는 장소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DMZ를 보기 위해 방문하는 장소인 전망대에 가면 “저곳이 DMZ이고,북한입니다” “우리 군인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습니다” “안보 시설이 많기 때문에 절대로 사진촬영은 금합니다” 등의 얘기만을 듣는다.그곳에서는 어떠한 평화의 느낌을 받지 못한다.그런데 “DMZ가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저곳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이 여러분과 같이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었지만 전쟁 때문에 그 평화가 깨져 버렸습니다.여러분들의 일상적인 평화를 지금처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되겠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전달된다면 DMZ가 평화를 추구하기 위한 상징적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이러한 생각에서 필자는 DMZ내 사라진 마을에 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1953년 7월 27일 6·25전쟁의 정전협정으로 생겨난 DMZ는 남북의 정치적·군사적 대립으로 인해 지금까지 그 누구의 접근도 허락되지 않았다.이후 DMZ는 60년 이상 사람들로부터 잊혀진 공간이 됐다.그러나 6·25전쟁이 발생하기 이전에는 DMZ 내에도 마을이 있었고 그 마을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필자는 1910년대 1:50,000 지형도를 바탕으로 한 공간분석을 통해 1910년대의 가옥분포도를 구축한 바 있다.이 연구에서 조사된 가옥 수는 부속건물을 포함해 약 4600동(강원도 2388동,경기도 2238동)이 DMZ 내에 분포하고 있었다.그리고 최소단위의 마을명을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 DMZ 내에는 총 427개의 마을이 있었으며,강원도에 183개,경기도에 244개가 분포하고 있었다.마을단위 평균 가옥 수는 10.9동으로,가장 많은 가옥이 분포하는 마을은 철원군에 위치한 금곡리(53동)였다.가옥의 숫자가 30동을 넘는 마을은 총 14개로 강원도 지역이 13개,경기도 지역이 1개이며 시군 단위에서는 철원이 8개,양구 4개,고성이 1개로 조사됐다.

그러나 남북한 관계와 군사안보시설 등의 이유로 현장 접근이 어려운 DMZ라는 점에서 현장 답사의 한계가 있다.이러한 이유로 DMZ 내 사라진 마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라 생각된다.또한 이 연구결과는 향후 DMZ가 개방되었을 경우 절대 보전구역과 교통로 등으로 개발해야 하는 구역 등으로 나누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점차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는 DMZ 내 사라진 마을의 복원은 기억의 복원이자 평화의 복원이라는 의미가 있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해당 자치단체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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