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비무장지대 역사의 증인, 기다릴 시간이 없다
분단 66년 많은 실향민 세상 떠나
DMZ 마을 주민 관련 연구 태부족
남북 단절된 역사 회복 시발점
난개발 차단 등 근거 자료 활용
체계적 학술연구·현장조사 필요


# 전쟁의 종착점-평화의 출발점

분단 66년.남북을 가로지르는 산과 들 그리고 강은 비무장지대(DMZ)라는 그물에 갖혀 반세기 넘게 숨죽여 살아왔다.한반도의 허리를 갈라놓은 총길이 240㎞ 내외의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2㎞씩 총 4㎞ 안쪽 구간에 펼쳐진 DMZ은 말이 비무장지대이지 철조망과 지뢰로 둘러싸인 휴전지대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사람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은 DMZ 땅도 분단 전까지 수많은 마을주민이 시장거리에서 수다를 떨고 아이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뛰놀던 평범한 마을이었다.참혹한 전쟁이 없었다면 철원의 드넓은 황금들판이 현재 보다 서너배 넓은 곡창지대로 펼쳐지고 궁예도성이 세계인의 역사관광지로 인기를 끌었을 것이다.철원역에서 기차를 타고 금강산과 해금강으로 떠난 수학여행의 추억이 술안주로 오를만 하다.양구와 인제에서 1시간 이면 족히 내금강을 거쳐 원산으로 가는 육로가 시원하게 연결됐고 군사분계선을 타고 흐르는 고성의 남강줄기에서는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이제 점차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가는 DMZ 마을을 전쟁의 종착점에서 평화의 출발점이자 생명의 터전으로 만들어야 할 때이다.전쟁과 분단의 슬픔을 겪기 이전 평화로운 마을로 역사의 시계를 되돌려야 한다.이것이 통일로 가기 위한 가장 원초적인 선행과제이기 때문이다.

 

▲ 철원의 옛 시가지 일대는 여전히 지뢰 매설위험을 알리는 표식을 쉽게 볼 수 있다.
▲ 철원의 옛 시가지 일대는 여전히 지뢰 매설위험을 알리는 표식을 쉽게 볼 수 있다.


# 남북이 함께 맞춰야 할 퍼즐

한반도 비무장지대는 전쟁과 분단을 이겨낸 세계 인류유산이자 미래의 땅이다.한반도 DMZ와 관련된 연구과제도 생태환경,지리,역사,예술 등 수 많은 분야에서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다.하지만 정작 DMZ과 관련된 연구물 중 분단 전 평화롭게 살았던 당시 마을의 모습과 그때 그 사람들의 기록을 다룬 자료는 찾아보기 힘들다.분단의 역사 만큼 마을의 기록도 단절된 것이다.

분단 이전의 DMZ마을의 복원은 세계유산 DMZ의 난개발을 차단하고 절대적으로 보존이 필요한 구역과 개발이 필요한 지역을 나눌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특히 개발과 보존이 상충되는 지점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DMZ 연구는 생활사에 대한 기록발굴에 보다 신속하고 세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그 이유는 1920~40년대 그곳에서 태어나 월북하거나 월남한 주민들이 노환으로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1945년 8월 해방과 동시에 남북을 갈라놓은 38선부터 6·25한국전쟁 직후 그어진 군사분계선과 DMZ 설정 이후 고향을 잃고 쫓겨난 실향민들이 80~90대로 접어들면서 ‘어린시절 기억의 실종’도 가파르게 앞당겨지고 있다.늦었지만 사라지는 기억 속의 기록이라도 축적하는 노력이 시급한 이유다.

 

▲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태극기와 유엔기가 펄럭이고 있다.비무장지대는 유엔사 관할 하에 관리된다.
▲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태극기와 유엔기가 펄럭이고 있다.비무장지대는 유엔사 관할 하에 관리된다.


DMZ 사라진마을의 추적은 어찌보면 이제 시작인 셈이다.정부와 접경지역 자치단체가 강원대 DMZ HELP센터에서 발굴한 400여곳의 마을을 토대로 보다 체계적인 학술연구와 현장조사에 나서야 한다.가능하다면 남북 공동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김광섭 국사편찬위원회 고성군사료위원은 “민간인통제구역과 관련된 향토사 연구는 그동안 공간적 특성상 접근이 쉽지 않고 자료도 부족해 전반적으로 미진한 상태”라며 “분단 이전 이념과 체제의 구분 없이 평범하게 살았던 마을주민의 생활사를 남북이 공동으로 연구하는 학술교류가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DMZ 마을은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남북의 단절된 역사를 회복하기 위한 시발점이다.DMZ 속에 잊혀진 마을과 사람들,그들의 아련한 기억의 퍼즐을 하나둘씩 맞춰나가야 할 때다.<끝> 박창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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