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보다 더 많이 가진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얼마 전 10년 전 복권에 당첨됐던 50대 형이 돈 문제로 갈등하다 40대 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일이 있었다.굴러 온 복인 줄로만 알았던 횡재가 비극의 씨앗이 됐다.돈만 그런 것이 아니다.권력도 지나치면 스스로를 찌르는 흉기가 되고,사랑도 과도하게 집착하면 서로의 관계를 망치는 괴물이 되는 것을 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대체로 돈이든 권력이든 더 가지려고 모든 것을 걸고 경쟁하고 있다.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갈증을 느끼고,그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이런 질주에는 끝이 없는 법이고 큰 일이 터지고 나서야 이게 아니었지 하고 후회한다.그러나 이런 깨달음이 올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2007년 우리나라에 ‘8가지만 버리면 인생은 축복’이라는 책이 소개됐다.마크 레빈과 함께 이 책은 쓴 스테판 M. 폴란의 절절한 체험이 녹아 있는 점이 독자들의 공감을 줬던 것 같다.저자는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인으로 지독한 일 중독자였다고 한다.나중에 오진으로 밝혀졌지만 48세 되던 해 폐암진단을 받고 그의 인생행로가 180도 바뀌게 된다.

많은 것을 가졌고,더 가지려고 했던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뜻밖에 버리라는 것이다.행복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버릴 줄 아는 데 있다며 8 가지를 꼽았다.나이 걱정,과거에 대한 후회,비교 함정,자격지심,개인주의,뒤로 미루기,강박증,막연한 기대감 등이다.집착과 강박에서 벗어나면 다른 세상이 열리는데,그게 축복이 아니냐는 것이다.

자연을 보면 왜 버려야 하고 그게 축복인지 안다.지난 주말 입동(立冬)을 며칠 앞둔 가까운 산에 다녀왔는데 어느새 낙엽이 수북했다.바람이 불 때마다 우수수 마른 잎들이 날렸는데 얼마 안 가 그마저 다 떨어질 것이다.나무가 미련 없이 잎을 떨구는 것은 겨울을 나고,내년 봄 다시 잎을 피우기 위한 과정이다.지금 주저 없이 버려야 다시 무성해질 수 있는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