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간호사 24시]
3교대로 생활불규칙 만성피로
끼니거르기 빈번 업무 고강도
시비거는 환자들로 더 힘들어
최근 간호법 제정 요구 거리집회

[강원도민일보 박가영 기자] 간호사들의 높은 업무 강도와 열악한 처우 때문에 벌어지는 직장내 괴롭힘인 ‘태움(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 문화가 몇해전 알려져 사회적 파문이 일었으나 근무환경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강원도내 포함한 전국의 간호사 수만명이 최근 서울 광화문에 모여 간호정책 선포식을 갖는 등 간호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그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를 강원도내 한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의 일상을 통해 들여다봤다.

# 데이 근무 : 오전 7시~오후 3시
지난 4일 새벽 이슬을 맞으며 외과병동으로 출근한 김은영(가명) 간호사는 자리에 앉을 틈도 없이 병동의 물품 수량과 유효기간을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했다.이어 환자들의 상태와 활력 징후를 파악하는 ‘라운딩’을 돌았다.김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 15명 중 절반은 세심한 관리를 요하는 수술환자여서 예전보다 30분이 많은 1시간이 걸렸다.

김 간호사는 이어 회진을 마친 의사들의 지시를 받아 처방을 확인하고 투약을 했다.시간에 맞춰 환자들의 인슐린,주사약 투약을 마치니 점심시간이 됐다.바쁘지 않은 날은 15분 정도를 짬을 내서 컵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지만 이날은 그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 이브닝 근무 : 오후 3시~11시
김 간호사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은 이민지(가명) 간호사는 병동내 물품관리로 일과를 열었다.‘라운딩’을 돌며 다행히 큰 탈이 없었지만 평소 ‘아가씨’라고 부르며 쓰레기를 버려달라는 환자부터 말투를 문제삼으며 시비를 거는 환자까지 이 간호사를 힘들게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다음날 수술을 앞둔 환자들의 제모,관장을 하고 주치의 퇴근 전인 오후 6시까지 환자들의 활력 징후,배설량 등을 확인하다보니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이 간호사도 이날 일하는 9시간 동안 제대로 자리에 앉아 본 기억이 없다.

# 나이트 근무 : 오후 11시~오전 7시
이 간호사에 이어 병동을 맡은 박소영(가명) 간호사가 출근한 시간은 오후 11시.연이은 나이트 근무로 낮에는 잠을 자며 생체리듬이 깨진 박 간호사가 만성피로를 달고 산지 오래다.3교대 근무로 인한 불규칙한 생활은 퇴직을 결심하는 주된 이유 중에 하나이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간호사 근속기간은 평균 6.2년에 그치고 있다.평균 근속기간이 18.1년인 미국의 절반에도 못미친다.나이트 근무 주업무는 다음날 사용할 약품 정리,수술환자 상태 체크 등이지만 응급환자가 들어오면 앉을 틈도 없이 8시간을 뛰어다니며 보낸다.박 간호사는 “업무 강도가 높다보니 버티지 못하고 나가면 남은 사람이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박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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