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모 신문에 91세인 영화배우 신영균씨의 인터뷰가 실렸다.그 연세에도 매일 출근하면서 영화 사랑을 실천하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500억을 기부했고 남은 재산도 다 환원한다는 표제와 최근 찍은 더블버튼 정장 사진이 함께 실렸는데 누가 그를 아흔으로 보겠는가 싶을 정도로 젊어보였다.돈이 많아도 제대로 못쓰는 사람들이 흔한데 본인도 잘살았고 지켜주신 하늘 복도 충만함을 느낀다.

배우 소설가 음악가같이 천부적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나이 들어 할 일이 없는 고통,무위고(無爲苦)를 비껴가는 축복받은 삶이다.발휘가능한 재능이 늘 존재하니 열정과 노력을 기울일 여력만 있으면 언제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단 이런 삶을 누리려면 대전제가 필요하다.병고(病苦)를 겪는 일이 없어야 한다.

100살까지 연기하고 싶다는 영화배우 윤정희씨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렸다고 한다.멋지게 나이들어가는 영화인으로서 귀감인데 안되었다.치매가 노년두려움의 최고인 이유는 평생 쌓아놓은 공적 다 까먹고 측근에게 고통을 끼치고 살아가야한다는 그것도 있지만 자신의 일생을 잃어버리는,즉 개인에게 특별히 소중했던 시간들을 반추할 능력을 상실한다는 데도 있다.

남주인공 노아와 여주인공 앨리의 사랑을 그린 ‘노트북’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기실 이 영화의 백미는 노년에 치매걸린 아내 앨리를 보살피는 남편 노아의 헌신이다.남편조차 못알아보는 아내의 기억찾기를 돕기위해 남편은 요양원에 같이 거주하면서 자신들의 사랑이야기를 소설인척 아내에게 매일 들려준다.앨리는 가끔 남편을 알아보지만 그 시간은 찰나같이 너무 짧아 허망하다.이내 다시 환자로 돌아간 아내를 보며 노아는 뜨거운 눈물을 절절히 삼킨다.환자도 수발하는 배우자도 가여운 병,치매는 그렇게 슬픈 병이다.

윤정희씨는 많은 기억을 잃은 와중에도 영화관련된 말을 자주 했다한다.신영균씨 못지않게 윤정희씨도 영원히 영화인이다.병고가 그녀를 잡고있어 재능은 포기되었지만 윤정희씨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여배우로 늘 기억될 것이다.윤정희씨를 진심위로하며 안타까움을 달랜다.

조미현 교육출판국장 mihyunc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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